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3 들판이 적막하다. 정현종 들판이 적막하다 정현종 가을 햇볕에 공기에 익은 벼에 눈부신 것 천지인데 그런데 아, 들판이 적막하다. 오 이 불길한 고요 생명의 황금고리가 끊어졌느니 2022. 12. 28. 산수유나무의 농사 문태준 산수유나무의 농사 문태준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터트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 마음의 그늘이 옥말려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보아라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게 아니다 그늘 또한 나무의 한 해 농사 산수유나무가 그늘 농사를 짓고 있다 꽃은 하늘에 피우지만 그늘은 땅에서 넓어진다 산수유나무가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 끌어모으면 벌써 노란 좁쌀 다섯 되 무게의 그늘이다. 2022. 12. 8. 눈 김수영 눈 김수영 눈은 살아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2022. 12.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