경허법어 경허선사

육삼정 六三亭 (2篇) 육삼정에서, 경허선사 鏡虛禪師

성천하지미미자 2023. 3. 16. 00:10

육삼정 六三亭 (2篇)  육삼정에서

 

그 첫째

 

육삼정자욱금조 六三亭子又今朝  육삼정 다시 아침이 밝았구나

소유사청수만교 宵雨乍晴水滿橋  어제 밤 비는 잠깐 개이고 물은 다리 가득 흐르는데 

과난운연간세태 過欄雲影看世態  난간을 지나는 구름 그림자에 세태를 보고

취정송래청한조 吹筳松籟聽寒潮  솔 바람 피리에 찬 물결 소리 듣는구나

허다염해인상고 許多炎海人相苦  허다한 고해 속에 고달픈 인생들이여

맥지선산로불요 驀地仙山路不遙  엉겁결에 오고 보니 신선의 길 멀지 않구나

상제역지유자흥 上帝亦知遊子興  옥황상제 또한 방랑자의 흥취를 앎인지

고비풍우쇠연조 故飛風雨鎖烟條  비 바람을 짐짓 보내어 안개와 버들가지로 자물쇠 하네

 

 

그 둘째

 

림우사청우차심 霖雨乍晴又此尋  장마비 잠깐 개자 다시 이 곳을 찾아

고정청경상시금 孤亭淸景爽詩襟  외로운 정자 맑은 경치 상쾌하여 시흥이 품어지네

고색강성조부모 古塞江聲朝復暮  옛 국경 강물 소리 아침이나 저녁이나 변함 없고

심산송뢰작여금 深山松籟昨如今  깊은 산 솔 피리는 어제와 오늘도 여전하구나

천외비추충유어 天外悲秋蟲有語  아득한 가을 하늘 벌레 소리도 슬프고

관서위객탁무금 關西爲客橐無金  관서의 나그네 빈 주머니로

석양이진배준만 夕陽已盡盃樽晩  석양도 이미 다 하고 술 동이도 비었는데

만국풍진감아심 萬國風塵感我心  만국 풍진이 내 마음 찌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