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을 암살하려 하였으나
장량은 세상에 익히 알려진 경세가이며 전략가이다. 일찍이 한나라 고조 유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하는데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자(字)는 "자방"(子房)이고 원래 전국시대 "한"(韓)나라 사람이다.
용모가 수려하여 여자 같았으며, 젊어서 공부에 전념하여 다섯 수레의 서책을 읽은 박학한 선비였다. 그의 조부와 부친은 일찍이 벼슬로 나아가 한나라의 재상을 지냈다.
진나라의 진시황이 장량의 조국인 한나라를 멸망시키자 망국의 슬픔을 맛보면서 복수를 위해 절치부심하였다. 장량은 진시황을 죽여 조국의 원수를 갚기 위해 만금의 재산을 털어 용사를 백방으로 모집하였다.
마침내 120근 무게의 철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용사 한 사람을 찾았다. 이 용사가 바로 창해 역사였다. 장량과 그 용사가 진시황을 암살할 궁리를 하고 있던 차에 진시황이 동쪽으로 순행하여 "박랑사"(博浪沙)에 도착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장량과 용사는 진시황이 움직이는 길에 매복하고 있다가 기회를 포착하는 순간 진시황이 타고 있는 수레를 겨냥하여 120근 철퇴를 힘껏 던졌다. 수레가 박살나며 수레에 탄 사람이 즉사하였는데 애석하게도 암살을 대비하여 진시황으로 가장한 수행원들의 수레였다. 장량은 진시황 암살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이때부터 쫒기는 신세가 되었다.
도망자 신세로 전락
진시황은 노기충천하여 장량 등 자신의 암살 기도범을 잡아들이라는 체포령을 전국에 내렸다. 도망자 신세가 된 장량은 성명을 바꾸고 "남양"(南陽)지방으로 가서 일단 몸을 숨겼다가 다시 "패국"(沛國)으로 옮겼다.
패국 "하비"땅에서 줄곧 숨어 살았으며 그곳에서 "패국인"으로 행세하였다. 장량은 수배자로서 집에만 틀어 박혀 좀처럼 외출하지 않았다.
어느 해 엄동설한에 거위털같은 함박눈이 하늘 가득 쏟아지는데 온갖 길이란 길에는 사람의 자취마저 끊어진 듯했다. 장량은 이 광경에 홀연 기분이 들떠서 바깥출입을 하고 싶어졌다.
쏟아지는 눈 속에 혼자 집을 나와 어슬렁어슬렁 눈 구경을 했다. 한참을 걷는데 앞에 높다란 다리 하나가 나타났다. 한 계단씩 올라가 다리위에 올라보니 다리 난간에 수염이 하얀 노인 한 분이 앉아 있는데 머리에는 까만 비단 모자를 쓰고, 몸에는 누런 옷(黃衣)을 입었으며 손에는 붉은 지팡이를 짚고 발에는 암홍색의 신발을 신었다.
장량은 그 모습이 참으로 괴이하다고 여겼다. 그 노인은 장량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무심코 한쪽 다리를 흔드는데 신발 하나가 벗겨지면서 다리 밑 물가로 떨어졌다.
신발을 주워 오라며, 장량을 시험하다
신발을 일부러 떨어뜨린 그 노인은 장량을 주시하면서 거리낌없이 한마디 했다. "젊은이! 다리 밑으로 내려가 신발을 좀 주어 오게나!" 갑자기 이런 무례한 모욕을 당한 장량은 얼굴이 붉그락 푸르락 거의 분노가 폭발할 지경까지 갔다.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니 상대방은 자기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노인이다. 이 생각이 미치자 곧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다. 기꺼이 원했다는 듯이 다리 밑으로 내려가 신발을 주워 공손히 두 손으로 받들어 노인에게 건넸다.
이번에는 노인이 뜻밖에도 다리를 쭉 펴면서 장량에게 명령한다. "빨리 신발을 신기거라!" 장량은 그 말에 아무런 내색없이 조심스럽게 노인의 발에 신발을 신겼다. 노인은 그때서야 만족한 듯 한바탕 웃었다.
장량을 두 번 퇴짜 놓다
황색 옷을 입은 노인은 장량이 몸을 굽혀 한마디 불평도 없이 신발을 신겨주니 만족한 듯 미소를 짓고 하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한마디 던졌다. "이보게 젊은 친구, 가히 가르칠 만하구나! 내일 이른 새벽에 이곳으로 나오게나. 내가 자네에게 한 수 가르쳐 주겠네" 장량은 겸손히 자신을 낮추면서 조용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다음날 첫닭이 울 무렵 하늘이 아직 어둑어둑할 때, 장량은 서둘러 어제의 그 다리로 갔다. 누가 알았으랴! 그 노인이 먼저 와 있었다. 장량에게 훈계하듯 한마디 툭 던졌다. "너는 약속한 시간보다 늦었다. 도(道)를 전하기에는 부족하다. 내일 아침 다시 보자꾸나!"하면서 휑하니 가버린다.
장량은 다음날 새벽이 아닌 자정 쯤 어둠 속을 더듬어 가며 그 장소로 나가니 그 노인이 또 먼저 나와 있었다. 노인은 내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준다고 하면서 훌쩍 사라졌다.
3일째, 장량은 감히 눈 붙일 생각을 포기하고 초저녁부터 다리에서 기다렸다. 잠시 후 도착한 노인은 장량의 충직하고 온후하며 정성스러운 성품을 알아보고는 가슴속 가득 희열을 느낀 듯 만족해했다.
그는 품속에서 책 한 권을 꺼내어 장량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돌아가 이 책을 열심히 읽고 잘 공부하거라. 앞으로 너는 제왕(帝王)의 군사(軍師)가 될 것이다. 너와 나는 장래 "제북"(濟北)에서 13년 후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네가 곡성산(谷城山)에 가면 "누런 돌"(黃石)을 볼 것인데 그것이 바로 나다"
말을 마치고 그 노인은 표연히 나부끼는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한고조 유방의 군사(軍師)가 되어 천하를 통일하다
장량이 노인에게서 받은 책은 "태공병법(太公兵法)"이었다. 이 책을 어떤 사람들은 "황석공서(黃石公書)"라고도 한다. 장량은 이때부터 그 책을 가지고 밤낮없이 깊이 연구하고 또 반복해서 사색하고 탐구하였다.
마침내 병법에 통달하고 신기막측(神奇莫測)한 여러 수법을 터득했다. 세상으로 나와 한고조 유방(劉邦)을 도와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초나라 항우와의 천하쟁패도 승리로 이끌었다. 천하의 제왕이 된 한고조 유방은 장량의 신기막측한 전략에 대해 "장막 안에서 전술 전략을 세워, 천리 밖에서 승부를 결정짓는다 "고 칭찬했다.
유방은 장량을 유후(留侯)로 봉하고 최고 관직인 대사도(大司徒)라는 벼슬을 내렸다. 장량은 이미 자기 조국인 한(韓)나라의 원수를 갚았고 더는 공명심도 없었다. 장량은 한고조 유방에게 "폐하, 저는 인간세상 일체를 버리고 신선 적송자(赤松子)를 따라 세상 밖을 노닐고 싶습니다. 수련에 전념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청했다.
13년 후 예언대로 누런 돌(黃石)을 찾다
이때부터 장량은 황석공이 남긴 책속의 도술을 수련하였다. 운기조식하고 내단(內丹)을 수련하니 몸이 가볍기가 제비와 같아 공중을 마음대로 날 수 있었다. 장량이 옛날 "이교"라는 다리에서 황색 옷을 입은 노인에게서 책을 얻은 지 13년이 되던 해에 장량은 한고조 유방을 따라 "제북""(濟北)으로 가게 되었다.
장량은 노인의 말이 생각나 곡성산(谷城山)으로 갔는데 과연 신기 영통한 "누런 돌"(黃石)을 찾았다. 정성스럽게 그 돌을 가지고 집으로 와서 사당을 세우고 잘 받들어 모셨다. 세월이 한참 흘러 장량은 육체를 남기고 시해선(屍解仙)을 하였다. 유가족들은 장량의 시체와 누런 돌(黃石)을 함께 용수원(龍首原)에 묻었다.
한나라 말기 "적미"(赤眉)의 난이 일어났을 때 장량의 무덤을 누군가 발굴했는데 장량의 시신은 없고 단지 소서(素書)한 편과 병략(兵略)이라는 책이 있었으며, 그리고 그 누런 돌(黃石)이 살아 있는 듯 공중으로 날아오르면서 별똥처럼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신선 설화에 따르면 장량은 신선세계에서 "태현동자"(太玄童子)가 되어 태청경(太淸境)에서 태상노군(太上老君)을 모시고 있다고 한다. 장량의 후예인 장도릉도 도를 닦아 신선이 되었는데 곤륜산 대신선을 배알하러 갔을 때 장량 또한 그곳에서 장도릉과 만났다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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