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선전

한무제(漢武帝) 유철(劉徹)

by 성천하지미미자 2023. 2. 24.

◈ 20cm 소인

 
한무제 재위 시 동군(東郡)에서 소인(小人)을 공물로 보내왔는데, 신장은 7촌(20cm 정도)이었고 의복은 정갈하였다. 이를 본 한무제는 마음속으로 "이 소인은 아마 산위의 정기(精氣)가 모여 형성된 요괴일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이 소인을 "거령"(巨靈)이라 부르며, 한무제는 평상시에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책상위에 올려놓고 희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하루는 이 소인이 한무제에게 "서왕모가 저를 파견하여 폐하께 구도(求道)하는 방법을 아뢰라고 하였습니다. 즉 평상시에 청정해야하며, 마땅히 조급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년 뒤에 서왕모가 친히 오셔서 폐하와 만난다고 하였습니다."라는 말을 마친 후 이 소인이 사라져 버렸다.

 

 

◈ 5년 후 서왕모 맞을 준비를 하다


소인 거령이 사라진 후 오년이 되던 어느날 서왕모가 사자를 한무제에게 보내 "7월 7일 내가 방문하겠다"고 전하였다. 칠월 칠석날 그날은 유난히 맑았으며 한무제도 일찌기 잠자리에서 일어나 궁전 안 밖을 쓸게 하고, 화려한 구화등(九華燈)을 밝히고, 승화전(承華殿)에 여러 가지 진상품을 벌려놓았다. 점심때 쯤 홀연 한 무리 푸른 새들이 서쪽에서 날아와 전각 앞에 모여들었다.
이러한 광경에 얼떨떨한 한무제는 옆에 있던 동방삭에게 물었다. "이것이 도대체 무슨 일인가?" 천상의 선인이던 동방삭은 "서왕모가 반드시 오늘 저녁에 하늘에서 내려오니, 폐하께서 준비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라고 한다. 한무제는 서둘러 비단장막을 치고, 자주색 비단을 땅에 깔고, 상위에는 옥문관에서 나는 대추와 포도주를 벌려놓고 향기가 수십리 간다는 토말향을 피웠다.

 

 

◈ 서왕모, 자운거(紫雲車)를 타고 출현하다


한 밤중 고요한 가운데 한무제는 황제의 복장을 온전히 갖추고 전각 앞에 공손히 서서 서왕모의 구름수레를 기다렸다. 홀연 서남쪽 하늘에서 흰 구름이 일렁이면서 궁전 쪽으로 다가온 순간 자주색으로 변했다. 곧 이어서 구름 사이로 퉁소소리와 북소리, 사람과 말(馬)소리가 들리면서 잠시 후 서왕모의 수레가 도착했다.
서왕모는 자운거(紫雲車)를 타고 있는데 아홉 가지 색의 용(九色龍)이 끌고 있고, 서왕모 뒤로 수천의 신선들이 따라 왔는데, 모두들 용과 호랑이, 사자, 흰사슴, 백학, 천마 등을 타고 있었으며 그 휘황찬란한 광채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서왕모가 수레에서 내리자 한무제는 앞으로 나가 절을 하면서 영접했다.

 

 

◈ 한무제, 서왕모와 날이 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우다


서왕모가 동쪽을 향해 좌정했는데, 몸이 날렵하고 의태는 아름답고도 온화하며, 얼굴은 절세미녀로 약 30세 정도로 보였다고 한다.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한무제가 서왕모에게 "불사약을 가르쳐 주십시오."한다. 이에 서왕모가 "황제 당신은 감정이 불순하고, 항상 음욕(淫慾)이 가득하여 불사약(不死藥)을 전수해 줄 수 없다"고 하였다.
이어서 서왕모는 선도 복숭아(蟠桃) 7개를 꺼내어 세 개를 먹고, 한무제에게 4개를 주었다. 한무제는 선도복숭아를 먹은 후 복숭아씨를 깨뜨리려고 수차 시도하였으나 실패하고 던져버렸다. 서왕모가 신기한 듯 "복숭아씨를 남겨 무엇 하려고 하는가?"라고 물었다. 한무제가 "이 복숭아는 그 맛이 얼마나 달고 좋은지 이곳에 심으려고 하였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서왕모가 손을 저으면서 "이 복숭아는 삼천년에 한번 열매를 맺는데 이 세상의 토질이 척박하여 심어도 살지 못한다."고 한다. 서왕모와 한무제 두 사람은 날이 밝아오는 오경까지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흥취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이때 동방삭이 몰래 창밑에 와서 서왕모를 한번 훔쳐보려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서왕모가 한무제에게 "동방삭 이 아이는 나쁜 짓을 잘 하나, 아주 무뢰한은 아니다. 일찍이 죄를 지어 천상으로 되돌아 갈 수 없었다. 그러나 동방삭의 본성은 악하지 않으니, 황제는 응당 그를 잘 대해 주시오."했다.

 

 

◈ 한무제 죽은 후, 관속이 비었다는 이야기


서왕모와 이별한 후 한무제는 한 동안 웬지 적막하고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그 후에도 서왕모가 선도 복숭아 세 개를 더 보내왔다고 한다. 54년간 황제 자리에 있던 한무제가 BC 87년 정묘(丁卯)일에 서거했다. 시체를 관속에 넣었는데 갑자기 관이 심하게 요동을 치면서, 이상한 향기가 사방에 가득하였다 한다. 확인해보니 한무제는 성선(成仙)하고 관속은 비어 있었다고 전한다. 선도복숭아의 효력인지 아니면 틈틈이 선도를 닦은 것인지...

 

출처 : 기공과 기치유

 

글쓴이 : 조화도술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