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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법어 경허선사

우음 偶吟(五篇) 우연히 읊음, (5편) 경허선사 鏡虛禪師

by 성천하지미미자 2023. 4. 18.

우음 偶吟(五篇) 우연히 읊음 (5편) 

 

其一 기일  그 첫째

 

사양공사리 斜陽空寺裡  노을 비낀 빈 절 안에서

포슬타한면 抱膝打閑眠  무릎 안고 한가히 졸다

소소경각료 瀟瀟驚覺了  소슬한 가을 바람에 놀라 깨어 보니

상엽만계전 霜葉滿階前  서리 친 단풍잎만 뜰에 가득해

 

 

기이 其二  그 둘째

 

훤훤영사묵 暄暄寧似默  시끄러운 곳이 오히려 고요해

양양불여면 攘攘不如眠  요란스러운들 어찌 잠이 안오랴

영야공산월 永夜空山月  고요한 밤 산 위에 뜬 달이여

광명일침전 光明一枕前  그 빛으로 한바탕 베개 하였네

 

 

기삼 其三  그 셋째

 

무사유성사 無事猶成事  일 없는 것도 오히려 일이거늘

엄관백일면 掩關白日眠  사립문 닫고 졸다가 보니 

유금지아독 幽禽知我獨  그윽히 지져귀는 새들 나의 고독한 것을 알고

영영과창전 影影過窓前  창 앞으로 와서 어른거리네

 

 

기사 其四  그 넷째

 

나산유적처 那山幽寂處   깊고 고요한 이 산에

기아침운면 寄我枕雲眠  구름을 베개삼아 조는 내 행색

여득기중취 如得其中趣  에헤야 좋을시구 그 가운데 취미를

방광십로전 放狂十路前  제 멋대로 십자 사거리에 놓아 두리라

 

 

기오 其五  그 다섯째

 

유사심난측 有事心難測  이 마음 측량하기 어려운 일

곤래즉타면 困來即打眠  곤하면 잠 자는 것

고금전저구 古今傳底句  예나 지금이나 전하는 이 구절

지재차문전 只在此門前  다만 이 문 앞이 분명하구나

 

永夜 : 고요한 밤 空寂

空山月 : 산 위에 뜬 달 妙有

那山 : 마음 산 심성 산 원각산

十字路 : 온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