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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전

당(唐)나라 개국공신 이 정(李靖)

by 성천하지미미자 2023. 2. 23.

신상 앞에서 신세를 한탄하다

李靖이정은 隋, 唐 수, 당 교체기의 유명한 전략가이자 병법가이며 장군이었다. 특히 당 태종 이세민을 도와 당나라를 개국한 일등 공신이다. 이정과 紅拂女홍불여의 애정 고사는 너무나 유명하여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정이 신선들과 교류 하였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정은 자가 藥師약사이고 三原삼원 사람이며 신분은 낮은 하층 출신이었다. 어린시절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하였다. 젊었을 때 華山廟화산묘를 지나다가 神像신상을 향하여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한바탕 한탄하고 질문을 던졌다. "저와 같은 처지의 사람은 한평생 가난하여야 합니까? 장래 저는 반드시 벼슬아치가 되고자 합니다.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출세할 수 있겠는지 神신께서는 저에게 알려 주십시오?"한다.

이러한 말을 던지고 있는 이정의 목소리는 극도로 흥분되고, 안색 또한 엄숙하기조차 하여 주위에서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놀라면서 이상히 여겼다.

사냥으로 근근이 연명하다

이정은 신상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머리를 숙이면서 사당 문을 나와 걸어 나간다. 이정이 백여 보 쯤 걸어갔는데 뒤쪽에서 큰 소리가 들린다. "이복야 !잘 가시오"한다. 그 소리에 머리를 돌려 살펴보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후에 이정이 떠돌아다니다가 山西산서지역 곽산까지 갔다. 그곳에서 사냥을 하여 생업을 유지하였으며 깊은 산속 작은 마을의 제법 살기가 괜찮은 어느 집에 얹혀살게 되었다.

이 집 주인은 다소 명망이 있는 늙은이로서 이정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간파하였다. 이 노인은 늘 豊盛풍성한 술과 음식을 준비하여 이정을 대접하곤 하였다. 만난지 오래되어도 변하지 않고 더욱 대접을 잘하자 이정은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어느 하루 이정이 사냥을 하다가 사슴무리를 만났는데 날이 저문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슴을 쫓는 데만 정신이 팔렸다.

해가 지자 외딴 집 문을 두드리다

얼마 되지 않아 밤은 더욱 깊어졌고 깊은 산속이라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캄캄하다. 뒤쫓던 사슴무리들은 어디 갔는지 종적조차 보이지 않고 길 또한 분별되지도 않았다.

이정은 방향을 잃어버리고 茫然망연하게 걸어가고 있는데 되돌아가는 길조차 찾을 수 없다. 시간이 갈수록 마음은 조급해졌다. 그러던 차에 멀리서 등불이 빛나는 것이 보인다. 서둘러서 불빛을 찾아갔다. 다가가 살펴보니 높은 담장의 큰 저택이 서있는데 마치 관료를 지낸 사람의 집 같아 보인다.

이정이 대문을 한참 두드리자 비로소 사람이 나와서 무슨 일인지 묻는다. 이정이 자신은 밤이 깊어 산속에서 길을 잃었는데 하룻밤 묵어 갈 것을 청했다. 그 하인은 "집안의 公子공자께서 외출을 하였고 다만 대부인 마님께서 집에 계신다. 잠자리를 얻기가 아마 어려울 것 같다."한다.

이정은 "번거롭겠으나 당신은 안에 들어가 이 사정을 이야기해 보시오"한다. 그 하인이 안에 들어가 보고를 하고 돌아와 전하는 말이 "부인께서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았으나, 나중에는 어두운 밤이고 나그네 또한 길을 잃었다. 그러니 집에 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다.

저녁 대접을 받고 잠을 청했으나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잃은 李靖(이정)은 불빛이 흘러나오는 큰 저택 앞에서 문을 두드리고 하루 저녁 자고가기를 청했다. 어렵게 주인의 허락을 받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대청 위에서 잠시 기다리자 여자하인 하나가 나와서 "부인께서 오셨습니다"하고 말하였다.

그 부인은 대략 50여 세로 보이고 옷차림이 소박하고도 깨끗한데 자연스럽고 풍겨나오는 기품이 맑고도 고상하여 신분과 지위가 있는 집안의 여인인 것 같았다.

이정이 앞으로 나아가 예를 올리자, 그 부인도 答禮(답례)를 하면서 말했다.
"아이들이 모두 집에 없어서 본래 나그네를 머물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어두운 밤에 당신이 歸家(귀가)하는 길을 잃었다니, 청을 거절한다면 당신은 이 밤에 어디로 가겠습니까? 오늘밤 이곳 깊은 산속 편벽한 곳에 머물고 있는 동안 여러 사람들과 아이들이 출입하면 몹시 소란스럽습니다. 그렇다고 당신이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괜찮습니다."
뒤이어 저녁상이 나왔는데 반찬 대부분이 고기와 새우 등 수산물이고 맛 또한 신선하고 향기로웠다. 이정이 밥을 먹고 나자 부인은 內堂(내당)으로 들어가고 여자하인 두 명이 잠자리를 봐주는데 깨끗하고 향기가 나는 요와 이불을 깔아 주는 등 모든 것이 완벽하였다. 하인들이 문을 닫고 나갔다.

이정은 마음속으로 이러한 깊은 산속 황량한 곳에서 이곳을 출입하면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자기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끼면서 감히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단정히 앉아서 바깥 동정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곳은 龍宮(용궁), 비 내리는 임무를 맡으시오

자정이 가까울 무렵 갑자기 급히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에 응답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天符(천부)를 통지하니 받으시오. 이 집의 큰공자가 비를 내리게 해야 하는데, 이 산 주위 칠 리 이내의 면적에 새벽 이전에 비를 충분히 내리게 해야 합니다. 비가 너무 약하게 해서는 안 되고, 너무 강하게 퍼부어서 재난을 가져와서도 안 됩니다."

문을 열어 준 사람이 하늘의 표시인 天符(천부)를 받아서 돌아왔다.
이 일을 보고받은 부인이 무겁게 말했다.

"비를 내리게 하는 符節(부절)은 이미 도착했는데, 두 아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 내에 비를 내리지 않으면 큰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지금 사람을 보내 아이들에게 알려도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하인들에게 이 막중한 책임을 맡길 수도 없으니, 이것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구나."

이때 여자하인 하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까 대청에 머무르고 있는 손님을 보니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손님에게 청해 보심이 어떨는지요."

이 말에 그 부인은 마치 문제가 해결된 듯 기뻐하면서 친히 손님이 머무는 대청으로 와 문을 두드렸다.
"손님께서는 주무십니까? 그렇지 않으면 밖으로 좀 나와 주십시오."

이정은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왔다.
"이곳은 보통 사람이 머무는 곳이 아닙니다. 이곳은 바로 龍宮(용궁)입니다. 방금 天符(천부)를 받았습니다. 순서에 따라 이번에는 우리 용궁에서 비를 내리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큰아들은 동해로 결혼식에 참석하러 갔고, 작은아들은 누이가 시집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러 갔습니다. 어림잡아 추산해 보아도 두 곳의 거리가 만릿길이 넘습니다. 구름을 타고 가서 통지하여도 시간상으로 이미 늦었습니다. 아들을 대신할 사람을 찾기도 어려워, 이제 당신에게 요청하는데 조금 번거로우시더라도 대신해 주시겠습니까?"

잠시 생각한 이정이 말했다.
"저는 일개 평범한 속인입니다. 구름을 탈 수도 없고, 어떻게 비를 내리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만약 저에게 그 방법을 가르쳐 주신다면, 저는 꼭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병속 물 한 방울, 땅위의 한 자 높이 강수량

李靖이정이 비를 내리게 하는 방법을 묻자, 그 부인은 "단지 당신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됩니다"고 한다. 그리고 하인에게 청총마를 준비하도록 한다. 비를 내리게 하는 器具기구도 가져오게 하는데 그것은 작은 병으로 말안장에 매달려 있다.

부인은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당신이 말을 타고 갈 때 말고삐를 긴장되게 잘 조절하지 않으면 말은 저 가고 싶은 데로 갑니다. 말이 날뛰면서 큰소리로 울부짖으면 작은 병에서 물 한 방울을 따라 말갈기에 묻히도록 하십시오. 절대 여러 방울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합니다"한다.

이정은 알았다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곧 말위에 올라 공중으로 날아간다. 말이 점점 높이 날아오르는데 그는 단지 편안하고 빠르다는 느낌이들 뿐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구름층 위에까지 올라갔다.

마주하여 오는 바람은 빠르고 맹렬하여 화살과 같았으며, 다리(脚)밑 구름아래에서 일어나는 雷聲뇌성은 도도하여 끊이지 않는다. 이정은 말이 높이 뛰어오르며 울부짖자 병에서 물 한 방울을 따라 말갈기에 묻혔다. 이때 번개가 구름층을 베면서 번쩍 빛나는데 저 밑 아래쪽으로 바로 자신이 더부살이 하고 있는 산골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이정은 마음속으로 "나는 이 산골에서 많은 신세를 지고 있다. 지금까지 줄곧 시골사람들이 나를 보살펴 주는 것이 한결같다. 바야흐로 보답할 방법이 없어 마음이 무거웠다. 현재 하늘에서 비가 오래 내리지 않아 농작물이 이제 말라 죽으려 한다. 내려야할 강수량이 내 수중에 있는데 어찌 인색할 필요가 있을까?"

한 방울의 물로는 땅 거죽조차 적실 수 없을 것이다. 작은 병에서 물 한 방울을 뿌리고 또 한 방울을 뿌리고 이렇게 하다 보니 이십여 방울을 뿌렸다. 잠깐 만에 비 내리게 하는 것을 끝내고 말을 타고 그 부인이 있는 집으로 되돌아 왔다.

비를 많이 내려 부인이 처벌받다

이정이 막 대문을 들어서는데 부인이 대청에서 울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 부인은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곤경에 빠뜨립니까? 원래 물 한 방울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는데 왜 사사로이 물 이십여 방울을 뿌렸습니까? 하늘에서 이 물 한 방울은 땅위에서는 한 자(尺)정도의 강수량입니다. 이 시골에 한 밤중 강수량이 두 장(丈)정도가 되었으니 사람이 살 수가 있겠습니까? 나는 이미 곤장 80대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한다.

그 부인이 옷을 벗고 등을 보여주는데 핏자국이 낭자하다. 부인은 이어서 "현재 나의 아들들도 모두 이 사건과 연루되어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한다. 이에 이정은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무어라 대답해할지 모른 채, 그냥 멍하니 서있었다.

그러나 부인은 더 이상 원망이 없는 듯 "당신은 세간 사람입니다. 하늘위 비와 구름의 변화를 이해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합니다. 나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겠으나 다만 龍師용사가 그 경위를 조사할 수도 있는데 그때 당신이 이곳에 있으면 몹시 두려울 것이므로 되도록 빨리 이곳을 떠나십시오. 단지 당신이 한 바탕 수고를 했는데 감사의 표시를 못했습니다. 이곳 산속에는 무슨 좋은 물건이 없습니다. 그래서 하인 두 명을 인계하겠습니다. 둘 다 수하에 거두어도 되고 혹은 한 명만 거두어도 됩니다. 당신의 뜻대로 선택하십시오" 한다.

마을은 물에 잠겨 간 곳 없고

그때 하인 두 명이 나타났다. 동쪽 廊下(낭하)에 서있는 하인은 얼굴이 밝고 기쁜 표정에 모습이 태연자약하여 아주 온순한 모습이다. 이와 반대로 서쪽 낭하에 있는 하인은 얼굴에 노기가 서려 있고 고집이 센 모습으로 식식거리면서 서있다. 이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나는 사냥을 업으로 먹고사는 사람이다. 용맹스럽고 싸움에 앞장서는 것이 나의 본분이다. 만약 내가 저 온순한 사람을 선택한다면 사람들이 나를 膽力(담력)이 작은 사람으로 여길 것이 아닌가" 하며 스스로 반문한다.

이어서 "제가 저기 하인 두 사람을 모두 수하로 거둘 수는 없습니다. 부인께서 이미 상을 내렸으니, 저는 서쪽에 서있는 저 우락부락한 사람을 선택하겠습니다" 한다.

이 말에 부인은 빙그레 한번 웃더니 "당신의 소원이 그러하니 뜻대로 하시오" 한다. 이정은 부인에게 예를 올리고 작별을 알렸다. 그 우락부락하게 생긴 하인이 이정을 뒤쫓아 따라온다.

대문을 나와 몇 발자국을 걷다가 머리를 돌려 바라보니 밤 동안 머물렀던 그 큰 저택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얼굴을 돌려 뒤따라오던 하인에게 그 연유를 물어보려고 하는데 그 하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정은 스스로 歸路(귀로)를 찾으며 원래 머물렀던 산골로 되돌아왔다.

하늘이 밝을 때 쯤, 자신이 몸 붙이고 살았던 마을로 되돌아왔는데 그 마을은 단지 끝도 없이 펼쳐진 큰 저수지와 같이 되었다. 간혹 큰 나뭇가지 끝만 조금씩 드러나 보일 뿐이었고 더 이상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정은 가뭄이 극심한 마을에 비를 좀 넉넉히 내리게 하여 평소에 입은 은혜를 보답하려 하였다. 그런데 오히려 사람을 살지 못하도록 만들었으니 마음이 그저 침통할 뿐이었다.


행군대총관으로 당나라 개국의 제일공신

이후에 이정은 세상에 나아가 唐 太宗(당 태종) 李世民(이세민)을 보좌하여 尙書 (상서) 우복야가 되었다. 行軍大總官(행군대총관)으로 군권을 잡아 군사를 이끌고 수많은 곳을 평정하여 唐(당)나라를 세우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하였다. 그 功勛(공훈)이 세상을 덮어 衛國公(위국공)으로 봉해졌으며, 당나라 제일의 개국공신이 되었다.

다만 이정은 宰相(재상)직을 맡지 않았는데, 이것은 龍宮(용궁)에서 바로 두 명의 하인 중에서 한 명만 선택하면서 그 용모가 온순한 하인을 수하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關東(관동)에서 재상이 나오고, 關西(관서)에서는 장군이 나온다" 라는 말이 있다. 대저 궁궐 동쪽 행낭은 관동에 비유하여 용모가 온순하므로 재상을 비롯한 문관을 의미하며, 서쪽 행낭은 관서에 비유하여 용모가 우락부락하므로 장군을 비롯한 武官(무관)을 의미한다.

이정이 용궁을 떠날 때 수하로 거두려 하였던 그 하인들은 아마 신하의 상징으로서 이정의 미래를 보는 듯 하였다. 만약 이정이 용궁에서 당시 두 명의 하인을 모두 수하로 거두었다면, 그는 文武(문무) 겸임의 최고 직위에 올랐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무성하다.

이정이 저술한 유명한 兵法(병법)이 "李衛公兵法(이위공병법)"인데 대제국 건설을 꿈꾸었던 영웅 당태종과 명장 이정의 병법토론집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거인 이세민의 理想(이상)과 그를 輔弼(보필)하던 명장 이정의 의지가 담겨진 병법의 교과서라 하겠다.

젊은 날에 용궁을 방문한바 있는 이정이 나중에 관직에서 물러난 후 仙道(선도) 수련을 열심히 하였는지, 得道(득도)하였는지 등은 알려져 있지 않아 알 길이 없다. 

 

출처 : 기공과 기치유
글쓴이 : 조화도술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