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을 가지고 놀아 이름을 농옥(弄玉)이라 부르다
춘추시대 진(秦)나라 목공(穆公)에게 딸이 하나 있었는데, 돌을 맞았다. 돌잔치에 궁녀들이 커다란 쟁반을 받쳐 들고 있는데, 그 쟁반위에는 금실, 은침, 아름다운 구슬과 각양각색의 진기한 보물들이 놓여 있었다.
이 쟁반을 돌을 맞은 아이에게 보여주자 딸아이가 뽀얗고 자그마한 손을 내밀더니 그 자리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투명한 구슬(玉)을 꽉 잡는다. 그 구슬을 가지고 희롱하면서 노느라고 정신이 없다.
목공과 그 부인은 딸아이의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운 표정을 보면서 기뻐서 어쩔 줄 모른다. 이 일이 있고난 후부터 딸아이의 이름을 "구슬을 가지고 놀다"라는 의미로 "농옥"(弄玉)이라 불렀다.
농옥이 점차 자람에 비범하리만큼 총명하였으며 더욱이 음악방면에서 특별히 뛰어난 자질이 나타났다. 농옥은 생황을 특히 잘 불었는데, 가르쳐 주는 음악선생조차 필요 없었는바, 불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연주하면 우아하고 아름다운 곡이 되어 듣는 사람을 감동시켰다.
구슬(玉)로 생황을 만들어 주다
목공은 이러한 딸아이를 대견스럽게 여겨 딸아이를 기쁘게 할 목적으로 그 당시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명공을 시켜, 농옥이 돌날 선택했던 그 아름다운 옥을 구하여 조각을 해서 생황을 만들었다.
옥으로 만든 생황을 선물로 받은 농옥은 뛸 듯이 기뻐하였다. 농옥이 옥으로 만든 생황으로 연주하는 악곡은 아름답기가 봉황이 우는 듯 하였으며 인간 세상에서는 들을 수 없는 것이었다.
목공은 이때 딸 농옥을 위해 높은 누각을 지었다. 그 누각 이름을 "봉루"(鳳樓)라고 이름 지었다. 봉루 앞에 높은 대(臺)를 만들고 "봉대"(鳳臺)라고 하였다.
짝할 배필을 천하에 찾았으나
처녀로 성장한 농옥은 태어난 바탕이 곱고 살결이 맑고 깨끗하여 빼어난 미모는 천하절색이었다. 아버지인 목공은 줄곧 딸과 짝을 이룰만한 뛰어나고 출중한 사위를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래서 부인을 시켜서 은근하게 "농옥"의 생각을 알아보게 하였다. 농옥은 마침 몹시도 흔쾌히 속내를 밝힌다. "나의 낭군은 반드시 악기를 다루는데 뛰어난 재주를 가진 명인이어야만 합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제왕인 아버지 목공에게도 이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목공은 사람을 전국 각지로 파견하여 미혼의 음악명인을 백방으로 찾아보았으나 자기 딸인 농옥이 만족할만할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비록 천하가 이렇게 넓다고 하나 딸인 농옥과 음악을 교류할 만큼 뛰어난 배필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목공이 딸의 배필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던 그 즈음해서 어느 날 밤이었다.
밤도 야심한 시각에 달은 밝고 바람은 고요한데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농옥은 홀로 봉대(鳳臺)에 올랐다. 벽옥으로 만든 생황을 입에 대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심사를 담아서 생황을 불기 시작한다. 생황소리는 올라갔다 내려갔다가 이어질듯 끊어질듯 유려하게 울려 퍼지는데 마치 울면서 하소연하는, 그리운 임을 사모하는 곡조로 이어진다.
그 소리는 늦은 밤 풍경 속에서 공중으로 퍼져 나가는데 하늘가로 유유히 나부끼듯 울려 퍼진다. 이때 홀연 일곱 가지 색깔을 한 구름무늬가 밤하늘을 가로지르면서 곧 바로 봉대로 날아온다.
꿈속에 나타난 미남자
일곱 가지 색깔을 한 구름이 "농옥"이 앉아있는 봉대(鳳臺)로 날아왔다. 구름 위에는 새 깃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학의 깃털로 만든 옷을 입은 미남자가 봉황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봉대" 앞에 멈추었다. 그 미남자는 점잖고 예절이 밝았다.
"농옥"에게 자기소개를 하였다. "나는 태화산(太華山) 주인이다. 옥황상제께서 내가 당신과 중추가절 좋은 날을 택해서 혼사를 맺으라고 하셨다. 조금 전 당신이 연주한 생황의 소리를 듣고 특별히 흥을 돋우기 위해 찾아왔다"고 했다.
그 미남자는 자기소개를 마치고 허리춤에서 붉은 옥퉁소(赤玉簫)를 꺼내어 봉대 난간에 기대어 연주하기 시작하였다. 그가 타고 온 봉황이 퉁소소리에 맞추어 날개를 펴더니 흡사 지저귀듯, 노래하듯 춤을 추는데 퉁소 곡조와 조화가 완벽하였다.
"농옥"은 이 광경에 정신이 나가, 자신도 모르게 푹 빠져 들었다. 그녀는 부지불식간에 "지금 이곡은 무슨 곡입니까?"라고 물었다. 그 미남자는 "이것은 화산음(華山吟) 제 일곡입니다."하였다. "당신은 제게 가르쳐 주실 수 있습니까?"하고 "농옥"이 묻자, 그 미남자는 "어찌 안 되겠습니까?" 하면서 말을 마치고 다가와 "농옥"의 손을 잡아당겼다. 이에 "농옥"은 부끄러워하다가 갑자기 깜짝 놀라면서 꿈속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아버지 목공, 꿈속의 미남자를 찾다
"농옥"은 둥글고 하얗게 빛나는 달을 바라보면서, 조금 전 그 기묘한 꿈속의 정경이 흡사 눈앞에서 전개되는 듯한 환상이 떠올라 더는 잠을 이룰 수 없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아침 일찍 "농옥"은 아버지인 진(秦) 목공(穆公)에게 문안하러 갔다. 지난밤 꿈속에서 있었던 모든 상황을 상세히 아버지에게 알렸다. 아버지 목공은 측근 신하인 백리시(百里視)를 불러서 "농옥"이 꿈속에서 본 남자 모양을 이야기해 주고 태화산으로 가서 찾아보도록 하였다.
태화산으로 간 백리시가 잇따라 며칠 간을 찾았으나 그 사람을 찾지 못했다. 백리시는 그 남자가 이 태화산 속에 설사 있더라도 찾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때 마침 한 나무꾼을 만나 물어보았다.
나무꾼이 손가락으로 전방을 가리키면서 "저쪽 명성암(明星巖) 아래에 가면, 최근에 이곳에 와 띠집을 짓고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매일 밤마다 퉁소 한 곡조를 부는데 듣는 사람은 누구나 정신이 상쾌하고 피로와 근심이 사라진다. 당신이 찾는 사람이 아마 그 사람일 수 있다."고 하였다.
백리시는 서둘러 명성암으로 갔다. 과연 그곳에는 멋스러운 한 소년이 있었다. 옥 같은 용모에 붉은 입술, 새 깃으로 만든 모자와 학의 깃털로 만든 옷을 입고 있는데 속세를 초탈한 풍모다. 백리시는 크게 기뻐하면서 서둘러 앞으로 나가 예의를 차리고 이름을 묻는다. 이때서야 비로소 성이 "소"(蕭)씨이고, 이름이 "사"(史)임을 알았다. "소사"는 백리시가 온 뜻을 알고 사양하지 않고 진나라 수도인 함양으로 갔다.
소사와 농옥, 용과 봉황을 타고 승천하다
진 목공은 소사의 호방하고 멋스러운 풍모를 보자마자 매료되었고 그의 탈속 우아한 성품을 극구 칭찬할 뿐이었다. 그날 진 목공은 소사와 함께 "봉대"에 올랐다. 이미 딸 "농옥"에게 장막 뒤에 숨어서 보도록 조치해 두었다.
소사는 목공의 요청에 따라 붉은 옥퉁소를 꺼내어 흔쾌히 연주하기 시작하였다. 한 곡조가 끝나자 맑은 바람이 불어오고, 두 번째 곡이 울리자 아름다운 구름이 사방에서 몰려오고, 세 번째 곡을 연주하자 흰 학이 춤을 추고 백가지 새가 몰려와 다투어 운다. 이때 장막 뒤에서 훔쳐보던 딸 "농옥"은 놀라고 기뻐하면서 "정말로 이인(異人)이구나, 진실로 나의 장부가 될 만하구나!" 하였다.
소사와 농옥은 팔월 십오일, 중추가절 좋은 날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 후 한참을 행복하게 지내다가 어느 날 밤 소사 부부가 밝은 달 아래서 "내봉"(來鳳)이라는 곡조를 연주하는데, 홀연 빛이 낮과 같이 밝아지면서 자주색 봉황이 "봉대" 좌측에서 나타나고, 붉은 용이 봉대 우측에서 나타났다. 소사는 적용을 타고 농옥은 자주색 봉황을 타고 공중으로 날아갔다. 달과 별이 빛나는 하늘가 어디론가 날아올라 가는데 공중에서 꺼진 듯이 영영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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