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음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

관세음본연경에 나타난 관세음보살. 불교 설화 대사전

by 성천하지미미자 2023. 3. 12.

관세음본연경에 나타난 관세음보살

주제 : 신앙 국가 : 인도 참고문헌 : 불교설화대사전

관음본연경에는 관세음보살이 극락세계로부터 영산회상에 와서 대중을 위하여 자신에 대한 본연을 말하였으니 다음과 같다.
과거에 불가설 아승지겁전 옛날에 남인도 마열바질 나라에 장나(長那)라는 장자가 있었다.
그는 마나사라라는 예쁜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여 금실도 좋게 살았다.
그들은 나이가 늦도록 슬하에 자식 하나 없어 적적함을 탄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천신에게 기도하고 아들을 낳게 해 달라고 빌었다.
그랬더니 감응이 진어서 마나사라 부인은 다행스럽게도 잉태하여 달과 같고 옥과 같은 아들 하나를 낳았다. 그런데 그 뒤 3년 만에 또 아들을 낳았다.
장자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곧 바라문 관상사를 청하여 아들의 장래를 감정하여 말해 달라고 했다. 상사는 잠깐 머리를 기웃거리며 두 아이의 용모와 여러 가지 신상(身相)을 살펴 본 다음 이렇게 말했다 「이 두 아이는 용모는 단정하고 여러 가지 묘한 실상은 갖추었으나 부모와는 인연이 박해서 나이 어려서부터 부모를 여의게 될 운명이라 하겠습니다. 」
그리하여 형의 이름을 조리(早離)라 하고 동생은 속리(速離)라고 이름을 부르게 되었다.
장자의 집안은 퍽 행복스러웠다. 세월은 흘러 형 조리는 일곱 살이 되고 동생 속리는 다섯 살이 되었다. 그해 8월 달에 어머니 마나사라는 갑작스럽게 감기가 들더니 우연찮게도 병세가 점점 짙어져서 마침내 병상에 눕게 되었다. 병은 나날이 더욱 깊어져서 기력이 극도록 쇠하여 회춘할 가망이 없게 되었다.
장자는 부인의 병을 고치려고 백약을 다 썼으나 효험이 없었다.
이날도 장자가 망지소조(罔知所措)하여 허둥지둥 약을 구하러 집을 나간 사이였다. 마나사라부인은 두 아들을 베갯머리에 앉히고 두 손으로 어린 아들 형제의 손목을 잡고 눈물을 적시며 말하였다.
「조리야 ! 속리야 ! 엄마의 병이 나을 것 같지 않구나. 아무리 약을 먹고 살려고 해도 병이 덧치기만 하니 이래서야 어찌 살기를 바라겠느냐! 사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면 한번 죽음은 면할 수가 없는 것이니 죽음이 무서울건 없다마는 너희들을 보란 듯이 키워 성공시켜 놓지 못하고 죽는다는 일이 원통하구나. 이제 나이 어린 너희들을 남겨두고 떠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진다.
그러나 우리들 운명이 그런 것이라면 누구를 원망하겠느냐!
너희들은 엄마가 죽은 뒤라도 아버지의 가르침을 잘 받아서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의좋게 살며 장래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
「엄마, 나는 싫어, 엄마 죽지마! 엄마가 죽으면 나도 같이 죽을테야‥‥‥」
조리가 이렇게 울부짖으니 속리도 따라 울면서,
「엄마, 엄마가 죽으면 우리는 누구하고 살아 ! 죽지마 엄마, 엄마는 아니 죽지! 」
「내가 죽으면 아버지와 살지. 아버지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
어머니의 말을 들은 조리는
「나는 싫어, 나는 싫어요. 아버지도 좋지만 난 엄마가 더 좋은걸 ‥‥ 」
하고 울었다. 이어서 속리도 울고 부인도 울었다. 부인은 또 말을 이었다.
「너희들은 슬퍼하지 말고 내가 죽은 뒤라도 아버지 말 잘 듣고 또 아버지에게 효행을 극진히 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잘 배워서 훌륭한 큰 성현이 되어서 만백성을 지도하는 인물이 되어다오.
저승에 가서도 내가 지켜볼 것이다. 」
마나사라부인은 바짝 말라 갈퀴 같은 손으로 눈물을 씻으며 모질게 타일렀다.
이렇게 모자가 서로 가슴을 조이는 슬픔이 오갈 때 장나 장자가 약을 지어가고 숨가쁘게 들어왔다.
두 아들은 아버지를 보더니,
「아버지, 엄마가 죽는다는데 참말이에요.」
천진난만하게 조리가 묻는다.
「죽기는 왜 너희들을 두고 죽는단 말이냐.」
아들의 말에 깜짝 놀란 장자는 우선 아이들을 달랬다. 그때 부인은 장자를 바라보며,
「잠깐만이라도 내 옆에 좀 앉아 있어 주지 않고 허전하게 어디를 가셨습니까? 」
「약을 지으러 갔다 온 거요. 병에는 약이 제일이니까, 약을 먹어야 병이 낫지 않겠소.」
장자는 애처롭기도 하고 측은한 생각으로 이와 같이 말하니 부인은,
「송장도 약을 먹으면 낫는답니까? 이미 송장이 다된 사람인데 약이 무슨 소용이오.
이젠 약보다도 당신의 얼굴을 보는 것이 더 위안이 되겠으니 약발도 안받는 약을 지으러 간다는 핑계로 내 옆을 떠나고 하니, 내가 죽기도 전에 벌써 보기가 싫어진 거지요.」
「온! 참 애 들 앞에서 별말을 다 하는구려 .
오랜 병석에서 신음하는 당신을 위해서약을 지어 오는 게 아니오. 병들어 앓는 사람에게 약을 써야 병이 나을 것이 아니겠소. 오늘은 내가 좋은 의원을 만나 신효한약을 지어왔으니, 이 약을 달여 먹으면 효험이 있을 것이라 하오 」
장자의 말을 들은 부인은,
「내가 영감을 뵈옵는 것도 오늘 이 시각이 최후인가 봅니다.
부부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고, 날으는 새의 두 날개와 같은 것인데, 어린 두 형제를 잘 거두어 키워놓지 못하고 이대로 이 세상을 떠나기는 퍽 죄송하고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나의 기박한 운명이니 어찌 하겠소. 나는 이미 살지 못할 사람이니 그리 아시고 내가 죽은 뒤라도 두 어린 것만은 잘 가르쳐서 꼭 대원을 이루치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세상을 억지로 버리고 가는 내 마음인들 어찌 좋을 리가 있겠습니까! 이제 나는 저 먼 나라로 먼저 갑니다. 부디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마나사라부인은 이러한 유언을 남기고는 곧 숨을 거두고 말았다 장자에게는 청천의 벽력이었다. 눈앞이 캄캄하여 어쩔 바를 몰랐다. 너무도 비통하여 하늘을 우러러 목 메인 소리로 울부짖으며,
「당신의 말과 같이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우리 부부인에, 이제는 바퀴 하나만 남았으니 외짝 바퀴신세가 된 나는 어찌 살란 말이오.
새의 두 날개와 같은 우리 부부가 이제는 쪽지만 남은 꼴이 되었으니 이 집안을 어떻게 거두어간단 말이오. 굴러가던 수레는 멎게 되고 날아가던 새는 떨어지고 말겠구려! 이왕지사 갈바에야 자식들이나 길러주고 갔더라면 애들이 고생이나 면할 것이 아니겠소.
야속하고도 원통하오. 운명의 장난이 이다지도 가혹하단 말이오.」
장자는 가슴이 메어지는 듯 5장이 끓어지는 듯한 슬픔을 안고 싸늘하게 식은 부인을 붙들고 통곡해 마지않았다. 어린 두 형제도 애간장을 녹이는 슬픔을 못이겨 울고 또 울었다.
그러나 일단 이미 인연이 다하여 저승으로 가신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아무리 애처라 할지라도 부인의 영구를 그대로 집에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장자는 비통함을 억누르고 부인의 초종장사(初終葬事)를 치렀다.
그리하여 삼칠일(三七日)이 지나 49일도 지나고 백일도 지나게 되었다. 장자는 외바퀴 외쪽지의 홀아비로 살아가는데 주부가 없는 집안인지라 허전하기만 했다. 우선 안실림을 꾸려갈 사람이 있어야했던 것이다.
장자의 친구들은 이 안살림을 꾸려갈 새 배우자를 주선했는데, 근동에 사는 비라장자(比羅長者)의 딸이 물망에 올라 그를 후처로 맞아들였다. 후처로 들어온 그녀는 용모와 자태가 망처를 닮은데가 많았다.
그래서 두 아이들도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잘 따르고 후처도 아이들을 잘 보살펴 거두고 해서 저윽이 안심이 되었다. 장자의 집안은한동안의 슬픔도 가시고 새로운 안온을 되찾아 단란하게 살아갔다.
그런데 어느 해 가뭄이 계속하여 큰 흉년이 들었다. 들판의 곡식은 한 알도 거두지 못했을 뿐 산과실조차 구경할 수가 없게 되었다 양식은 절량이 되어 하루하루의 끼니를 이어가기가 곤란하게 되었다.
이때 장나 장자는 일대 용단을 내렸는데, 이웃 나라에 가서 식량을 무역해 오지 않으면 너나할 것 없이 다 살 수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장자는 후처에 말하기를,
「여보, 나는 곧 외국으로 출장을 가야겠소. 우리나라 식량 사정이 매우 긴박하게 되었소.
여기서 북쪽으로 7일만 가면 국경을 넘어서 단나라잔(壇那羅山)이 있는데, 그 산에는 진두(鎭頭)라는 산과실이 풍부히 쌓여 있어서 그 나라에서는 그 과실을 외국에 팔고 있다는 것이오.
내가 그 산에 가서 진두과실을 무역해 올 터이니 당신은 내가 없는 사이에 아이들을 잘 보살펴서 집안일을 다스려 주기 바라오.」
장자는 이렇게 당부하고 먼 길을 떠나갔다. 후처는 이 집에 들어 온 뒤로 아이들에게 생모나 다름없이 곰살맛게 보살펴 격의가 없었으나 날이 가고 달이 쌓일수록 점점 아이들에게 정이 멀어지고 질투심과 시기심을 일으키게 되었다 .
「만일 장자가 아주 돌아오지 않는다면 아이들을 어떻게 뒷바라지해 갈 수가 있을 것인가! 설사 진두를 무역해 온다고 하더라도 내가 자식을 낳게 되면 남편은 재산을 본처 자식에게만 상속하고 내가 낳은 자식에게는 서자취급을 하면 어찌할 것인가 조리와 속리가 있기 때문에 전처 생각만 하고 나에게 애정이 덜해지는 것이나 아닐까.
생각해 보니 나는 불행을 사서온 여자이다. 어쩌면 이런 집의 후처로 왔단 말인가.
조리와 속리는 장차 큰 장애물이요, 눈 속의 가시다. 그렇다. 장애물은 일찍 제거해야 되고 가시는 빨리 빼내야만 될 것이 아닌가. ‥‥‥」
계모는 두 아이에 대하여 불순하고 악독한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남편이 돌아오기 전에 아이들을 처치할 방법을 생각한 끝에 뱃사람을 하나 매수하고 아이들을 배에 태워 무인절도 섬 가운데 버려서 굶겨 죽이기로 흉계를 꾸몄다.
「애들아 ! 저 남쪽으로 배를 타고 가면 큰 섬이 하나 있는데 그 섬에는 기이한 화초도 많고 좋은 과실도 많이 있단다. 너희들도 엄마랑 같이 소풍 겸 그 섬으로 놀러가지 않겠느냐 ! 」
계모는 어느 날 두 아이들에게 달콤한 말로 꾀어 준비한 배를 타게 한 다음 바다 저쪽의 무인절도로 데리고 가서 배에서 먼저 내리게 한 다음,
「너희들은 먼저 나가서 저 해변가 산밑으로 다니면서 아름다운 화초도 꺾고 기이한 약돌과 조개껍질도 주으면서 놀다 오너라나는 여기서 먹을 음식을 만들어 준비해 놓고 뒤따라갈 터이니 너희들은 먼저 가거라. 누가 먼저 가나, 하나 둘 셋 ‥‥‥」
계모는 이렇게 꾀어서 아이들을 해변에서멀리 떨어진 산밑으로 보냈다. 계모는 이틈을 타서 사공과 같이 무자비하게도 배를 돌려 타고 바다에 둥실거리며 되돌아 오고 말았다.
두 형제는 천진스럽게 자연풍경에 홀려서 돌아다니다가 배가 고프기도 해서 배에서 내린 해변으로 돌아와 보니 계모와 배는 그립자도 없이 사라지고만 것이 아닌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두 형제는 눈이 휘둥그레 졌다. (어디로 갔을까?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았으나 아무런 흔적도 없다.
「어머니 ! 어머니 ! 」
하고 방향도 없이 무턱대고 불러 보았으나 대답이 있을 리 없다.
무서운 생각이 들다가 한편 의심이 났다. <설사 사람은 잠깐 어디로 갔다 손치더라도 배는 남아 있어야할 것이 아닌가! 타고 온 배까지 없어졌으니, 그렇다면 그 배를 타고 어디로 먼저 갔을까 ! > 하는 의심을 하면서 먼 바다 저쪽을 바라보니 일엽편주가 까마득하게 파도에 넘실거리며 보일락 말락하게 떠가는 것이 보인다. 한 사람은 노를 젓고 한 사람은 배 가운데 앉아 있는 듯이 아물아물하게 보인다.
물을 것도 없이 그는 계모와 뱃사공 아저씨임이 분명하다. 두 형제는 서로 껴안고 울었다.
그리고 목청을 돋구어
「어머니 ! 어머니 ! 우리 형제는 어떻게 하라고 엄마만 가시오. 같이 갑시다. 같이 좀 가요 어머니! 엄마! 뱃사공 아저씨 ! 」
어린 형제는 번갈아가며 목청이 메이도록 소리쳐 불렸다. 때늦게나마 계모가 형제를 죽이려고 이곳에 버리고 간 사실을 눈치 채 알면서도 행여나 하고 불러본 것이다.
조리는 속리의 손을 꼭 쥐고 울부짖었다.
「돌아가신 엄마가 살아 계셨으면 우리들을 이렇게 사지에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계모가 들어와서 우리를 미워하며 들볶더니 결국 아버지 없는 틈을 타서 사람도 없는 이 섬에다 우리만 두고 갔구나.
속리야, 너 배고프지. 집이 있어야 얻어먹고 사람을 보아야 사정이나 해보지 이제 생각하니 계모는 악독한 엄마야 ! 차라리 산중이나 같았으면 산과실이라도 따먹을 것이 아니겠니.
무서운 바다 속 섬 가운데 버리고 갔으니 어떻게 하란 말이냐. 이젠 꼭 죽었다 당장 이 밤을 어디서 자란 말이냐. 계모가 미워지기만 한다.
아버지는 어데 가서 계실까? 우리가 이렇게 버림을 받고 굶어 죽어가는 줄도 모르시고 ‥‥ 」
이렇게 한식을 하며 울부짖다가 조리는 기진해서 쓰러졌다.
「일어나 ! 일어나 ! 그래도 엄마가 우리를 찾으로 올지 모르잖아. 집에서 무엇을 가지고 올지도 모르잖아, 응 ! 」
속리가 울면서 조리를 흔들어 일으켰다.
조리는 한참 만에 깨어났다 배가 고파서 창자가 끊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조리는 어머니의 유언을 생각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꼭 살아서 아버지에게 효행하고 또 성현이 되어야 한다.> 조리는 이렇게 마음속에 되뇌이며 속리의 손을 끌고 바닷가로 헤매면서 먹을 것을 찾아 보았다. 미역줄거리 같은 것이 파도에 밀려 있는 것이다. 형제는 그 미역잎사귀를 건져 먹었다.
그러나 미역줄거리도 귀해져서 그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이렇게 지나는 동안 추위와 배고픔은 점점 더하기만 하였다. 기진맥진하여 일어섰다가는 쓰러지고 쓰러졌다가는 다시 일어서고 해서 며칠이 지났던지 최후가 오고야 만 것이다. 조리는 속리를 붙들고 일어나서 하늘을 우러러 맹세하며 원을 세웠다.
「속리야, 우리는 죽을 시각이 다가왔다. 이 몸은 기한(飢寒)을 이기지 못하여 비록 죽더라도 정신이나 차려보고 죽자. 우리는 돌아가신 어머님의 유언을 지켜야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서 죽더라도 우리 혼신은 성현이 되고 보살이 되자. 그리하여 고통이 많은 자에게 의지가 되어 주고 그들을 구제하여 주자.
세상에는 한쪽 부모를 여의고 우리와 같이 된 아이가 동남동녀를 물론하고 얼마나 많겠느냐. 우리는 그들에게 부모의 모습을 나투어서 감싸주고 의지가 되어 주며 또는 동남동녀의 몸을 나투어서 친구가 되어 주자 또 세상에 빈천한 자를 얼마나 많겠느냐.
우리는 장자의 몸을 나투어서 그들에게 의복과 양식을 주어서 구제해주자. 또는 이 넓은 바다에서 배를 타고 그물을 치며 고기잡이를 하다가 폭풍을 만나면 배가 뒤집혀서 조난을 당하는 자가 얼마나 많으며, 또는 배를 타고 먼 타국으로 항해를 하다가 독룡악귀(毒龍惡鬼)를 만나서 고난을 받는 자가 얼마나 많겠느냐.
우리는 죽어 귀신이 되어서라도 이 바다 이 섬 속의 높은 산에 머물면서 그들을 수호하고 구제해주자.
또는 모든 나라의 중생들이 부처님을 만나지 못해서 구제를 받지 못하는 자가 얼마나 많을 것이냐. 우리는 그들에게 부처의 몸을 나투어서 구제 해주자.
또는 벽지불 · 성문 · 범왕 · 제석 · 자재천 ·대자대천 · 천대장군 · 비사문 · 소왕 · 장자 ·거사 ·재관 ·바라문을 만나서 구제받을 자에게는 다 그러한 몸을 나투어서 구제하여주고, 비구 ·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를 만나서 구제받을 자에게는 다 그러한 몸을 나투어서 제도하여 주고, 장자 · 거사 ·재관 ·바라문 등의 부녀(婦女)를 만나서 구제받을 자에게는 다 그러한 몸을 나투어서 구제해주고, 동남 ·동녀 · 천 ·용 · 야차 · 건달바 ·아수라 · 가루라 · 긴나라 · 마후라가 · 인 · 비민 · 집금강신을 만나서 구제받을 자에게는 다 그러한 몸을 나투어서 제도해 주자.
또는 병고에 신음하는 자에게는 약왕신(藥王身)을 나투어서 병을 낫게 해주고 흉년이 들어서 굶주리는 자에게는 오곡과 감과(甘果)를 주어서 구제 해주고 이렇게 해서 널리 안락(安樂)을 베풀어 주자 」
조리와 속리는 이와 같이 서른두 가지의 원을 세우고 이것을 혈서로 상의에 써서 나ant가지에 걸어 놓은 다음 마침내 최후의 목숨을 거두고 말았다. 장나 장자는 단나라산(檀那羅山)에 가서 진두감과(鎭頭甘果)를 많이 무역하여 낙타와 말과 코끼리 등에 바리바리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먼저 뛰어나와야 할 두 아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후처에게
「아이들은 다 어디를 갔기에 보이지 않는거요.」
「아이들 말입니까, 며칠 전에 놀러 간다고 하며 집을 나갔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답니다. 」
후처는 천연덕스럽게 서슴치 아니하고 대답하는 것이다.
「아니 ! 두 아이가 다 집을 나갔단 말이오.」
「예, 형제가 다 나갔어요.」
「그래, 찾아보았소. 」
「그럼 찾아보고 말구요, 그냥 있었겠습니까! 갈 만한 곳을 다 찾아보고 사람을 사방에 놓아서 찾아보았지마는 전혀 종적이 없더군요. 」
「종적이 없다니, 하나도 아니고 두 아이가 다 말이오. 」
「둘이 아니라 셋이라도 종적이 없는 것이야 어찌 합니까 ! 」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단 말이오.」
「그거야 누가 알겠습니까마는, 집안에 있다가 없어졌으면 그런 사실을 알겠지오만 집에서 놀지 않고 밖에 나가 놀다가 없어졌으니 호랑이가 깨물어 갔는지 구렁이가 물어 삼켰는지 어떤 도적이 붙들어 갔는지 알 길이 막연해요, 」
「그 말버릇 한번 좋구려! 그래 나가서 없어진 아이들은 알 필요가 없단 말이오. 집에서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기에 아이 하나도 보살피지 못하고 아이가 간 곳도 모르고 있으니 ‥‥‥」
장자는 화가 벌컥 치밀었다. 눈알이 툭 튀어 나올 것만 같았다. 참으로 기막힐 일이다.
제 엄마도 없이 외로운 것들이 집을 나가고 없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자기가 없는 동안에 계모가 아이들에게 몹시 굴어서 집에 못 있고 나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설마 죽기야 했으랴 하고 장자 자신이 찾아보기로 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알아 보았으나 모두 모른다고 할 뿐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당신이 떠나간 뒤로 당신의 후처가 두 아이를 데리고 앞바다에서 배를 타고 남쪽바다 가운데 있는 무인절도로 데리고 가서내 버리고 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아마 지금쯤 굶어 죽어서 시체만 남아 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 말을 들은 장자는 우선 아들의 행방만이라도 아는 일이 반가 와서 다시 물었다.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습니까. 좀 자세히 일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례금은 얼마든지 드리겠습니 다. 」
「돈이 무슨 돈입니까. 들은 대로 전할 뿐인데 그러나 이런 말을 함부로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나중에 일이 시끄러워지면 관가에서 증인으로 오라 가라 하면 귀찮기도 하고 또 원수까지 사게 되는 일이니까요.」
「그러기에 말입니다. 당신같이 고마운 양반이 아니었더라면 제 자식의 행방조차 알 수가 있었겠습니까. 들은 대로 자세히 좀 일러 주십시오. 사례를 꼭 하겠습니다. 」
「그러고 보니 내가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제가 먼저 말한 것은 한 입 두 입 여러 사람의 입을 건너서 옮겨진 소문에 불과한데 꼭 보았다고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 」
라고 하면서 꽁무니를 빼는 것이다. 장자가 하는 수 없다는 아쉬운 생각을 하면서
「그만해도 고맙습니다. 단서는 얻었으니까 곧 알게 되겠지요.」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 하니까 다시
「영감, 내 말을 좀 들어보시오. 그 사람을 알려 주면 상금을 얼마나 주시렵니까? 」
그 사람의 하는 말에 장자는 재빨리 눈치 채고
「그것만 바로 알려 주신다면 내가 이번에 무역해 온 진두감과의 절반을 드리지요.」
「틀림 없으시겠지요. 약속을 지키시지요.」
「아, 그거야 장부일언이 중천금인데 어찌 내가 자식을 찾고자 하는 이 판국에 일구이언이 있겠습니까. 」
그 사람을 말을 할듯 말듯 망설이다가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게 소문만이 아니라 내가 어느 날 새벽에 ·산에 가서 약을 캐다가 보니까 당신부인이 탐심쟁이라는 별명을 듣는 윗마을에 사는 노사공과 아이 두 형제를 데리고 배를 타고 나가는 것을 꼭 이 눈으로 보았지요.
그 뒤부터 아이들이 없어졌다고 소문이 퍼졌습니다. 그러니까 그쯤 알아두시오.
그럼, 주신다는 약속물은 언제쯤 받으러 갈까요. 」
그 사람은 상금을 준다는 바람에 사실대로 실토했다. 장자는 이튿날 아침, 그 사람에게 약속대로 상금을 주고 나서 탐심장이 노사공을 찾아가서 으르르딱딱 으름장을 놓고 노사공더러 배를 젓게 하고 배를 타고 남해 무인절도로 향하였다.
이윽고 배는 절도에 닿았다 장자는 배에서 내린 다음 갈팡질팡 돌아다니면서 목청이 터지도록
「조리야 ! 속리야 ! 어디 있느냐 ! 이 아버지가 찾아왔다. 살았느냐, 죽었느냐. 만일 죽었거든 혼백이라도 나와서 대답이나 하여라. ‥‥‥」
하고 미친 듯이 외치며 돌아다녔다. 그러나 바람소리와 파도소리만 들릴 뿐 사람의 대답은 전혀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한 곳에 이르러보니까 까마귀와 까치가 요란하게 날고 많은 갈까마귀가 떼를 지어 있는 곳이 보인다.
장자는 저곳에 혹시 자기 아들의 유해라도 있지나 아니한가 하고 찾아가 보았더니 과연 송장 썩는 냄새가 나며 두 아이의 백골과 의복이 갈갈이 찢어져서 바람에 펄렁이고 있었다. 장자는 자식들의 유골임을 확인하고 그 자리에 쓰러져 통곡했다. 얼마 동안 정신을 잃고 까무러쳤다가 다시 깨어났다.
장자는 두 아이의 유골을 헤어진 의복에 싸서 끌어안고 <두 아이가 굶어서 죽은 다음 새 짐승이 달려들어 눈이랑 코랑 살점을 뜯어먹고 시체가 이렇게 비참하게 동강동강이가 된 것이라는 참혹한 현장을 뇌이면서 또 땅을 치며 한없이 울었다. 그러다가 바래져서 약간 희미하기는 했으나 조리가 서른두 가지 서원을 혈서로 써놓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장자는 정신을 돌려서 읽어가는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득 도심(道心)을 발하고 아들의 간절한 서원을 다 읽은 다음하늘을 우러러보며
「원컨대. 나도 모든 악한 중생을 제도하고 조속히 불도를 이루오리다. 」
라고 발원하고 오백 가지의 대원을 세웠다. 석가여래가 과거 인행시(因行時)에 세운 오대원 장자는 (후처가 저지른 나찰같이 악독한 소행을, 이는 다 전생에 자기가 지은 바 업인(業因)으로 말미암은 과보(果報)이리라)생각하고 너그러이 용서하는 한편, 오히려 악독한 그 후처가 불쌍하게만 여겨졌다.
장자는 바로 오백대원을 세운 다음 어린 두 아들이 기한(飢寒)에 못이겨 최후를 마치면서 <서른두 가지의 서원>을 세운 슬기를 뒤따라 바로 그곳에서 이승의 명을 거두고 말았다.
이것이 관음본연경의 설화인데, 즉 관세음보살이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자신의 본연을 말씀한 설화이다. 장자는 조리가 혈서로 써놓은 서른두 가지의 슬기로운 비원(悲願)을 읽으면서 아들의 슬픔과 괴로움이 곧 자기의 슬픔과 괴로움이요, 나아가서는 일체 모든 중생의 괴로움이요, 슬픔인 것을 깨달은 것이다 조리는 자기의 슬픔과 괴로움이 모든 중생들에게도 얽혀 있음을 관찰하고 이 일체 중생의 고뇌를 해발 시켜 주기 위하여 대비원력(大悲顯力)을 세웠던 것이다.
그리하여 과기무량겁증에 이미 성불하여 <정법명왕여래(正法明王如來>가 되시어 (대비원력(大悲顯力)으로써 중생을 제도하였으며, 미래에는 아미타불(阿彌陀佛)의 뒤를 이어 <보광공덕산왕여래(普光功德山王如萊)>가 되리라고 수기(授記)되고 있는데, 현세에는 보살로 향하(向下)하여, 곧 <석가여래(釋達如來)의 권화신(權化身)인 <관세음보살>로써 이 대비원력으로 일체보살을 발기(發起)시켜 모든 중생을 제도하여 안락하게하기 위하여 다시 보살로 화현(化現)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이 보살이 맹세하기를
「만일, 어떤 중생이라도 대비신주(犬悲神呪)를 외우고 제불국토(諸佛國土)에 나지 못하면 정각(正覺)을 이루지 아니하리라고 하였느니라. 」고 하였다.

관련 키워드불교 , 영산 회상 , 영산회상공유하기이 콘텐츠에 만족하셨다면 친구와 공유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