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설(蘭谷說)
난초라는 식물은 주역 계사전에 한 마음으로 말 한다면
그 향기가 난초와 같고 그 예리함은 무쇠도 자른다 하였으며
그 밖에 詩經에도 노래하였고
초나라 굴원이 쓴 이소경(離騷經)에도 여러번 등장하여
다 기록할 수 없을 정도이나 온갖 백초가운데
그 고아하게 풍기는 향기 으뜸이다.
내가 궁색하게 초야에 묻힌지 벌서 36년으로
사람들에게 이름도 알려지지 못했고
몸도 고을 출입한지도 오래 되었으며
오직 하늘이 내게 부여한 것이 인색한 것은 아니다.
성현의 가르침을 좇아 따르는 것이 일상이 되었으며
詩書의 문하에서 고아하게 노닐었다.
선조의 영광을 위하여 여러차례 과거를 보았지만
그 때마다 낙방을 하였으니 이는 하늘이 나를 궁색하게 한 것이요
그러므로 고요한 곳을 병풍삼아 일 없는 것이 일이 된 것이다.
강가 언덕에서 난초를 캐다가 구원(九((田宛) : 밭 삽십이랑원))에 심어
증식을 하여 아침부터 저녘까지 정성으로 북 돋아 받드니
이슬을 머금고 그 잎이 푸르고 맑아 시원한 바람이 불었으며
그 풍기는 향기가 높고 우아하여
난초의 잎이 무성하게 높이 자라는 것을 바란 것이다.
균계(菌桂)의 실에 꿰어 기하(기(艸支)荷)의 옷에 차고 다니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에 그 향기를 사모하였으니
시대가 버리므로 고요하고 그윽한 것을 사모한 것으로
내가 사는 곳을 난곡(蘭谷)이라 이름 붙인 것이다.
손님이 말하기를 변하면 꽃답지 않다고 말 한 것은 굴원(屈原)의 슬픔이요
슬픔을 스스로 불사른 것은 이백(李白)의 탄식이니
그대는 어찌 아지못하는가
내가 대답하기를 굴원은 세상이 변화하는 것을 슬퍼하였으나
자신만은 변하지 아니했고
이태백은 어질고 밝은 사람이 근심스러운 것을 만나 탄식하였고
자신은 침체(沈滯)의 늪에서 헤메었으니
참으로 흠이 난초에 있는 것은 아니니 어찌 이 때문에 난초를
취하지 아니하리요
낙낙(落落)한 자세와 정정(貞貞)한 용모는 송죽(松竹)에 비할바는 아니나
외롭고 곧은 형상이나 멀리까지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
연꽃이나 국화와 형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옛사람의 詩가 있으니 나무가 되려면 마땅히 소나무가 되어야 하고
풀이 될려면 마땅히 난초가 될려고 하였다
난초가 골짜기에 있어 심유(深幽)하고 은벽(隱僻)하나 그 향기를 전파(傳播)하고
그 조촐한 것을 비춰주는 것은 맑은 바람과 밝은 달뿐이라
내가 세상살이를 하면서 사람들과 접촉을 끊고 쓸쓸하게 살면서
몸은 집 안에 묻혀있고 이름은 세상에서 폐(廢)하였으니
나를 아는 것은 하늘뿐이요
孔子의 유조(遺操)를 어루만지며 초소(楚騷)의 나머지를 노래하고
골짜기에 있는 蘭과 비슷한 것을 읊으니
이것이 蘭谷이라 이름지은 까닭이다.
아 ! 도잠(陶潛)은 국화를 사랑하였으니 그 숨어 한가한 것을 취한 것이요
염계(濂溪)는 연꽃을 사랑하였으니 그 군자된 것을 취한 것이다.
내가 난초를 취한 것은 도연명(陶淵明)과 주염계(周濂溪)에게서
얻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蘭谷說
蘭之爲物書於易詠於詩雜出於楚騷之篇者不可勝記實白卉之芬芳也余之窮居而野處者三十有六年名不聞於人而身不出於鄕者久矣惟天之賦於我者非獨嗇也故從事於聖賢之敎優遊於詩書之門爲祖先之榮而求擧屢進而屢屈此天之窮我也故屛居而靜處無所事於事也於是乎蘭於澤畔滋之於九원(田宛)朝而培之暮而封之露之洽也其葉靑靑風之吹也其香馥馥此所謂冀枝葉之竣茂者也건(뺄건)之於菌桂之인佩之於기荷之衣與友言也慕其臭與時棄也慕其幽此吾之所以取誌而名吾居也客曰變不芳屈者之傷也哀自焚李白之歎也子豈不知耶曰屈子傷時俗之變化而獨不變也李白歎賢哲之逢患而沈其身也非眞有疵於蘭也何可以此而不取於蘭也落落之姿貞貞之容雖非松竹之比而孤直之形幽遠之香可兄弟於蓮菊也故古人有時爲木當作松爲草當作蘭也夫蘭之在谷也深幽隱僻而傳其香照其潔者惟淸風明月而已余之在世也絶群索居身處於家而名廢於時所知者天君而已撫孔子之遺操而詠楚騷之餘吟有類於在谷之蘭此蘭谷之所以名也嗚呼陶潛愛菊取其隱逸也濂溪愛蓮取其君子也余之取蘭其有得於陶與周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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