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 범을 잡으려는 함정이 어찌 정직한 곳에만 있을 것이며
봉황의 먹이를 뱁새 무리가 즐길 것인가 ?
객주에게 권선 勸善을 권하다.
만공스님과 여러 날 여행을 하던 어느 날
길을 가다 보니 여비 旅費가 떨어졌다.
날이 저물어 어느 여관에서 하룻밤을 쉬게 되었는데
그 다음 날 주인이 숙박비와 식비를 요청하자
경허스님이 우리가 법당 法堂을 중수 重修하려고 화주 化主를 나왔는데 주인께서도 시주 施主를 하시지요. ?
주인이 잠자코 있다가
그러면 그 화주 책을 좀 봅시다.
그러면서 화주승 化主僧의 진부 眞否를 확인하려 하였다.
만공스님은 화주 책도 있는 것도 아닌데 시주를 하라고 하였으니 큰 일이었다.
그래서 임기응변으로
사실을 주인댁에 우리가 화주를 부탁하러 왔으나 지난 밤 너무 극진하게 대접을 받아 고맙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러니 이 댁에서 이 번 시주만은 그만 두셔도 괜찮소이다,.
하며 책은 짐짓 내놓지 않았다.
얼떨떨해진 여관 주인이 대꾸를 못하고 있었으니 만공스님은
그렇게 까지 신경쓰셔서 시주까지 해 주신다면 책을 보여 드리지요,.
하며 걸망 속에 손을 쑥 집어 넣고 있지도 않은 화주 책을 꺼낼 기세 였다.
네 알았습니다 알았어요 스님들,.
하고 끄집어 내는 걸 간절히 만류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주인으로서는 여관비 받으려다가 오히려 큰 돈을 뜯길 것만 같아 말리기를 거듭하였다.
주인은 본래의 마음을 돌려 먹고
스님들 그렇다면 제가 시주를 특별히 할 수는 없고
어젯밤 숙식비는 받지 않을 테니 그냥 가시지요.
하고 간절히 말하였다.
그 집에서 무사히 빠져나오자 경허스님은
자네 수완이 나보다 훨씬 낫네 그려,.
하고 한마디 던졌다.
이렇게 아슬아슬한 고비를 만공스님 기지 機智로 모면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경허스님은 한 고비를 넘기면 더 어려운 난관을 안겨주었으니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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