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불살조 결단의 용맹함이 도리어 활불활조로 불조를 살려 무궁하게 변화됨이여 !
지리산 기슭에서의 자비행
지리산 깊은 두메산골에 마천이라는 마을이 있다.
이 심산유곡을 거쳐서 실상사. 백장암. 벽송사 상무주등지로 갈 수 있어 무성한 숲 속 오솔길로 높고 험한 재를 넘는 길손이 이따금 눈에 띌 뿐이었다.
어느 해 초여름 무렵이었다.
모진 흉년 끝에 그 마을 주민들이 보리고개를 넘다 못해 거의 모두 굶주려 아사할 직전에 이르렀다.
예로부터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 하였는데 한말 그 어지럽고 어려운 시대에 누가 있어 두메산골의 가파른 민생고를 해결할 수 있었으랴.
경허스님이 우연히 그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곧 지리산 마천땅 마을의 참상을 보고 가던 길을 멈추게 되었다.
한동안 생각에 젖어 있던 경허스님은 가던 길을 되돌려 남원쪽으로 단숨에 일백여리에 가까운 남원땅에 이르자 그 일대에서 탁발을 하기 시작하였다.
얼마 만에 가까스로 바랑 가득히 모아 들인 곡식짐을 짊어지고 걸음을 재촉하여 마천땅으로 돌아왔다.
스님은 곧 집집마다 돌면서 굶주려 다 죽게된 주민들에게 손수 식량을 나누어 주면서 자비 보시행을 베풀었다.
그것도 여러차례에 걸쳐 굶어 숨넘어갈 고비에 놓인 두메 사람들을 이처럼 살려 놓은 뒤에야 스님은 이렇다 할 말도 없이 가던 길을 재촉하여 산중 오솔길로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까지 지리산 기슭 마천땅 일대에서는 굶주려 죽게 된 산골 사람들을 구원한 경허화상의 자비행이 전해 내려온다.
영산 지리산에는 수호 구국신으로 선도성모 선도성母의 신비로운 전설이 있다.
지리산 기슭에서 전설아닌 스님의 구민실화 미담 한 토막으로도,
무상의 역행도인으로 이름을 떨치던 경허가풍의 남다른 보살행을 넉넉히 실증해 보여 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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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불살조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인다는 말은 마음 즉 정신적인 문제이지
실질적인 사람을 죽이는 것을 말 한 것이 아니다.
마음 속에서 부처나 조사가 갈등을 일으킨다면 갈등을 없애라는 말이다.
불교는 심종(心宗)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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