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다스린 우사(雨師)
여러 신선 중에서 기상을 주관하는 우사(雨師)의 책임은 막중하다. 우사가 한번 직책을 다하지 못할 때 천하는 가물지 않으면 홍수가 난다.
삼황의 한 분인 염제 신농씨(炎帝 神農氏)가 천하를 다스릴 때 아직 비를 전문적으로 맡아 다스리는 우신(雨神)이 없었다. 한번은 연달아 이년동안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았다. 강과 하천은 말라비틀어지고, 산 또한 메말라서 갈라질 지경이었으며 가까스로 개간해서 곡식을 심은 농경지도 모두 사막으로 변했다.
염제 신농씨의 마음은 말라빠진 대지와 같이 조급해졌다.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옥황상제께 보고하는 외 달리 방법이 없었다. 사실 이때 천상에서도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다.
원시천존 등 많은 성인들도 정작 애가 타고 있었다. 천상에서 상의를 거쳐 적송자(赤松子)를 파견하여 우사(雨師)를 맡기기로 결정하였다.
적송자의 모양은 아주 괴상하였다. 상체에는 짚으로 된 거적을 걸쳤고, 아랫부분에는 가죽치마를 둘러 입었다. 머리칼은 봉두난발이었고, 다리는 맨살을 드러냈으며, 손톱은 날카로운 짐승의 발톱처럼 자랐고 온몸은 누런 털로 덮였다. 손에는 버들가지를 가지고 다니며 길을 걸을 때 노래를 부르고 껑충껑충 뛰기도 하면서 정신나간 듯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였는데 마치 야인(野人)과 같았다고 한다.
적송자는 하늘의 명령을 받고 신농씨를 찾아갔다. 만나자마자 자기소개를 하였다. "나의 이름은 적송자입니다. 예전에 유왕옥(留王屋)에 머물면서 오랫동안 수련을 하였습니다. 후에 저는 적진인(赤眞人)을 따라 남쪽으로 형산(衡山)에 가서 놀기도 했습니다. 그때 적진인께서는 늘 붉은 색의 신령한 머리를 한 비룡(飛龍)으로 변해서 다녔으며, 저 또한 뿔이 난 붉은 색의 작은 용(?龍)으로 변해 적진인의 뒤를 쫒아 다녔습니다. 제가 원시천존 등 많은 성인들을 찾아뵈었을 때 중성(衆聖)들은 제가 비와 바람을 일으키며 자유자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우사(雨師)를 맡겨 강우(降雨)의 일을 주관하게 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적송자는 우사의 직책에 적합하게 일을 잘 처리하였다. 날씨가 맑고 비가 오고 흐리고 하는 것을 알맞게 잘 관리하고 배치하였다.
오 일에 한 번 오는 비를 행우(行雨), 십 일에 한 번 오는 비를 곡우(穀雨), 십오 일에 한번 오는 비를 시우(時雨)라고 불렀다. 비를 내리게 할 때에는 성기지도, 조밀하지도 않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하였으며 꼭 알맞게 내리게 하였다. 이 때문에 백성들과 농작물 모두가 크나큰 혜택을 입었다.
적송자는 성품이 부드럽고 상냥하여 염제 신농씨와 잘 융합하여 사이좋게 지냈다고 한다. 적송자는 또한 신농씨에게 "각종 음식 먹는 법, 독초와 약초 구분법(服食水玉之法) 등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염제에게는 어린 딸이 하나 있었는데 그녀는 적송자가 매우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여겨 적송자를 졸라 외부로 놀러갈 때 자기를 데리고 가도록 하였다. 한 번은 그녀가 적송자 뒤를 쫒아갔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체 뒤만 쫒아 가다보니 닿은 곳이 천상이었다. 그곳에서 그녀도 신선이 되었다 한다. 어떤 책에서는 그녀가 적송자의 연인이었다고도 한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적송자를 애모하였다. 특히 한나라를 통일하는데 일등공신인 장량(張良)은 천하통일 후 몸을 보전하기 위해 "원컨대 인간사를 버리고(願棄人間事), 적송자를 쫒아 놀겠다(欲從赤松子遊) : 史記 留侯世家" 하면서 은퇴하였다. 후세 시문(詩文)에서 종종 인용하는 전고(典故)가 되었다. 즉 공을 이루고 몸이 물러난다는 뜻을 나타내거나 혹은 은둔하여 선도(仙道)를 닦겠다는 뜻을 비유한다. 과거에 한국, 중국 등에서 벼슬하던 선비들이 벼슬에서 물러나면서 많이 인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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