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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전

신통방통 형화박(邢和璞)

by 성천하지미미자 2023. 2. 21.

다른 사람 마음을 미리 알아보다

邢和璞(형화박)은 唐(당)나라 때 활약하던 도사였다. 출신과 나이 등은 알려져 있지 않다. 동해 바닷가에 隱居(은거)하여 살았다 한다. 사람의 마음을 미리 읽어내는 算心術(산심술)에 정통하여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바를 모두 알아낼 수 있었다.

나중에 형화박은 嵩(숭), 潁(영) 지방 사이에 살았는데 "潁陽書"(영양서) 3편을 저술하였다. 그 가운데 마음을 읽어내는 "算心旋空"(산심선공)의 요결이 들어 있다.

당나라 玄宗(현종) 開元(개원)12년(724) 형화박이 장안 나들이를 하자 조정의 신하들과 부자들이 앞다투어 찾아오는데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장안에 있는 동안 한번은 백마파에 사는 옛날 친구인 崔司馬(최사마)를 찾아갔으나 뜻밖에도 친구는 이미 죽은 지 하루가 넘었다. 형화박은 아쉬움과 슬픔에 잠겨 친구 시체 옆에 누워서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죽은 친구가 뜻밖에도 살아 돌아왔다. 친구 최사마는 병이 골수까지 들어 신음하면서 "형선생! 형선생! 당신은 어찌하여 친구인 나를 버리는가? 빨리 와서 나를 구해 주시오!"했다.

그 말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담장 벽이 뚫어지는 소리가 들려서 그곳을 쳐다보니 벽 위에 작은 틈이 생기는데 점점 크게 변했다. 크게 변한 틈새 사이에는 수백 명이 자주색 옷을 입고 커다란 모자를 쓴 사람을 빼곡히 둘러싸고 있었다. 수레에 앉은 그 사람이 최사마에게 "형선생이 太乙仙人(태을선인)을 보내어 당신을 구하려고 한다"며 말을 마치자 공중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최사마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으며 벽 위의 틈새도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방관의 前生(전생)을 알게 하다

또 이런 일화가 하나 있었다. 형화박은 사람들의 전생과 미래를 능히 알았다. 房琯(방관)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나중에 재상 벼슬까지 지냈다. 이 방관이 동여지방에서 벼슬살이 할 때 형화박과는 매일 만나다시피 하면서 몹시 가깝게 지냈다.

어느 하루 쉬는 날 방관과 형화박은 서로 손을 잡아끌면서 성 밖으로 놀러 가게 되었다. 부지불식간에 십여 리를 걸어서 夏谷村(하곡촌)이라는 마을에 있는 폐사된 한 사찰에 왔다. 그곳은 소나무와 대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 있어 서로 간에 잘 어울리고 속세와 멀리 떨어진 고고한 雅趣(아취)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두 사람은 땅바닥에 앉아 잠시 휴식하고 있는데 갑자기 형화박이 지팡이로 땅바닥 한 곳을 두드리면서 수행원들에게 그 곳 땅 밑을 파라고 했다. 땅 밑 몇 자를 파내려가자 병이 하나 나타났다. 병을 끄집어내어 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屢師德(누사덕)이라는 사람이 써서 永公(영공)에게 보내는 편지인 "與永公書"(여영공서)가 들어 있었다.

형화박이 웃으면서 방관에게 "당신은 이제 前生(전생)의 일이 기억납니까?"했다. 그 말에 방관은 문득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곧 전생에 화상이었던 자신이 기억난 듯했다. 전생에 스님으로 있을 때 방관의 이름이 "永"(영)이었다. 즉 방관의 전생이 바로 永禪師(영선사)였다.

이 방관의 전생과 관련하여 1,600년대 조선 땅에서 살았던 선비이자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대해 주전파였던 淸陰(청음) 金尙憲(김상헌) 선생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지 이를 소재로 하여 시를 지었다. 칠언절구 가운데 뒷부분을 소개한다.

...... 誰識去來今世事 (수식거래금세사), 老房能記永禪師 (노방능기영선사).

누가 과거 미래 금생의 일을 알겠는가? 방관이 능히 영선사였던 자신을 기억하고 있었다네.

재상 방관의 미래를 정확히 예언하다

邢和璞(형화박)은 房琯(방관)에게 前生(전생)을 알게 한 후 다시 그의 미래를 예언한다. "당신은 나중에 宰相(재상) 벼슬을 한다. 그러니 자신의 몸을 잘 관리하기 바란다. 당신은 臨終(임종)하기 전에 반드시 물고기 회(魚膾)를 먹을 것이다. 죽은 후에는 龜玆國(구자국)에서 생산되는 목판으로 관을 만들어 당신을 장사치를 것이다. 죽을 때 당신은 집에서 임종하지 못하며 관청이나 사찰도 아니고 또한 친척집도 아닌 바깥에서 죽을 것이다."

도사 형화박의 말대로 방관은 나중에 정말 재상이 되었다. 벼슬살이 막바지에 좋지 않은 일에 연루되어 낭주 땅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일차 중병을 얻었으나 紫極宮(자극궁)이란 도관에서 요양을 하여 병이 好轉(호전)되었다. 그곳 고을 책임자인 태수가 식사 초대를 하였는데 그 음식상에 물고기 회(魚膾)가 차려져 있어 방관은 그것을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뜻밖에 병이 發作(발작)하였다. 그날 밤 꿈속에서 신선이 나타나 "형화박 眞人(진인)의 말이 과연 효험이 있구나!"한다.

그 다음날 방관이 과연 예언대로 객지에서 죽었다. 뒷일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때마침 공교롭게도 상인 한 사람이 구자국에서 생산되는 널판을 도관에 보내왔다. 가족들이 이 널판을 빌려서 방관의 棺(관)을 만들어 葬禮(장례)를 치렀는데 형화박의 예언과 한 치도 어김이 없었다.

태산노사 최오,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다

형화박이 終南山(종남산)에 머물러 있을 때 "최오"라는 사람이 그의 친구들과 함께 형도사에게 도를 배웠다. 그들은 형화박을 몹시 존경하고 따랐다.

어느 날 하루 형화박은 제자들에게 "내일 특별한 異人(이인)이 오는데 너희들은 손님 맞을 준비를 우선 좀 하고, 그 손님이 왔을 때 몰래 훔쳐보지 마라"한다.

다음날이 되자 손님 한 사람이 방문하였는데 모양새가 특이하다. 작은 키에 뚱뚱하였으며, 머리가 몸의 거의 반을 차지하는 듯하다. 붉은 색 옷을 입었고, 손에는 벼슬아치들이 임금을 알현할 때 드는 笏(홀)을 들고 있으며, 큰 소리로 웃을 때 수염이 흩날리는데 입아귀가 거의 귓가에 닿을 듯 벌어진다.

그 방문객과 형화박이 이야기 속에 푹 빠져 있는데 그들이 나누는 말은 인간세상의 언어가 아니었다. 최오는 그들이 대화하는 곳으로 가서 그들 사이에 끼고 싶은 나머지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가장하면서 그들 앞으로 다가갔다. 그때 그 특이한 손님이 최오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이 사람은 泰山老師(태산노사)가 아니신가?"한다.

형화박은 대답하기를 "바로 맞았습니다"한다. 그 이인은 점심을 먹고 곧 가버렸다. 그때서야 형화박이 최오에게 "아까 그 사람은 바로 玉皇上帝(옥황상제)를 위해 만담을 하는 사람이다. 전적으로 상제를 웃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사람이 말한 "태산노사"를 너는 기억할 수 있겠는가?"하고 묻는다.

최오는 눈물을 흘리면서 "어렸을 때 나이 많은 사람들이 제가 "태산노사의 後身(후신)"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前生(전생) 일이 아미 흐릿하여 기억하지 못합니다"한다. 갖가지 일화를 남긴 형화박은 그 후 어디로 갔는지 踪跡(종적)이 묘연하다고 한다.
 

출처 : 기공과 기치유
글쓴이 : 조화도술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