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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법어 경허선사

주지 곳간에서 쌀을 내와 곡차 심부름 시키다. 경허선사 鏡虛禪師

by 성천하지미미자 2023. 2. 24.

천하 납승 衲僧이 물어서 배울 수 없고 닦아서 깨칠 수 없음이여,

영맹 英猛한 호랑이는 땅에 떨어진 고기는 먹지 않는다.

 

주지 곳간에서 쌀을 내와 곡차 심부름 시키다.

 

충남 서산 瑞山 개심사 開心寺 조실 祖室로 계실 때 일이다.

당시 개심사 주지로 오랫동안 있으면서 많은 재산을 모은 동은 東隱스님이라는 이가 있었으니,

그 스님은 해마다 쌀을 모아 논을 사서 중으로서 부자 소리를 듣고 있었다.

조실로 계시던 경허스님께서 하루는 시자 侍者로 있던 경환이라는 사미승을 시켜

주지스님의 방에 깊이 저장된 쌀을 가져오라고 분부하였다. 그러자 경환이 어리둥절하여

스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

하고 으심스럽게 반문하였다.

스님은 의연히 먼저 분부한 대로 명령을 되풀이 하였다.

그 시자가 대답인 즉,

남의 물건을 몰래 가져오면 정직하지 못한 짓인데 어지 그런 일은 저에게 시키십니까 ?,.  하였다 스님은

경허스님은 이놈아 , 너무 정직하기만 한 것도 못쓰는 것이니라. 정직한 체 청정한 체 하는 것도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이는 무서운 도구가 되느니라, 알겠느냐 ? ,.

주지 방에 가서 쌀을 가져오너라 하고 연거푸 명령하였다.

평소 스님을 신봉 信奉하던 사미는 하는 수 없이 경허스님의 말씀에 무조건 복종하기로 하고 쌀을 가지러 주지스님 방으로 갔다.

그런데 주지스님의 쌀광에는 큰 자물통이 잠겨져 있고 스님이 좀처럼 자리를 비우지 않아 쌀광 근처에는 접근할 수가 없었다.

두무지 불가능한 일이어서 한나절 눈치만  보다가 사미는 주지스님에게 실토를 하였다.

주지스님 사실은 조실스님께서  ....

그 사실을 전해 들은 동은스님은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쌀을 예상외로 많이 퍼주면서 시봉에게 투덜거렸다.

조실스님의 농세 弄世는 이제 이런 짓까지 서슴치 않고 하시니 참 알 수 없는 일이로다. 어찌 되었든 노스님께 올려라.,.

시봉은 묵직한 쌀을 조실스님에게 바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 쌀을 아래 동네에 가지고 가서 막걸리를 사오너라,.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