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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법어 경허선사

담뱃대와 쌈지를 사서 올려 경허선사 鏡虛禪師

by 성천하지미미자 2023. 2. 23.

수중지일물 手中之一物이 상수래 相隨來하니 저한 這漢이 비성비범 非聖非凡일러라.

 

담뱃대와 쌈지를 사서 올려

경허스님과 작별을 앞둔 만공 滿空스님은 큰 스님이 쓰시는 담뱃대와 쌈지가 너무 오래 되어 해진 고물이기에 새것으로 장만하여 놓고 몇일 뒤에 그 담뱃대와 쌈지를 마지막 선물로 올렸다.

스님께서 그 선물을 받고 무척이나 기뻐하셨다.

그러시고 그 담뱃대와 쌈지를 말년에 끝까지 애용하셨다.

머너먼 삼수갑산 난덕산 기슭에서 임종에 앞서 제자가 준 그 물건들을 꺼내놓고 주인에게

이것들을 내 시신과 함께 묻어주시오,.하고 유언하였다.

왜 그렇게 해야 하오,.

언젠가 이것들을 찾으러 올 사람들이 있어서 그러하오,. 그 주인은 스님이 열반한 뒤에 그렇게 하였다.

그 후 만공스님과 혜월 慧月스님이 그 곳 열반지를 찾아가 가매장한 묘를 헤치고 보니 과연 만공스님이 헤어질 때 드린 담뱃대와 쌈지가 나왔다.

만공스님은 이것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 시신이 만년을 유랑하시다가 객지에서 열반하신 경허스님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경허스님과 만공스님은 법의 인연도 깊었지만 서로 잊지 아니할 그런 표식도 분명하게 해 두게 되어 제자로서 스승께서 벗어 놓은 육신의 자취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 다비 茶毘를 하고 모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