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사방 天地四方 시방 十方이 안과 밖이 없는데,
과거 현재 미래 삼세 三世가 어디에 머무를까 ?
꽃 떨어진 열매 만년이나 향기롭구나
온 세상이 혼탁하나 나 혼자 깨어 있구나 ! 거세혼연아독성 擧世渾然我獨惺
우거진 수풀 속에서 남은 여생 보내리라. 불여림하도잔년 不如林下度殘年
마정령 馬亭嶺 고갯길에서 목동 牧童들과 함께
경허 스님이 마정령이라는 고갯길을 맨 발로 한 손에 담뱃대를 잡고
다른 손에는 떡과 과자가 든 자루를 어깨에 둘러 메고 성큼성큼 겉고 있었다.
그 때마침 산에서 나뭇짐을 지고 내려 오는 초동들이 모여 있다가
야 저 중 봐라 ! 저 중은 이상하다,.
하고 낄낄대고 웃었다.
그 때 경허 스님의 모습은 머리는 삭발을 하였으나 수염은 길렀으며 맨발에다 키는 9척 장신이었다.
경허 스님이 나뭇꾼 아이들을 모아 묻기를
애들아 너희들이 나를 알아 보겠느냐 ? 하자 아이들은
저희들은 스님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면 나를 보느냐 ?
예 지금 스님을 보고 있습니다,.
이놈들아 나를 알지 못하면서 어찌 나를 본다고 말을 하느냐 ?
하고 짚고 가던 주장자를 애들에게 주면서 이르기를
애들아 누구든지 이 막대기로 나를 때려라 !
만약 너희들이 나를 제대로 때리기만 한다면 그 대가로 이 자루에 있는 과자와 돈을 다 주리라 !
애들 가운데 제법 똑똑한 놈이 나와
스님 그게 정말입니까 ?
하고 스님이 주는 주장자를 받아 쥐고 힘껏 내리쳤다.
스님은 아이들을 보고 때려 봐라 ! 때려 봐라 !
하자 아이들은 한결같이 우리는 분명히 스님을 때렸습니다,.
경허 스님은 너희들은 나를 때리지 못하였느니라!
만약 때렸다면 부처도 때렸고 삼세제불 三世諸佛도 때렸고 역대 조사, 천하 노화상 老和尙을
한 방망이로 때려 갈긴 것이니라,.
이에 초동들은
스님을 아무리 때려도 못때렸다고 하니 과자와 돈을 주기 싫은 것 아닌가요 ?
하며 항의를 하였다.
경허 스님은 껄껄 웃으며 앗다 ! 그럼 가져라,.
하고 마정령을 넘어 가며 노래 한 곡조를 읊기를
온 세상이 혼탁하나 나 혼자 깨어 있도다. 擧世渾然我獨惺
우거진 수풀 속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리. 不如林下度殘年
하면서 주장자를 어깨에 가로 메고 고갯길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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