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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담 문집

천기(天機)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

by 성천하지미미자 2023. 3. 3.

천기(天機)

 

 

                                        

 

 

벽상호마도(壁上호(米胡馬圖) 벽에 하도락서를 붙여놓고

 

삼년하동위(三年下董幃  삼년을 발을 치고 앉아 바로 잡으니

 

소관혼돈시(遡觀混沌始)  거슬러 혼돈이 시작을 관찰해 보면

 

이오수발휘(二五誰發揮) 누가 음양오행을 발휘시키는가 ?

 

유응수작처(惟應酬酌處) 오직 서로 응하여 주고 받는 곳에

 

통연견천기(洞然見天機) 천기를 볼 수 있는 것이 명확하다.

 

태일간동연(太一幹動靜) 큰 하나인 태일은 동정을 주관하고

 

만화수선기(萬化隨璇璣) 만물의 변화는 천체의 움직이는 것에 따르니

 

취허음양탁(吹噓陰陽탁(풀무탁) 찬 기운과 따뜻한 기운 풀무질 하듯 불어대며

 

합벽건곤비(闔闢乾坤扉) 천지의 문을 열었다 닫혔다 하고

 

일월호왕래(日月互往來) 해와 달은 서로 왔다 갔다 하여

 

풍우교음휘(風雨交陰暉) 바람과 비는 서로 흐렸다 개었다 하고

 

강유위상탕(剛柔위(艸尉)相蕩) 굳셈과 부드러운 것이 무성하게 섞이며

 

유기취분비(游氣吹紛비(雨非) 흐르는 기운은 어지러이 흩날리네

 

 

 

품물각류형(品物各流形) 만물은 각기 형상을 갖추어 지상에 퍼지고

 

산포영범위(散布盈範圍) 널리 퍼져 땅에 가득차게 하였으며

 

화훼자청자(花卉自靑紫) 꽃과 풀들은 스스로 푸르고 붉어지네

 

모우자주비(毛羽自走飛) 짐승과 새들은 자연히 달리고 날게 되었다

 

부지수소사(不知誰所使) 누가 이렇게 부리는지는 알 수없고

 

현재난견기(玄宰難見幾) 하늘이 주관하는 기미는 보기 어렵네

 

현인장제용(顯仁藏諸用) 어진 도는 드러나지만 그 쓰임은 감추어지고

 

수지비상미(誰知費上微) 미묘하게 쓰여지는 것을 누가 알리

 

간시간부득(看時看不得) 우리가 때를 보나 얻어 볼 수 없으니

 

멱처멱환비(覓處覓還非)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네

 

약능추사물(若能推事物) 만약에 사물을 능히 추리한다면

 

단예견의희(端倪見依稀) 시작하는 곳을 드물게는 볼 수 있을 것이다.

 

 

 

장노발유아(張弩發由牙)  화살은 활시위로부터 나아가고

 

삼군모용부(三軍모用기(교룡기)) 삼군은 깃발로 지휘하네

 

복우당위곡(服牛當以곡(牛告외양간곡) 소를 가두는 곳은 외양간이요

 

요마당이기(擾馬當以기(革幾) 날뛰는 말은 재갈로서 제압하고

 

벌가즉불원(伐柯卽不遠) 사용하는 법칙은 먼 것이 아닌데

 

천기기아원(天機豈我遠)  천기인들 나에게 멀 것인가?

 

인인개일용(人人皆日用)  사람사람이 날마다 쓰고 있으며

 

갈음한즉의(渴飮寒則衣) 목마르면 물마시고 추우면 옷을 입네

 

좌우취봉원(左右取逢原) 주변에서 원리를 취한 것이요

 

원처경변희(原處便知稀)  근본을 아는 이는 드므네

 

백려종일치(百慮終一致)  백가지 생각이 한 곳에 이르니

 

수도경동귀(殊途竟同歸)  길은 다르나 필경에는 함께 돌아가고

 

좌가지천하(坐可知天下) 앉아서도 천하를 알 수 있으니

 

하용출정원(何用出庭園) 어찌 뜰앞에 나가겠는가?

 

 

 

춘회견시인(春回見施仁)  봄이 오면 어진 인이 베풀어지는 것을 보고

 

추지식선위(秋知識宣威) 가을이면 위엄이 베풀어지는 것을 알 수 있네

 

풍여월양명(風餘月揚明) 바람은 잦아들고 달빛이 훤하게 밝아

 

우후초방비(雨後草芳菲) 비내린 뒤에 풀은 향기롭네

 

간래일승양(看來一乘兩) 살펴보면 큰 하나에  음양이 타고 있는 것이요

 

물물뢰상의(物物賴相依)  만물이 서로 의지하고 의지하네

 

투득현기처(透得玄機處)  현묘한 기미를 꿰뚫어 얻으니

 

허실좌생휘(虛室坐生輝) 마음 비우고 앉으니 밝아 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