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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전

악업으로 소와 창녀로 태어난 재상 이임보(李林甫)

by 성천하지미미자 2023. 2. 22.

방탕한 젊은 시절

李林甫(이임보)는 山西(산서) 출신이며 唐 皇室 (당 황실)의 宗親(종친)이다. 당 현종 때 宰相(재상)으로 있으면서 각종 법전을 정비하여 당률소의를 편찬하는 등 일부 업적을 남기기도 하였지만 현종 황제의 신임을 배경으로 專權(전권)을 휘두르며 조정의 기강을 문란케 하였다.

奸臣(간신)으로 일찍이 아첨을 일삼고 유능한 관리들을 배척하여 "口密腹劍"(구밀복검)(입에는 꿀이 있고 뱃속에는 칼이 있다)이라는 말을 낳았으며, 당나라를 쇠퇴의 길로 이끈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우승상 이임보는 兒名(아명)이 哥奴(가노)이며, 호는 月堂(월당)이다. 어렸을 때부터 방탕하여 이십 세가 될 때까지 글공부를 하지 않았다. 낙양에서 살면서 하루 종일 사냥하다가 공놀이(打球:타구)하고, 개와 매를 풀어놓고는 말을 달려 뒤쫓기도 하였다. 늘 성 바깥 느티나무 숲으로 나가서 나귀를 타고 칼싸움을 하다가 지치면 나귀를 팽개치고 숲속에서 두 팔을 벌리고 누워서 휴식을 취하곤 하였다.

어느 날 하루 이임보가 평소와 다름없이 게으름을 피우면서 땅바닥에 벌렁 누워 있는데 그때 그 모양새가 누추한 도사 한 사람이 이임보 앞으로 다가오더니 가볍게 한마디 던진다. "이렇게 헛되이 세월을 보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런 놀이가 몸만 수고롭게 하는 것이 아닌가?"한다.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이임보는 벌컥 화를 내면서 대꾸한다. "당신이 무슨 상관인데 잔소리를 하는가?"

이임보 드디어 가르침을 청하다

도사는 담담히 한번 웃더니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난다. 그 다음날에도 그 도사가 이임보가 놀고 있는 자리에 나타나서 이임보에게 어제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한다.

이때서야 어려서부터 총명하였던 이임보는 적지 않게 놀라면서 이 도사가 보통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임보는 옷을 털면서 일어나 그 도사에게 거듭 사죄를 한다.

그 도사는 "그대는 하루 종일 나귀를 타고 칼싸움을 하거나 사냥을 다닌다. 이것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만일 나귀에서 떨어져 의외의 일이 발생하면 아마 후회막급일 것이다"한다.

그 도사의 이러한 관심 있는 말은 이임보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임보는 곧 태도를 바꾸어 도사에게 많은 가르침을 달라고 간절히 요청했다. 이후부터 더 이상 놀이와 오락에 빠져서 젊은 시절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고 한다.

그 도사는 "그럼 좋다. 삼일 후 오경 무렵 그대와 이곳에서 만나자"한다. 이임보는 그 말에 연거푸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약속한 날짜가 되자 이임보는 성밖 약속한 그 장소로 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도사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임보가 느릿느릿 다가오자 몹시 불쾌한 듯이 "이미 약속을 하였는데 왜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는가? 삼일 후에 다시 오시오!"하고는 먼저 자리를 떤다.

다시 약속한 삼일 후가 되자 이임보는 더 이상 태만을 부릴 수 없어 한 밤중에 미리 약속한 곳으로 가서 공손히 기다리고 있었다.

신선이냐, 재상이냐의 갈림길

약속 장소에 미리 도착한 李林甫(이임보)가 한참을 기다리자 그때서야 도사가 나타난다. 도사는 미리 기다리는 이임보를 보자 몹시 기뻐한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意氣投合(의기투합)한 듯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 도사가 "나는 인간세상에서 오백 년을 보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러나 名列仙簿(명열선부)(신선들의 명부)에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은 그대 한 사람뿐이다. 네가 昇天(승천)하여 신선이 되고자 하면 당연히 가능하다. 네가 만약 신선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면 인간세상에서 벼슬길에 나아가 이십 년간 宰相(재상)으로서 큰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어느 길로 갈 것인가 세 번 깊이 생각해 보고 삼일 후 오경 무렵 이곳에 와서 다시 이야기하거라"한다.

집으로 돌아온 이임보는 몇 번에 걸쳐 어느 길을 택할지 저울질했다. "나는 황실의 宗親(종친)이고 어려서부터 호탕한 것을 숭상하였다. 재상이 되어 위세를 한 번 부려 보는 것이 승천하여 신선이 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한 그날 도사를 만나자 이임보는 미리 준비한 듯이 장래 재상이 되겠다는 분명한 의견을 전달했다. 그 말을 들은 도사는 자신도 모르게 발을 구르며 탄식한다. "나는 지난 오백 년간 처음으로 그대 한 사람을 보았다. 그대가 나를 따라 승천하여 신선이 되고자 하지 않으니 정말 애석하구나! 참으로 애석하구나!"

재상이 되면 德(덕)을 쌓도록 신신당부

이임보는 그 도사가 애석해하는 상황을 눈앞에서 보게 되자 그제야 뉘우치며 한탄할 뿐이다. 급기야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 한다.

도사는 그 말을 제지하면서 "그것은 안 된다. 神明(신명)은 이미 알고 있다"한다. 이어서 정중히 당부 말을 한다. "그대는 장차 이십 년간 재상의 직위에 있으면서 生殺大權(생살대권)을 잡고 권위를 천하에 떨칠 것이다. 다만 제발 德(덕)을 잃는 짓을 하지 마라. 많은 陰德음덕을 쌓고 널리 빈곤한 백성을 구하되 무고하게 殺人(살인) 하지 마라. 이렇게 하면 삼백 년 후에는 승천하여 신선이 될 수 있다. 지금 너에게는 官運(관운)이 이미 왔으므로 바로 수도인 장안으로 가거라!"한다.

이임보는 땅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절을 한다. 이에 그 도사는 이임보의 손을 잡으면서 이별을 고한다.

그 당시 이임보의 집안 堂叔(당숙)이 장안에서 庫部郞中(고부랑중) 벼슬을 하고 있어 그 집에 가서 몸을 의탁했다. 그러나 숙부는 이 방탕한 성품의 조카를 일찍이 잊고 있었는데 이임보가 문을 두드리면서 갑자기 찾아오자 의혹이 일어난다.

"네가 갑자기 이곳에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가?" "조카는 이미 과거의 잘못을 명백히 알고 있습니다. 이제 특별히 찾아와서 사죄를 청합니다. 숙부님의 편달을 달게 받겠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이 조카에게 과거의 잘못을 고치고 다시 공부할 기회를 한 번 주십시오." 이임보는 눈물을 흘리면서 하소연하고 백방으로 간청한다.

숙부는 이임보의 뜻을 매우 기특하게 보고 그를 그곳에 머무르게 하였으나 글공부를 시키지는 않았다. 손님이 오면 술좌석의 그릇과 가구 등을 정리, 관리하는 허드렛일을 그에게 맡겼다.

이십년간 권세를 휘두르다

이임보는 숙부의 지시에 따라 술잔과 그릇을 매번 깨끗이 씻고 닦는 허드렛일을 하면서 조금도 원망함이 없었다. 손님이 그에게 일을 처리해달라고 하면 이임보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잘 처리하였다.

이러한 시간이 한참 지나가자 이임보에 대한 숙부의 생각이 점차 호감으로 바뀌었다. 숙부 주위의 동료들도 조카인 이임보를 칭찬하기 시작하면서 이임보가 꽤나 쓸만한 인물이라는 평판이 차츰 널리 퍼져 나갔다.

나중에 숙부의 추천과 도움으로 이임보는 벼슬이 贊善大夫(찬선대부)에 이르렀다. 승진을 거듭하여 십년이 되지 않아 宰相(재상)의 직위에 올랐다.

권세 있는 자리에 있을 때 이임보는 젊은 날 만났던 그 도사가 당부한 경계의 말들을 잊어버렸다. 권세를 마음껏 희롱하였으며 독단으로 횡포한 짓을 하였다. 죄명을 꾸며내어 무고한 사람을 벌하여 죽이기도 했다. 조정의 벼슬아치조차 이임보를 경계하면서 경원시하였고 백성들의 원망도 비등하였다. 그 당시 누구라도 이임보를 만나러갈 때는 권세에 눌려 그의 官邸(관저)가 보이면 말에서 내려 걸어갔다.

이임보의 권세가 절정에 이르던 어느 날 정오 무렵, 갑자기 이임보 관저의 대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하인이 대문을 열고 바라보니 그곳에는 몸이 수척한 도사 한 사람이 서있는데 다짜고짜 이임보를 만나려고 한다. 하인은 그 도사를 큰 소리로 꾸짖어 문밖으로 내쫓았다.

다음날 정오 무렵 그 도사는 다시 찾아왔다. 문지기는 호기심이 생겨 몇 차례 도사를 살펴보더니 집안으로 들어가 이 일을 보고했다. 이임보는 "나는 이 사람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도사를 데리고 오너라"라고 분부한다.

재상으로서 저지른 악행은 반드시 갚아야

도사가 방안으로 들어오자 그때서야 이임보는 갑자기 정신이 퍼뜩 든다. 젊었을 때 낙양성 바깥 느티나무 숲 아래에서 서로 만났던 그 정경이 떠오르는데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임보는 그 도사의 예언대로 이제 이십년간의 재상 직위가 만료되었고 그 동안 재상으로 있으면서 저지른 크고 작은 모든 惡行(악행)들 대다수가 그 도사의 가르침에 위배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두려움이 온 몸을 엄습해오자, 이임보는 그 자리에서 풀썩 무릎을 꿇었다.

도사는 앞으로 나아가 이임보를 부축해 일으키고 웃으면서 "相公(상공) 좋다. 당초에 나는 당신에게 승천해서 신선이 되고자 권고하였으나 당신은 따르지 않았다. 당신이 재상이 된 후에는 陰德(음덕)을 많이 쌓으라고 권유하였으나 도리어 무고하게 많은 인명을 살상하였다. 하늘에서는 이미 당신이 저지른 행위를 밝게 살피고 있어 때가 되면 두려울 정도로 懲罰(징벌)을 할 것이다. 당신은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한다.

그 말에 이임보는 두려워 얼굴빛이 흙색이 되어 고개를 수그리면서 목숨을 구걸한다. 이윽고 밤이 되자 이임보는 도사에게 그의 집에서 하루저녁 자고 가기를 청한다. 그날 밤에 이임보가 "옛날에 저에게 가르침을 주실 때 제가 종래 승천해서 신선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제는 더 이상 기회가 없는지 여부를 알고 싶습니다" 한다.

그 도사는 대답하기를 "당신이 재상으로 있으면서 저지른 행위들은 神仙(신선)의 도와는 부합되지 않아 반드시 징계를 받아야 한다. 다시 삼백년을 더해서 육백년이 되어야 신선이 되어 승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대나무 가지를 타고 사후세계를 가다

宰相(재상) 李林甫(이임보)는 도사에게 다시 묻는다. "저는 인간세상에서 오래 머물지는 않았습니다. 이왕 이렇게 죄를 지었다면 이후에는 어떻게 됩니까?"

그 도사는 "당신은 무엇을 알고 싶은가? 그럼 지금 가서 한 번 확인해 볼까?"한다.

이임보는 무릎을 꿇고 감사드린다. 이때 그 도사는 "상공은 반드시 마음과 정신을 편안히 하고 잡념을 떨쳐버려 마치 고목나무와 같아야 한다. 그래야 나를 따라 갈 수 있다"면서 신신당부를 한다. 이임보는 그 도사의 당부대로 시험삼아 해보니 한참 시간이 지나자 곧 마음과 정신이 안정되는데 어슴푸레한 상태에서 도사를 따라 출발했다.

두 사람이 대문을 나와 장안의 春明門(춘명문)에 도착하자 대문이 스스로 열린다. 성을 출발해서 십리쯤 왔는데 이임보는 높은 지위에서 호사스러운 생활을 해서인지 이미 지쳐서 감당하기조차 힘들다. 그때 도사는 그 상황을 눈치 채고는 "잠시 쉬어갈까?"한다.

길가에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 도사는 대(竹)나무 가지 하나를 구해오더니 "걷는 대신에 대나무 가지를 타고 가자. 그러나 대나무가지를 타고 가는 동안에 절대 눈을 떠서는 안 된다"한다.

돌아오니 진신(眞身)은 지각이 없어

이임보가 대나무가지에 올라서 눈을 감자 순식간에 허공을 날기 시작하는데 마치 바다위에서 나는 듯이 질주하는 것 같았다. 두 귀에는 단지 휙휙 거리는 바람소리만 들리고 파도가 용솟음치는듯하다.

대략 밥 한끼 먹을 시간이 되자 갑자기 멈추는데 이임보가 눈을 뜨자 바로 큰 시가지 앞에 서있다. 城門(성문) 양쪽으로 수 백 명의 武士무사들이 열 지어 서있는데 도사와 이임보를 보자 곧 무릎을 꿇고 절을 한다. 성문 안으로 약 일리정도 걸어 들어가니 官署(관서)가 있다. 문 입구에는 수위가 지키고 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니 큰 대전이 있고, 거기에는 호화로운 침상이 놓여있다. 이때 이임보는 이미 몹시 피로하여 바로 그 침상위에서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도사는 이임보를 잡아당겨 끌면서 "이곳에서 자면 안 된다! 그러면 인간세상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 왜냐하면 이곳은 당신이 죽은 후 있을 곳이다"한다.

그 말에 이임보는 "과연 진짜 죽은 후에 이곳에 온다면 저는 또는 후회하지는 않겠습니다"한다. "그곳에 누우면 온 몸이 가렵다. 그리고 적지 않은 고통을 당해야 한다" 그 도사는 웃으면서 말을 마치고 이임보를 잡아끌어서 대문을 나온다. 그때 이임보에게 대나무가지 하나를 주는데 올 때와 같이 그것을 타고 집으로 되돌아 왔다.

두 사람이 집으로 돌아와 방안에 들어오니 단지 이임보의 眞身(진신)(원래의 몸)이 아직도 침상에 앉아 있는데 조금도 지각이 없다. 그 도사가 "상공! 상공!"하면서 연이어서 고함을 지르자 침상위의 이임보는 이때서야 깨어난다. 온 얼굴에 눈물이 가득한 채로 그 도사에게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하면서 감사를 표시한다.

저지른 惡行(악행)의 과보로 창녀와 소(牛)로 태어나다

그 다음날 그 도사가 떠나는데 이임보는 돈과 비단을 선물로 주었으나 일체 받지 않았으며 다만 손을 흔들면서 "스스로 잘 알아서 처리하라! 육백년 후 나는 비로소 상공과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때 다시 봅시다!"한다. 도사는 문을 나서자 곧 사라지는데 그 종적이 묘연하다.

전해져 오는 말에 따르면 1200년대 南宋(남송) 孝宗(효종) 연간에 어느 도인이 길을 가고 있었다. 그때 앞쪽에서 다가오던 황소 한마리가 벼락을 맞고 그 자리에서 즉사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 도인은 스스로 "소는 한평생 인간을 위해 일만 하다가 죽는 순하고 순한 짐승인데 하늘이 왜 이렇게 야박하게 말 못하는 짐승을 죽이느냐"하면서 하늘을 향해 그 연유를 물었다고 한다.

그때 하늘에서 대답이 내려왔다. " 그 소는 당나라 때 간신인 재상 이임보이다. 재상으로서 못된 짓만 일삼아 그 果報(과보)로 몸을 파는 娼妓(창기)로 세 번, 소(牛)로 세 번 태어나는 벌을 받았다. 그나마 이번에는 그 마지막 과보로 빨리 消業(소업)시키기 위해 벼락을 맞게 하였을 뿐이다."
 

출처 : 기공과 기치유
글쓴이 : 조화도술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