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중양선생 약기 (王重陽先生 略記)
왕중양 선생의 교화로 말미암아 일곱 진인 신선(七眞仙人)이 나왔으니
중양선생은 어떻한 분이며 어디서 어떻게 수행한 분인가?
그 근본을 더듬어 보기로 하자.
옛날 염송(炎宋) 말엽 지금으로 부터 천년전 섬서성 함양 땅에 대위촌(大魏村)이 있었으니,
(염송(炎宋 : (조광윤(趙光胤)이 세운 송나라 화(火)의 덕으로 천자가 되었으므로 염송(炎宋)
이라 하였다.)
그 마을에 백여가구 중에 반 이상이 왕씨라 왕씨 큰 문중 가운데 청상 과부 한 분이 있었으니
나이 40 세남짓 되었고 슬하에는 일남 일녀(一男一女)를 두었던 바 일찌기 두 자녀를
결혼 시키고 한가하고 편안한 생활을 하였다.
그 과부댁은 본래 천성이 착하고 자비로와 남의집 아이들을 자기집 자녀같이 사랑하고
보살펴주니 사람들이 부르기를 왕마마(王마마)라 하였다.
이 왕마마는 재산이 풍족한데다 평생 좋은 일 하기를 즐겨 하는 가운데 신선과 부처등의
일을 더욱 좋아 하여 항상 스님을 후하게 대접하고 도인을 도와주며 간혹 몸이 성치
못한 사람들이 구걸하러 오면 그때마다 구제하여 주었다.
착한 일을 한다는 것은 실제로 본인 자기일이다.(行善當從實處行)
헛된 명예 헛된 명성 쓸데 없이 팔지 말라.(莫沽虛譽圖聲名)
헛된 명예 헛된 명성 이루어서 실지로 어디에 쓸 것인가?( 虛名虛譽成何用)
오히려 어려운 사람들의 불평하는 소리만 들리네.(反惹窮人說不平)
이 몇 구절의 말씀은 착한 선행을 할때 진실한 마음을 요구하는 것이니
만약 착한 선행 한다고 하고 진실한 마음이 없다면 다만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 뿐이다.
실제로 괴롭고 곤궁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혜택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단지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하여 명성을 파는 것은 참된 선행이 아니요.
위선이요 거짓된 선행인 것이다.
아무리 많은 금전을 쓸지라도 참되고 진실하지 않으면 바른 선행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어느해 몹시 추운 겨울 큰 눈이 휘날리고 바람 부는 날 왕마마가 문 앞에 서 있는데
두명의 거지가 눈 길을 헤치고 달려와 구걸을 하거늘 구제는 커녕 구박이 더 심했다.
두 거지는 쫓아도 가지 않고 해가 저물도록 문 앞에 붙어서서 구걸하는 말만 하는지라.
왕마마 노발 대발하여 하는말이 뻔뻔히 놀면서 구걸을 일 삼으니 어디 공(空)밥이 어디 있어
너희들을 준다더냐? 하고 한참 실랑이를 할때 스님 두 사람이 와서 보시를 청함에
왕마마 돈과 곡식을 후하게 내어주어 보호하고 보내거늘
두 거지가 물어 말하기를 이 착한 할미야 스님은 기꺼히 도와 주면서 우리 같이 떨고 섯는
거지는 구제하지 않으니 이 어찌된 일인겨?
왕마마 말하기를 내가 스님을 도와 주지 않으면 스님들이 어찌 경전 공부를 하며 도인들이
어찌 수행할 것인가?
나의 이 한점 돈과 쌀로 스님은 나의 재앙을 소멸해 주고 도인은 나의 수명을 늘려
주거니와 만일 그대들을 도와 준들 나한테 무슨 이로운 일이 있겠느냐?
다만 우리 집 앞만 시끄럽게 할 뿐이니 빨리 가라.하였다.
두 걸인이 말하기를 은혜를 베풀면 갚기를 바라지 말고 갚기를 바란다면 은혜 베푼 것이
아니니라.(施恩不望報 望報非施恩)
그대가 지금 한 줌 쌀과 몇 푼 돈을 준 것으로 재앙을 소멸하려 하고 수명을 늘리려
하는 것이 어찌 나쁜 생각이 아니겠는가?
스님과 도사한테 보시하는 것은 좋은 인연 맺음이라.(佈道齋僧結善緣)
빈궁하여 괴롭고 고독한 사람 그 도 역시 불쌍하다.(貧窮孤苦亦堪憐)
스님과 도사에게만 줄 줄 알고 빈곤한데 주지 않으면(只施僧道不憐苦)
착한 공덕 쌓는 자리 실수 됨이 제일 크다.(失却善功第一先)
두 거지가 왕마마의 구제하기 싫어하는 것을 보고
그의 문앞을 떠나 두어 걸음 나아가니 붉은 대문을 단 집이 있는지라.
큰 소리로 주인 양반을 부르며 구걸을 청했다.
잠시 뒤에 안으로부터 한 사람이 나오더니 키가 후리후리 하게 크고 얼굴은 대추빛 같이
붉으레하고 수염은 한자나 길며 눈 동자가 밝고 기상이 늠름하며 사람을 능히 포용 할만한
기풍이 있어 보였으며 나이는 사십을 넘었을까 말까 하였다.
그의 이름은 왕철?(王喆? : 길할길자 세개인데 철자로 봄)이요. 호는 덕성(德盛)이라.
어렸을때부터 시(詩)서(書)를 다 읽었으나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학문을 버리고 무예(武藝)를
배워 무학(武學)에 으뜸이 된 효렴관(孝廉官)이 된 것이다.
이날 큰 눈이 내리고 날씨가 몹시 추워 그의 아내 주씨와 아들 추랑(秋郞)과 더불어
화로에 둘러 앉아 있던 차에 문득 대문 밖에서 주인을 부르는 큰 소리가 들리는 지라
왕무거가 지체없이 나와 보니 두 거지가 문에 기대 서 있는 지라.
왕무거가 구걸하러 왔느냐? 말하니 거지 노인이 대답하는 말이 자세한 말은 않겠노라.
자세한 말을 하면 반드시 의심하리라(설불가상 상필심의 :說不可詳 詳必深疑)하였다.
왕무거 그 말 속에 큰 이유가 있음을 짐작하고 다시는 묻지 않았다.
그 때 바람이 크게 불고 하늘과 땅에 눈보라가 치며 산에도 새와 짐승의 자취가 끊어지고
길거리엔 사람들의 오고감이 끊겼는지라
왕무거 이두 거지 노인의 정상을 보고 측은한 생각이 일어나
두 걸인에 대하여 말하기를 이렇게 큰 눈이 내리는데 어찌 내 집으로 왔느냐?
우리 집 문간에 빈 방이 한 개 있으니 두 분은 들어와 눈과 한파를 피하시요.
하고 인도함에 두 거지 노인은 감사를 드리고 빈 방으로 들어가니 왕무거가 동자를
시켜 더운 밥을 대접하였다.
의리를 세워 재물을 사용하는 사람 몇이나 있단 말인가?(幾人仗義能진財)
빈천한 거지들을 누가 맞아주리,(肯把貧窮請進來)
그 당시에는 맞아주는 이가 왕무거(王武擧) 한 분이네.(只有當年王武擧)
그의 평생에 근심함이 세상 널리 북돋는 일,(生平慷慨廣培栽)
두 거지 노인은 왕무거의 집에서 머물은지 이틀이 지났다.
하늘이 맑게 개이자 사례하고 떠나려 할때 왕무거가 나옴을 보니 뒤 쫓아 옥왜(玉娃)와
술과 음식을 들고 나오는 지라 무거가 두 노인을 향해 말하기를 불초 연일 바쁜일이
있어 잠시도 나와 보지도 못하였던 바 오늘은 한가 하기로 두 분과 한 자리에서
한 잔하며 추위를 풀고자 하오니 두 분 생각이 어떻신지요,
두 거지는 연거푸 감사하다 말하였다.
왕무거 옥왜에게 명하여 술을 따르게 하니 두 거지는 사양하지도 않고 삽시간에 두병
술을 마심에왕무거가 또 다시 옥왜에게 명령하여 술을 올리게 하니 두거지 사양도 하지 않고
호탕하게 술을 마실 즈음에 왕무거 말하기를 두 분의 성씨는 무엇이라 부르며
평생에 어찌 이러한 생계를 하느냐고 캐물었다.
한 노인이 말하기를 저 분은 금중(金重)이라 부르고 나는 무심창(無心昌)이라 하오.
왕무거 선경에 오르다.(3)
소일 하시고 구태여 구걸 하는 일은 하시지 않은게 좋을까 합니다.
두 분의 의향은 어떻하신지요.
금중이 손을 내 저으며 원치 않소 원치 않소 내 평생에 물같이 흐르는 습관이 있어
실 오라기 만치도 손 발 놀리는 일은 할 줄 모르오.
왕무거 금중이 생업에 종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음을 보고 다시 무심창에게 묻되 금형은
생업에 종사할줄 모른다 하니 노형의 뜻은 어떻하시요.
나의 역마살은 저 분 보다 더 심하오.
모이 많은 집의 닭은 끓는 남비가 더욱 가깝고 ㅎㅎ(家鷄有食湯鍋近)
먹이 없는 들판의 학은 제 마음껏 높이 뜨네.(野鶴無糧任高飛)
고생하는 파리같이 작은 이익 찾다 보면,(苦向蠅頭求微利)
이몸 어찌 능히 마음대로 소요하라요.(此身焉能得逍遙)
왕무거 탄식해 말하기를 두 분 말씀 들으니 과연 높으신 풍도(風度)는 알겠으나
오늘 날 세상에는 옷차림새나 소중히 알고 금전만 좋아 할 뿐이니 두 분 같은 높은 맑은
담소 누가 알아 주리까?
무심창이 우리는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을 구하지 않고 사람을 알아 볼려고 다니는 것이요.
또한 비럭질 하는데만 신경쓰는 사람도 아니요.
왕무거 무심창의 말이 출중하고 고상함을 깨닫고 다시 말을 붙이지 않고 옥왜에게 명령하여
술 쟁반을 걷어들고 옥왜와 함께 안으로 들어 갔다.
그 다음 날 두 노인은 사례하고 몸을 일으키니 왕무거 동네 밖까지 따라가며 애석하여
놓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니 문득 교량 하나가 길위에 놓여 있는 지라 왕무거 가만히
생각함에 동네 앞뒤로 예전에 없던 다리가 놓여 있고 자기 마을 대위촌이 까마득히 멀리
보임에 마음이 의아 하던 차에
무심창이 불러 말하기를 효염공은 빨리 오라.
효염이 머리를 돌려보니 두 거지 노인이 다리위에 서 있으며,
금중이 손벽을 치며 노래 하였다.(이노래는 왕무거의 심장을 한번 흔들어 놓았다.
재물이란 모인 뒤에 반드시 흩어지고,(錢財聚復散)
의관은 오래되면 마침내는 헤지는구나.(衣冠終久壞)
어찌하여 우리 둘은 세상을 떠나 사나.(즘如何二人 値身於世外)
나라 식량 축 안내고 남녀(자식) 빚도 조금 없네.(不欠國家糧 不少兒女債)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일체 말이 없고,(不說好和알)
흥하고 망함에도 말 할 필요 없네.(不言興和敗)
속세와는 참견하거나사귀지도 않는다.(不與世俗交)
다른 사람과 시비없고.(免得惹人怪)
다만 한벌 누더기 도포 (一件破衲오)
해마다 몸에 걸치고(年年身上載)
헤지면 기워입고(破了又重補)
빨래해서 햇볕에 말려,(洗淨太陽쇄)
대 낮엔는 몸가리고 밤에는 이불 삼네.(白日遮身體 晩來當補蓋)
도적 맞을 근심 없고,사랑도 필요 없네.(不파賊來偸 也無少人愛)
항상 구름 뚫고 솟아 오를 큰 뜻있고,(常存凌雲志)
하늘 세계에 노니네.(一心遊上界)
사람들이나의 뜻 알면 머리 숙여 절하리라.(若人知我意 心要低頭拜)
나에게 무궁한 조화 있으니,족히 천년은 건재하리라.(我有無窮理 使他千年在)
애석하다 사람들이 이 뜻 모르니 은혜를 도리어 헤치려 드는구나.(惜乎人不識 以恩反爲害)
왕효염이 빠른 걸음으로 다리 위로 올라가니 무심창이 말하기를 효염공이 이렇게
멀리까지 나와 전송하니 마땅히 한잔 술로 보답하리라 하고 소매 속에서 작은 술병을
꺼내어 술을 따라 효염에게 권하니 효염이 연거푸 석 잔을 마시고 취해서 다리 위에
쓰러저 꿈나라로 갔다.
홀연 무심창이 달려와 효염을 흔들어 깨우며 하는 말이 우리와 함께가서 신선 세계를
구경하자, 하거늘 왕효염이 아직 몽롱한 취기로 무심창을 따라가니 불과 몇 걸음 안 가서
깍아지른 듯한 높은 산이 눈 앞에 있는지라 무심창이 효염을 끌어 올림에 효염이 크게
놀라 얼굴색이 변하여 이렇게 높은 곳을 어떨게 올라 가리까?
금중이 말하기를 우리 발자국만 밟고 올라오라.
왕효염이 시키는데로 발자국을 따라 올라가니 과연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순식간에
산 정상에 다달았다.눈으로 한번 둘러보니 평탄한 땅에 큰 연못이 있고
맑은 물이 가득 차 있는 연못에는 일곱송이 황금 연꽃이 활짝 피어 송이마다 소반같이 크고
말 할 수 없이 고운지라 왕효염이 찬탄하며 참으로 좋은 연꽃 좋은 연꽃 연거푸 찬탄하며
저 연꽃을 누가 따다 이 효염에게 준단 말인가? 하며 한 없이 부러워 할때
무심창이 연못에 뛰어들어 일곱송이 황금 연꽃을 한꺼번에 다 따들고 나와
효염에게 주면서 말하기를 잘 간직해두라 일곱송이 연꽃은 일곱분의 주인이 있으니
구춘(邱春) 구장장생(邱長長生) 담장진(譚長眞) 마단양(馬丹陽) 학태고(학太古),
왕옥양(王玉陽), 손불이(孫不二)이다.
이 일곱 사람과 더불어 사제의 연분이 있을 것이니 뒷날 서로 만날 때 잘 교화하여
내가 준 연화의 뜻을 저버림이 없게 하라.당부하였다.
왕효염이 연꽃을 가슴에 안고 집으로 돌아갈 즈음 또다시 무심창에게 어느 때 다시 만나리까
무심창이 말하기를 만날 기회가 멀지 않으니 다만 삼삼(三三)에 떠난 자리 다리위에서
다시 만나리라 하였다.
이다리 이름이 만연교(萬緣橋)이니 여조(呂祖)께서 왕효염에게 도를 전해 준 자리이다.
희미한 길 깨우치니 어둔 밤의 등불 같고,(了悟猶如夜得燈)
창문 없는 어두운 방에 홀연히 밝은 빛이 비치네(無窓暗室忽光明)
이몸을 지금 바로 건저 제도하지 못한다면,(此身不向今生度)
다시 어떤 삶을 만나 이몸뚱이 건질 것인가?(更向何時度此身)
놀라서 깨니 일만가지 형상들이 모두 꿈이었고,
눈을 떠 살펴보니 자기 집 서재에 누워 있는 지라 아들 추향이 옆에 서 있다가
그 아버지 왕효염이 잠꼬대 함을 보고 아버지 잠 깨세요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그의 아내 주씨부인이 황망히 묻는 말이 상공은 술을 깨시요
왕효염이 정신을 차리며 참 기괴한 일이다 하였다.
주씨 부인이 말하기를 세상 일이란 스스로 미혹한 가운데서 생기는 일이거늘 무엇이
기괴하단 말이요.
왕공이 말하기를 분명히 손님을 따라 밖으로 외출하였거늘 어째서 집 안에 누워 있단 말이요.
주씨부인이 말하기를 관인(官人)께서 크게 방탕 하였습니다.
어젯날 두거지 노인을 따라간 분이 반나절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아 ,
어제 왕기와 옥왜가 찾아 나갔던 바 십오리 밖에서 술이 크게 취하여 길위에 쓰러져
인사 불성이 된 것을 마차에 태워 집에 모셔온 것이 하루가 지나고 하루밤이 지난 지금에야.
깨어난 것이요.
관인은 이제부터 자중하시고 아무 래역도 모르는 사람과는 교제하지 마시요.
당신이 만약 벌판에 쓰러저 누우면 당신 체면이 무엇이 되며,
또한 고을 사람들의 웃음 거리 밖에 되지 않을 것이요.
왕공이 사과하며 부인의 말씀을 명심 하오리다.
내가 생각하기로 어제의 그 분들이 분명 신선들이 틀림 없습니다.
주씨부인이 말하기를 두 거지 노인을 어찌 신선이라 하십니까?
왕공이 말하기를 그 들의 말하는 것을 들어보나 그들의 동정을 보아 신선인 줄 아오.
주씨부인이 다시묻되 무슨 연유로 신선이라 여깁니까?
왕공이 말하기를 내가 자금을 준다고 해도 거절하고 그 다음 날 불과 몇걸음 옮겼는데
십오리를 가버린 점 노래 불러 준일 술 따라 준 일 등이며 또한 산위로 올라
연꽃을 따 준 일 자초지종을 한바탕 설파하였다.
또 겨우 석잔 술로 일일 일야를 크게 취하여 잔 일,
가지가지 괴이한 일이 신선이 아니고 어찌 이런 기이한 일을 하리까?
주씨부인이 말하기를 내 일찌기 들으니 세상에는 별별 사람이 많으니 축지법을 써서
한 걸음에 십리씩 하루 사이에 수 천리를 가고,
또는 미약을 술 속에 타서 사람을 혼절케 한 다음 금전도 훔치고 의복도 벗겨 간다 하오니
당신도 앞으로 조심하시고 후회하는 일이 없게 하시요, 당부 하였다.
왕효염이 듣기를 다하고 스스로 인정하기를 부인은 여자인지라 그와 맞대고 앉아서
분별하다가는 반드시 말 발이 서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그의 뜻이나 따라주는 것이 편할 것 같아 부인 말이 옳다 하고,
부인 말씀대로 앞으로는 삼가하리라. 대답함에 부인은 물러가고
효염은 홀로 서재에 앉아 앞 날을 깊이 생각 하였다.
금중(金重)두 글자는 합하면 종(鍾)자가 분명하고 무심창 세글자는 창(昌)자 속에 점을 빼니
여(呂)자가 분명하였다.
바로 종(鍾)과 여(呂)의 두 선인이 와서 나를 제도하려 함인데 내가 인연이 없기로 당면했던
인연을 스스로 버린 것이다. 이놈의 밝은 눈이 명태껍질을 뒤집어 써서 알아보지 못했다.
스스로 탄식하고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가 서로 작별 할때 만날 기회가 멀지 않고 삼삼(三三)을
일렀으니 삼월 삼일이 틀림 없고 떠나는 곳이 만날 곳이(離處遇)라 한 것이요.
만연교(萬緣橋)란 일만가지 법이 다 돌아 온다는 것임을 깨닫고 스스로 마음이 한없이 기뻣다.
세월의흐름은 화살 같이 빨랐다.
어느새 겨울이 지나고 새 봄이 되었고 삼월이 되자 바로 초 삼일이 되었고,
왕효염은 남 모르게 가만히 집을 떠나 옛길을 찾아 다리 앞에 다달았다.
여러시간을 기다렸으나 아무런 자취가 보이지 않음으로 마음이 초조해저 다리 난간에
기대서서 동서 사방을 살피고 있을 즈음 홀연히 등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왕효염공은 어찌 이렇게 빨리 왔느냐? 하였다.
왕효염이 머리를 돌이켜 보니 작년 겨울에 만났던 두 분 선인인 지라 황망히 달려가
옷자락을 부여잡고 말하기를 두 분 대선 께서는 한 번 가신뒤에 제자를 잊지 않으셨나이까?
금중 무심창 두 분이 여전히 거지 차림으로 다리위에 좌정하니 효염이 두 무릅을 꿇고
고해 말하기를 제자 왕철(王철? : 吉자가 세자, 편의상 철이라 함 기쁠희자 같음)
이 왕가가 고기눈에 보통의 태의 소생이라 하늘의 천선이 하강하심을 알아 보지 못하고
많은 죄과를 지었으니 용서 하심을 바라오며 오늘에 다시 선안(仙顔)을 보여주시니
삼생에 큰 행복이로 소이다.
원컨데 미혹의 길을 벗어나서 깨달음의 길로 오르게 하소서.하고 머리를 땅에 부딪혔다.
두 분이 크게 웃음에 입안에서 황금빛이 나타나 사람의 눈을 부시게 했다.
잠시 우러러 보는 사이에 두 거지 노인은 형상이 완전히 달라저 있었다.
**왼편 한 사람은 머리에 쌍 상투를 짜고 몸에는 학창의(鶴창衣 : 학 날개 옷)를 입었으며
얼굴은 붉은 대추빛 같고 눈은 샛별 같고 백발 수염은 가슴 앞까지 늘어졌으며
손에는 흰 깃털 부채(白羽扇0를 잡고 있었다.
바른편 한 분은 머리에 구양건(九梁巾)을 쓰고 몸에는 누른 도포를 입었으며
얼굴은 보름달 같이 명랑하고 눈빛은 사람을 쏘는 것 같고 긴 수염은 다섯 갈래로 나부꼈다.
바로 이분들이 종리노조(鍾離老祖)와 여조순양(呂祖純陽)이신 천선(天仙)이였다.
왕철이 엎드려 절하고 감히 우러러 보지 못하고 있을때 여조 말씀하시길
**예전 상고(上古)시대의 사람의 마음은 순수하고 진실하였고 풍속이 어질고 순박해서
도를 전해 주는자 먼저 신통변화의 술법을 가르쳐 그 몸을 보호하고 지키게 한 뒤에
마음 공부(현공 :玄工)를 전하여 진(眞)을 이루게 하였고,
**지금의 세태는 각박하고 인심이 옛날과 달라 만약에 술법을 먼저 가르치면 도리어
그 몸을 헤치니 마음 공부 (현공 :玄空 : 마음공부 : 마음의 성품을 수련하는 공부)를 먼저
전하고 도를 이루게 함이니 성도만 하면 만법이 모두 통하여 술법을 구하지 않을 지라도
스스로 알아질 것이니 이것을 도교의 전진(全眞)의 가르침이라한다.
여조가 전진의 묘리(全眞妙理)는 다음 글을 보라,
****전진 묘리(全眞妙理)
완전한 참된 묘한 이치 (전진묘리)란 것은 순진(純眞)해서 거짓이 없다는 뜻이다.
전진의 묘리(全眞의 妙理) : 완전한 참 됨의 오묘한 이치
완전한 참 됨의 오묘한 이치는 (全眞妙理 :전진 묘리) 참으로 순수하고 진실하여(純眞 : 순진)
거짓 됨(假)이 없다는 뜻이다.( 참으로 하나이지 둘이 아닌 것 : 진일 불이 : 眞一不二)
어느 사람이든 참된 마음이 없으리요 마는.(人誰無眞心)
한 번 뒤집히면 바로 참 됨이 아니다.(一轉卽便非了)
어느 사람이든 참 된 의식이 없겠는가 마는 (人誰無眞意)
한 번 잡 되게 섞이면 바로 참됨이 아니다.(一雜卽便亡了)
어느 사람이든 참 된 속 마음 (眞情) 없겠는가 마는 (人誰無眞情)
한 번 한 쪽으로 치우치면 바로 중심에서 기울어 지느니라.(一偏卽便差了)
**처음의 본 마음이 참된 마음이나 허상(虛相)을 원인으로 변해버리면 거짓 된 마음이 된다.
(初心爲眞 變幻卽爲假心 )
**본래의 의식은 참된 것이나 이리 저리 헤아리면 거짓 의식으로 변한다.
(始意爲眞 計較卽爲假意) 본의 아닌 고의(本意 아닌 故意)
**지극한 속 마음은 참 됨이나 어긋나고 기울어지면 거짓 실상(實相: 속마음)으로 변한다.
**(至情爲眞 乖戾卽爲假情) 본의 아닌 감정 (本意 아닌 感情)
**초심(初心)이란 고유(固有)한 본심을 말하는 것이니,
하늘 같이 순수하고 어짐에서 나오는 마음이요.
**처음 의식이란 빛깔과 기운이 보태지지 않은 근본 의식을 말함이니,
하늘의 이치에서 나오는 진공과 같은 의식이다.
**지극한 중심(속정)이란 본래 실상(속 마음)을 말함이니
하늘과 같은 성품에서 나오는 순수한 속 마음이다.
**마음 중에 참된 의식이 있고 또 참된 속 마음 있다.
그 사람의 동정(動情 : 움직이는 뜻)을 보면 그 가운데서 참 된 마음과 참된 의식을
(진심 진의 : 眞心 眞意)볼 수 있다.
(동정에서 나타나는 광경을 가지고 그 사람의 마음과 의식의 참 됨과 거짓을 살필 수 있다.)
(心中 有眞意 有眞情, 情中 方見眞心眞意)
마음 가운데 참 된 의식이 있고 참된 실상인 정(情)이 있다.
참 된 실상 가운데서 참된 마음과 참 된 의식을 보는 것이다.
참 된 실상(情)가운데서 나타나는 광경(光景)을 가지고 그 사람의 마음과 의식의 참 된
상태를 볼 수 있다.(心中有眞意 有眞情 情中 方見眞心眞意)
*** 참 된 마음이 피어남으로 참 된 의식이 되고,(由眞心發而爲眞意)
참 된 의식이 피어남으로 참 된 정(情)이 되고 (由眞意發而爲眞情)
이 실상의 정(情)은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是情卽自然景象)
때 라는 것은 천기의 나타남이다.(천기의 나타남이 아닌 것이 없는 것이다).(無時弗天機之呈露)
그러한 즉 사람이 참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然則人可不眞哉)
***사람이 참 된 마음이 없다면 참 된 의식도 없고(人無眞心卽 無眞意)
만약에 참 된 의식이 없다면 참 된 실상의 정(情)도 없는 겄이다.(無眞意卽 無眞情)
**만약 참 되지 않는다면 세상 만사 하나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참 됨이 아니면 모두가 가짜이다.
*** 도를 닦는 선비들을 보건데 움직이려면 삿된 상념들이 빠르게 일어나는데,
상념하는 생각들이 삿 되면 마음은 참 된 곳을 잃어버린다.
(嘗見修道之士 動則私念迭起 念之私卽 心不眞處)
고요하고자 하는 상념을 쫓아가고자 한다면 이미 마음은 참 된 곳이 아니다.
(靜則欲念相循 念之欲卽 心不眞處)
삿 된 욕심이 끊어지지 않으면 혹은 참 된 의식이 피어 나드라도 완전한 참 된 의식이 아니다.
(私欲不絶 發或全無眞意)
혹은 반은 참 되고 반은 가짜이다. 반은 참 되고 반은 가짜라면 하늘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이
서로 버렸다는 때가 이 뜻이다.(사람은 넘어 섰으나 그러나 하늘도 아닌 상태)
(或半眞半假卽 半眞半假之際 正天人相棄之時 是意也)
움직이려는 생각도 고요하려는 생각도 다 같은 생각이니 움직이려거나 고요 하려거나 하며
일어나려는 생각에는 참 되게 머무를 곳이 아니다.
움직이려는 마음과 고요 하려는 마음이 모두 비어저야 비로소 하늘의참 됨(天眞)이다.
삿된 욕심을 끊지 못하면 참 마음이 피어 나드라도 완전한 참 된 의식이 아니다.
반은 참 됨이요 반은 가짜로 참 됨과 가짜가 반반 섞였을 때
하늘과 사람이 함께 버렸다는 때가 바로 이뜻이다.
그러니 마음의 움직임을 천 인이 다 보고 있어 열 눈이 지켜보고 열개의 손이 가리킨다는
뜻이 이것을 말한 것이다.
참 된 도를 경험하려면 먼저 참된 실상(情)을 경험해야 한다.
참 된 실상을 경험하면 참 된 마음과 참 되지 못한 마음을 알 수 있다.
참 된 의식과 참 되지 못한 의식을 알 수 있다.
(驗眞道 先驗眞情 驗眞情卽 可知心眞與未眞 可知意眞未眞)
그러므로 참 된 도를 닦으려면 반드시 처음 시작하는 의식을 유지하고,
의식이 정성스러우면 마음 또한 정성 스럽다.
곧 마음이 피어남으로 실상(情)또한 정성스럽다. 바로 정성 그 자체가 참 됨이다.
(故修眞之道 必以意始 意誠心亦誠 卽心所發之情亦誠矣 誠斯眞也)
정성이 참 되지 않는다면 말 하는 것을 보고 말이 정성스럽지 않다면 참 된 말이 아니다.
하는 행동을 보고 행동에 참 성품을 거느리지 못한다면 참 된 행동이 아니다.
(誠若不眞 見之於言則 言不由衷 非眞言也 見之於行則 行不率性 非眞行也)
수도하는 사람이 수도 할 때 마음 밖의 마음을 버리고 (가짜를 버리고 참 됨을 구하고)
의식 밖의 의식을 버리고 (외면적인것을 버리고 내면에 힘씀)
실상(情)밖의 실상을 버리고(情)(있는 것(有)을 버리고 없음(無)를 가짐,)
생각을 일으키고 말을 할 때는 하늘의 밝고 맑고 어진 마음을 일으키고,(修之者 修去 心外心 意外意 情外情 當於擧念發言 提起天良 )
사람의 마음(人心)을 놓아버려라,(이것이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생각을 일으킨다면 삿된
마음이요. 말만 꺼내면 망녕된 말이 되니 수도 하는데 크나 큰 마장이다.)
(放下人心)
그 마음이 두가지가 되어 의심 하는 일 그 의식이 혼란 스러운것 그 실상(情)을 잘 못 되게
사용하는 일 일체 허락하지 않는다.
(不許 疑二其心 混難其意 誤用其情 )
참 마음 참된 의식 참된 실상(情)이 바르게 되어야 하고 털 끝 하나라도 거짓이면 불가하다.
(方爲眞心眞意眞情 一毫不假)
곧 이것이 참 된 도이다. 참 된 도가 온 우주에 행해지니 그래서 완전히 참 됨 이라고 말한다.
(卽是眞道 眞道遍行 故謂之全眞也)
여조(呂祖)께서 완전히 참 됨의 지극한 이치를 다 말씀 하신 다음에는
**연기축기(煉己築基) ; 몸을 단련하여 축대를 쌓듯이 터를 닦는 것을 말한다.
(몸에서 기운이빠저나가 누설되는 여러 기관을 단속하는 공부이다.
예전에 오래 동안 장좌 불와(오래동안 앉아서 눞지 않는 것)
하는 것도 이 터를 닦기 위한 하나의 공부 방법이다.)
**안로입정(安爐立鼎) : 화로를 안치하고 솥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마음을 안정하고 도를 세우는 공부,
**채약환단(採藥還丹) : 약을 채취하여 단을 이룸 : 정 기 신을 한데 모으는 공부.
**화후추첨(火候抽添) : 불을 때고 바람 불고 하여 더하고 빼는 공부.
숨 쉬는 기운 숨 결을 조화시키는 공부,를 가르켜 주시니,
왕효염 두 번 절하여 가르침을 진심으로 받아 받들었다.
스승님이 다시 말하기를 효염이 네가 도를 성취한 뒤에 빨리 산동 땅에 가서 일곱 사람을
건저 주어라.
일곱사람(七眞)이란 것은 앞전에 신선 집성촌에 연못에서 건저 올린 일곱 송이
연꽃을 말한다. 이 연화의 주인 인 것이다.
여조께서 누차 부탁하시고 종리(鍾離)노조와 더불어 몸을 한 번 솟구치더니 하늘과 땅에
황금 빛을 뻗히며 보이지 않는 지라 왕효염이 허공을 바라 보며 여러번 절을 하였다.
그 당당하고 떳떳한 신선님들의 얼굴을 떠 올리며 묵묵히 상념에 젖어 있을 즈음
왕기와 옥왜가 달려와 아뢰기를 우리는 마마님의 명을 받들어 아버님을 찾아 나왔나이다.
하고 빨리 집으로 가시기를 청 함에 효염이 천천히 걸어오며 여조께서 전해 준 도를
가슴 속에 깊이 새기며 집에 돌아와 안채로 가지 않고 곧장 서재로 가서 않았다.
부인은 왕공이 돌아 옴을 보고 듣고 곧 쫓아 나와 보니 왕공이 묵묵히 않아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지라 부인은 한참을 바라보다 왕공을 향하여 말하기를 공직에 있는 사람이
경솔하게 누차 외출하여 항상 소첩으로 하여금 근심케 하시니 다만 두려운 일은
품행을 잘 못하여 고을 사람들로 부터 상소를 받을까 두렵나이다.
누차 권고함을 듣지 않으시니 장차 이일을 어쩌면 좋겠나이까? 하고 충고 하였다.
왕효염이 바로 현공(玄功 : 마음 공부)를 생각 하느라고 부인이 온 줄도 모르고
부인이 어쩌면 좋겠느냐고 물음에도 본체 만체 하고 다만 입만 따라 대답하기를
무엇을 어쩌면 좋겠다는 말이오? 할 뿐 이었다.
부인은 그의 대답함을 보고 말 발이 서지 않는 것을 보고 두 말 않고 물러 나왔다.
왕효염은 마음 속에 헤아리기를 저렇듯 사람을 흔드니 어떻게 공부를 하며 도를
깨칠 수 있겠는가?
만약 어떤 방편을 쓰지 않는다면 도저히 속세의 인연을 떼지 못하고 몸을 마치도록
해탈하지 못할 것이다. 생각 끝에 하나의 계책을 세웠다.
거짓 중풍으로 말 못하는 병을 꾸며서 얽힌 줄을 끊으리라.
작정하고 바로 바보 모양을 하며 신음 하는 모양을 보이고 또 안채에는 일체
들어가지 않고 서재의 찬 방에 누워 있었다.
주 부인이 이런 정상을 보고 마음으로 근심을 놓지 못하고 하루 몇 차례씩 나와 물으니
다만 입만 나불 거리고 말을 못하며 신음 하는 소리를 내면서 체 머리를 계속 흔드니
주 부인이 어찌 할 줄을 몰라 옥왜를 시켜 평상시 우정이 두텁던 친구 몇 분을 불러왔다.
친구들이 와서 보고 이게 왠 일 인가? 효염공 어찌하면 좋은고 하고 물었다.
왕효염이 체머리를 흔들면서 입을 나불 나불 하며 말을 못 하고 다만 긴 한 숨만 쉬고
있는 지라 친구 가운데 나이 많은 년장자가 말하기를 내 생각에는 효염공이 중풍 인가
싶으니 이름난 의사를 빨리 불러와 진맥하여 정황을 정확하게 알아 보라 하였다.
주 부인이 문 밖에서 있다가 이 말을 듣고 옥왜에게 명령하여 의사 선생을 모셔 왔다.
의사가 오자 여러 친구들이 선생을 앉으라 하고 효염의 병 증상을 말하니
의사 효염을 좌우로 진맥을 해 보더니 아무 별다른 병맥이 없다 하며 여러분이 중풍이라
말씀하니 과연 그런 것 같다 하고 종이와 먹을 주라하여 천궁삼전 방풍 반량(川芎三錢
防風半兩) 약 방문을 써주며 이 약을 몇 첩을 쓰면 곧 회복 될 것이요 하였다.
여러 친구들이 빨리 약을 지어 쓰라 하고 한가로운 잡담을 하며 차 대접을 받고
사례하며 효염공은 옥체 보중하시요. 우리 다시 와보리다. 하고 작별 하니 왕효염은
고개만 끄덕였다.
왕효염이 원래 병이 없는 사람 인지라 거짓으로 병을 핑게 삼아 모든 얽힌 것을 끊고
현공(玄功 : 마음공부)을 깨치려는 깊은 뜻을 의사가 어찌 알았으리요.
주 부인이 손님들이 흩어저 감을 보고 곧 아들 추랑을 불러 서촌 약방에 보내어 약을
지어다가 급속히 다려 추랑으로 하여금 약을 올리게 하였다.
추랑이 서재로 나아가 아버지를 부르며 약을 드리니 아버지 두 눈을 부릅뜨고 한 다리를
허우적 거리니 추랑이 놀라 뛰어 나와 그 뒤로는 두번 다시 부친 앞에 가지 못하였고
추랑이 나간 뒤에 효염은 가만히 약을 으슥한 곳에 쏟아 버렸다.
그 후로는 옥왜 하나만 드나들며 차와 물을 올리고 다른 여종 들은 감히 문 앞에 얼씬도
못하였다. 남 들이 볼 때는 다리를 절뚝 거리며 눈을 부라리고 노기를 띄우니
그 후로는 아무도 곁에 가려 하지 않았다.
그 이가 병이 든 이후로는 가정의 일을 혼자 단 독으로 처리 하게 되어 한가 할 틈이 없었다.
또 한 친구들이며 친척들도 그 사람의 병상을 보고 두번 다시 오지 않고 사람들이
하는 말이 그렇게 좋은 사람 왕무거가 가엾게도 몹쓸 병이 들었구나.하고
불쌍하게 생각 할 뿐이엇다.
왕효염이 다른 사람을 일제히 멀리하고 적적하고 고요한 서재에서 맑고 맑고 고요하고
고요하게(淸淸靜靜)하게 홀로 있어 도를 깨닫고 참 됨을 닦기 위하여 홀로 타좌(打坐)
하였으니 이렇게 12 년간을 지극 정성 하여 대도(大丹)를 성취 하였다.
아내를 벗을 삼고 자식을 도반 삼아 목 마르면 물 마시고 배고프면 밥 먹도다.
그 모양을 보아하니 보통 사람과 일반이네.
그 분이 도 닦는 줄 그 뉘라서 알았으며 십년하고 두해를 더하여,
공이 가득차고 보니 순진 할사 양신(陽身)하나 뚜렷이 나타났네.
세상에 많고 많은 수도 하는 사람중에 누가 능히 그 몸 버려
저 모습 대장부의 모습 얻으련 가?
(妻爲朋來子爲伴, 渴飮茶湯飢餐飯,
看來與人是一樣, 誰曉他在把道辨,
一十二年功圓滿, 陽身頂上來出現,
世上多小修行人, 誰能捨得這樣幹,)
왕효염이 집에서 큰 도를 닦아 크게 이루고 능히 양신(陽身 ; 자타가 다 볼 수있는 변화신)
을 나타내고 몸을 나누는 변화신(分身)을 나타내니 스스로 하나의 도호(道號)를 지어
중양(重陽)이라 하였다.
우리가 흔히 집에서 도를 이루고 땅에 서서 부처(立地成佛)를 이루는 것을 외치나
왕중양 선생과 같이 도를 이루고 신선이 될(成道成仙)수행을 하고 있느냐가 문제이다.
입으로는 도 닦는다 하고 자고 나면 집안 걱정 처자 근심으로 하루 일과를 삼는 것이
너 나 없이 한가지이다.
왕중양의 12년 수행을 돌이켜 보면 우리들의 수행하는 것이 진실한가? 부실한가?
이미 인연을 맺은 일인 지라 집안 걱정 처자 걱정은 피하지 못할 사정이거니와
이른바 도를 배우는 자로서 생각 한다는 것이 남의 장단이나 말하고 입만 벌리면
시비를 일 삼으니 이것이 자기 망각이요.
자신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격이다.
이렇게 하고도 도를 이룰 것인가 통렬히 반성해야 할 일이다.
왕중양이 어느날 밤 서재에서 타좌하여 한 생각도 내지 않고 자타 삼라 만상이 고요할때
(대정 : 大定)에 들었을 때 홀연히 들으니 허공에서 불러 말하기를 왕중양은 빨리
하늘에 올라와 하늘의 부름을 받으라 하였다.
중양이 허공으로 솟구쳐 보니 태백성군(太白星君)이 구름 속에서 하늘의 조서를 나리거늘
중양이 꿇어 앉아 들으니 옥으로 만든 조서를 들고 말하기를
너 중양은 생각컨데 모진 의지로 수행하고 12 년 동안 털긑 만치도 허물이나 과실이 없으니
이제는 도과가 원만하여 특별히 너로 하여금 개화진인(開化眞人)에 봉해 주노니
속히 산동에 가서 세상을 건지고 일곱 진인을 제도하여 오르게 하라.
성공한 뒤에는 달리 더 공을 더할 것이니 너는 삼가 하늘의 조서를 받들라.
(念爾重陽, 苦志修行, 一十二載, 毫無過失,
今則道果圓滿, 特封爾爲開化眞人, 速往山東渡世,
早使七眞上昇, 成功之後, 別封加贈, 爾其欽哉,)
조서 읽기를 마침에 중양이 두번 절하여 사은하니 태백성군이 말하기를 진인은 조속히
산동에 가서 세상을 건지라 어려운 난을 두려워 하지 말고 천제의 마음으로 염려하심을
간직하고 있으면 다른 날 반도회상(蟠桃會上)에서 서로 만나 기쁘게 담소하리라.하고
태백성군이 하늘의 관리로 돌아가니 중양은 다시 서재로 돌아와 타좌 하였다.
어느날 새벽 일찍이 옥왜가 세수 물 을 들고 서재로 나와 보니 방 문이 잠겨 있는 지라
급히 주모에게 보고하니 주씨 부인이 두 시종을 거느리고 서재로 달려와 문 밖에 서서
큰 소리로 불러 보았으나 방 문을 열어 주지 않으므로 효염 공이 반드시 죽은 줄로
짐작하고 드디어 문을 부수고 방 안으로 들어가 보니 효염 공은 간 곳이 없었다.
주 부인이 놀랍고도 다급하여 곧 사람들에게 명령하여 사방으로 찾았으나 전혀 종적이
없음에 주 부인이 대성 통곡하니 동네 사람들이 놀라 일제히 달려와 연유를 물음에 옥왜가
나서서 일장 사실을 알리니 동네 사람들이 일제히 나서서 길 을 나눠 찾으려 하였다.
그 가운데 예지력 있는 한 분이 나서서 말하되 그대 들은 애써 효염공을 찾지 말라.
내가 보건데 왕효염은 범속한 분이 아니라 반드시 신선이 되었을 것이요. 하였다.
동네 사람들이 묻기를 어째서 신선이 되었단 말이요.?
그사람 대답하여 말 하기를 왕공이 서재에서 12년 동안 앉아 일찌기 한 걸음도 옮긴 적이
없는데 중풍을 핑계로 속세와 인연을 끊기 위한 일이요.
내가 전 날 보건데 얼굴에 붉은 빛이 가득하고 눈의 신령스런 빛이 사람을 쏘는 것 같았으니
신선이 아니고 어찌 능히 그럴 수가 있겠는가 말이오.
동네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반신 반의하며 일제히 말하되 저 분 말씀 같이 왕공은 진실로
신선이 되어 구름을 타고 하늘로 승천 하신것이라 하였다.
주씨 부인도 이 말을 듣고 비통함을 많이 덜고 동네 사람들은 각자 흩어저 돌아 갔다.
왕중양은 어느날 둔갑술(토둔법 :土遁法)을 써서 대위촌(大魏村)을 떠나서 산동을 바라고
수 천리 먼 길을 달려 왔다.
그러나 칠진(七眞)은 볼 수 없었고 다만 만난 사람이 두 명 있었는데 두사람 중에
한 사람은 명예를 찾는 사람이고 한다른 사람은 돈 벌이에 급급 했었다.(一個爲名之人 一個爲利之人)
두 사람을 제외 하고는 별 다른 인물이 없는 지라 보아 하니 제도 할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으므로 다시 섬서땅으로 돌아와 종남산(終南山)에 다다라 보니 하나의 흙산이
백리에 늘어 서 있고 맑고 으슥하여 몸 을 숨길 만 한지라 깊숙히 숨어 엎드려 있다가
다시 수행 할 사람을 찾는 것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여 드디어 깊은 땅 속으로 들어가
복기조식(服氣調息)으로 성명(性命)을 이어 나갔다.
끝 없이 넓은 천지에 두 사람 보았으나,(許大乾坤止二人)
한 명은 명예에 집착하고 또 한 명은 돈 벌이에만 정신 없네(一名一利轉流輪)
일곱 진인 알 수 없어 어디로 가야 제도 할 것인가?(七眞未識從何渡)
흙 속에 몸 을 감춰 뒷 날 인연을 기다리자.(土內蟄身待後因)
왕중양이 캄캄한 땅 속에 몸을 감추었으니 하늘의 날 돌아감을 알 수 없었고 거의
반 년을 지났다.(날 가는 줄도 모르고 음식도 끊은지 오래 되었으니 하나의 겨울 잠 자는
땅 두꺼비 같았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쪼개지는 것 같더니 홀연 땅 속이 흔들리며 한 줄기 황금 빛 광채가
땅 속에 번쩍 비춤에 두 분 스승님의 행차임을 알아 차리고 중양이 황망히 땅을 헤치고
올라와 보니 과연 종리권 스승과 여동빈 스승이 동산 위에 나란히 앉아 계시거늘
중양이 땅에 엎드려 감히 우러러 뵙지 못 한지라
여조께서 웃어 말씀 하시길.
다른 사람들은 도를 닦아 천당으로 오르거늘 너는 도를 닦아서 땅 집에 같혔구나.
(別人修道上天堂 爾今修道入地府)
보아하니 너의 공부한 과정이 다른 사람들 과는 틀리구나.
위로는 하늘의 마음을 어기고 아래로는 스승의 유훈을 거역하니 이런 신선도 있던가?
중양이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해 말하기를 제자가 하늘의 뜻을 어기고 스승의 당부함을
어긴 것이 아닙니다.
사실은 산동에 갔었으나 가르쳐 제도 할 만한 그릇이 없는 고로 잠시 은신하여 세상에
도를 닦을 만한 수행 할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려 다시 나가려는 것 입니다.
여조 말씀 하시길 수행하여 도 닦을 사람이 어디엔들 없으랴?
다만 네가 마음을 써서 찾아 보기를 좋아 하지 않아 만나지 못 할 뿐이다.
너는 애시당초에 무슨 도를 배우려 마음을 가졌던가?
우리가 누차 와서 너를 제도하지 않았던 들 너는 몸을 마치도록 한낱 왕효염에 불과 하거늘
어찌 대라금선(大羅金仙 : 최상선 : 最上仙) 얻었으리요.?
너는 다만 편안한 생각만 하고 정진 하기를 즐겨 하지 않고 천하에 사람 없다는 말 만 하고
이게 어찌 그릇된 생각이 아니겠는가?
내가 너를 제도하던 법을 돌려서 남을 제도 할 진데 천하에 제도 할 사람 아닌 사람
한 사람도 없느니라.
예전에 나도 세 번 뜻을 두었을 때 악양 사람들이 알아 보지 못 하므로 동정호 호수를
몸을 날려 건넜으며 그 곳 에도 큰 그릇이 없으므로 북으로 다시 요양(遼陽)에 돌아가
금나라(金國) 유승상(劉承相)을 보니 가히 제도 할 만한 기풍(氣風)이 보이므로
내가 몸소 점을 찍어 말했더니 승상이 마침내 벼슬을 버리고 산 중에 들어가 큰 도를
닦아 이루고 스스로 호를 해섬(海蟾)이라 하여 유해섬이 바로 그다.
그 후에 유해섬도 나의 남쪽으로 찾아 나섬을 본 떠 그도 또한 장자양(張紫陽)을 제도하였고
장자양은 또 행림(杏林)을 제도 하였고 행림은 또 진치허(陳致虛)를 제도하였고,
진치허는 또 백자청(白紫淸)을 제도하고, 백자청은 다시 유영년(劉永年)과 팽학림(彭鶴林)을
제도 하였으니 이 일곱 신선이 모두 도과(道果)를 이루었으니 도를 증득한 이들을
남 칠진(南七眞)이라 이르는 것이다.
**남쪽 일곱 진인은 성품과 몸의 공부 중에 먼저 색신인 몸을 단련하는 공부를 기초로 하여
다음에 성품 공부로 도를 완성 하신 분 들이다.
이 당시에 나도 가히 제도 할 만한 인물이 없다 하였던 들 누가 누구인 줄 알고 그 많은
사람을 제도 하였겠느냐?
천하가 크고 사해가 넓으며 묘한 이치 끝이 없는 가운데 이에 이른 사람이 적지 않커늘
어찌 제도 할 사람이 없는 이치가 있겠는가?
이제 북쪽에 가서 일곱 진인이 있으니 유. 담. 왕. 학.마. 구. 손.(劉譚王학馬邱孫)씨 이다.
**북쪽 일곱 진인은 먼저 마음인 성품 공부를 하고 다음에 몸의 공부도 완성한 분들이다.
누차로 여러번 일렀거늘 네가 제도하지 않으니 어찌 너의 력량이 유해섬만 못 하더냐?
정령 그만 못한게 아니다 다만 두렵고 어려워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니라.
여조께서 일장 연설을 하시니 중양이 문득 막혔던 구멍이 열리는 듯 황송 하게도
사죄하며 등 골에 땀이 흘렀다.
**** 여조 순양을 중심으로 남 칠진과 북 칠진이 나와 남파와 북파로 나뉘어 졌다.
두 번 세 번 정녕히 가르치지 않았느냐?
다만 반도회의 회의 모집이 가까이 다가 와 천하의 수행 하던 진선(眞仙)들을 불러 다 같이
이 회의에 참석하게 하기 위함이다.
저 천도 복숭아 반도(蟠桃)는 곤륜산(昆崙山)에 나는 것이니 천 년간 꽃이 피고 천 년간 열매
맺고 천 년 만에 익는 것이니 삼천년이 된 뒤에 완전히 성숙하여
그 복숭아가 파두(巴斗 : 큰 사발)만 하게 크고
붉기는 불 덩이 같으니 한 덩이만 먹으면 능히 천 년 간 을 더 사는 것이다.
우리 서왕모(西王母)께서 혼자 독단의 즐거움만 생각하지 않으시고 천하의 선불신성(仙佛神聖)
들로 하여금 더불어 다 함께 즐겁고자 하여 삼천년 만에 대 연회를 베푸시는 것이니
그 모임을 군선대회(群仙大會)라고 하는 것이다.
한 번 모임에 새로 닦아 이룬 신선들을 불러 이 회상(會上)의 빛과 영화를 더 한 층 빛나게
하는 것 인즉 만약 예전의 신선들 만 모이게 한다면 천하에 수행하여 도를 배울 인사가
없을 것 임에 반드시 서왕모 께서 즐거운 마음이 덜 할 것이다.
상고(上古)시대엔 매 일회 때 새로 탄생한 신선들이 천 여명씩 이나 되었고
중고(中古)시대에는 새로 탄생한 신선들이 수 백 사람이나 되었고.
오늘 날 하세(下世)에는 수가 많지 않으므로 너에게 일곱 진인을 건지도록 부탁 한 것이다.
한 가지로 반도 회상에 나가서 그 회로 하여금 장엄스런 위엄을 나타내고 빛과 채색을
더 하게 하라. 눈 앞에 반도가 붉게 익었나니 너가 만일 시일을 지연 시키면 이 번 기회의
인연을 그르치고 또 다시 삼천년을 기다려야 될 것이니 애석한 일이 아니겠는 가?
이 한 말씀에 투철히 설득된 중양 진인이 다시 무릅을 꿇고 고하기를 제자 이제 조사님의
가르침을 듣사오니 꿈을 깬 것 같습니다.
이제 바로 산동에 가서 개화(開化)시키려 하오니 바라건데 조사님께서는 앞 길을 바르게
가르켜 주십시요.
종리노조 말씀 하시기를 땅은 빽빽하고 사람은 조밀 한 즉 너는 조밀한 사람들 한 가운데
한데 섞여서 몸을 나타내 법을 설 할 진데 사람 들이 저 알아서 제 스스로 찾아 올 진데
너가 그 가운데서 도를 열어 인도 하면 큰 공을 이룰 것이다.
이로부터 가거든 바다해(海)자를 만나면 머물고 또한 마(馬)자를 만나면 일어날 것이요.
구(邱)를 만나거든 그쳐라
종리노조는 일장 설파하고 여조와 함께 구름을 타고 자취를 감추었다.
왕중양이 다시 산동으로 향하여 와서 한 날은 한 고을에 다다랐으니 분명 영해현(寧海縣)
산동 등주부 관내(山東登州府管內)이라 중양 진인이 조사 말씀을 기억하며
이곳이 정녕 머무를 곳 이라 작정하고 손에 쇠 바가지 한 개를 들고 거짓 구걸 행세를
하며 여조 께서 예전에 자기를 제도 하듯이 거짓 걸인 행세를 한 것은
실상 수행할 인물을 두루 찾아 다닌 것이다.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