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장승 목인 木人은 판때기를 부여안고 구름속에서 노래 부르고
돌 장승 석녀 石女는 신을 끌고 물 위로 가네.
삶의 짐이 무거울 땐 (쌀자루)
어느 해질녁 경허화상께서 만공스님을 데리고 탁발을 나갔다가 돌아 오는 길이었는데,
그 날도 탁발을 많이 하여 두 분 스님들의 쌀 자루에 쌀이 가득했으니,
그러나 흐뭇한 마음과는 달리 베낭 背囊은 무거웠고 갈 길은 아직도 까마득하였다.
바랑 끈은 두 어깨를 짓 누르고
만공스님은 걸음이 빠른 경허스승을 죽을 둥 살 둥 쫓아 가기에 바빴다.
어느 마을을 지나 가는데
한 모퉁이를 돌아서니 마침 싸립문이 열리면서 젊은 아낙네가 물 동이를 머리에 이고 나왔으니
스무살 이쪽 저쪽 아주 어여쁜 새댁이었는데
앞서 가던 경허스님이 새댁과 마주쳤다.
스쳐 지나가는 순간
경허스님께서 느닷없이 달려들어 두 귀를 잡고 번개같이 뽀뽀를 하였다.
에그머니나,.
여인은 비명을 질렀고 물동이를 박살을 내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집 안에서 소동이 일고 주변에까지 알려져 동네 사람들이
저 놈 잡아라 !
하고 소리치며 작대기와 몽둥이를 들고 뛰어 나와
아니 어디서 요망한 중 놈이 나타나서
어디 맛좀 봐라 !
이렇게 소동이 번지자 스님은 두 말 할것 없이 뛰기 시작하였다.
쌀을 지고 뒤 따라 가던 만공스님도 걸음아 날 살려라 뛰지 않을 수 없었으니
만공스님은 온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앞서 가는 경허스님을 쫓았다.
몽둥이 들고 쫓아오던 마을 사람들은
무서운 속력으로 달리는 두 스님을 끝까지 쫓을 수가 없었다.
이윽고 스님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쉬어 가게 되었는데
마을을 벗어 난 절이 보이는 산 길에서 만공스님에게 말하셨다.
쌀 자루가 무겁더냐 ?
아이고 스님 !
무거운지 어떤지 그 먼 길을 어떻게 달려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 내 재주가 어지간하지 ?
그러는 사이에 무거운 줄도 모르고 그 먼 길을 단숨에 달려 왔으니,.
경허화상은 만공스님을 바라보고 웃으며 지는 해를 바라보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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