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유고(蘭谷遺稿)
송 윤상인귀지리산(送倫上人歸智異山)
윤상인이 자리산으로 돌아 가는데 전송하면서
지리산은 삼신산(三神山)가운데 하나로서 호남과 영남지방에 한 없이 넓게
펼쳐져 있어 뻗쳐 있는 주위가 몇 백리인지 알 수가 없다.
남쪽지방의 산들이 높고 높아 큰 산들이 백여개가 되는데
홀로 지리산만이 으뜸이라 하니 산악(山嶽)의 신수(神秀)라고 아니 하겠는가
그러니 지리산을 방장산(方丈山)이라고 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 사람만이
일컫는 것이 아니고 옛부터 중국사람들도 또한 그렇게 불렀다.
방장산(方丈山)이 삼한(三韓)땅에 있다는 것은 두보(杜甫)의 시(詩)이다. (方丈三韓外)의
삼청(三淸)과 상계(上界)의 신선(神仙)이 다른 곳에 있지 않고
여기 지리산에 있다고 하였다.
이러므로 최고운(崔孤雲)과 진감국사(眞鑑國師)가 상외(象外 ; 속세 밖)에 마음을 두고
심오한 이치에 마음을 쏟아 사색(思索)하였으니 몸은 다르나 마음은 같아
속세를 떠나 신선의 세계에서 놀았으니 사람들은 그 자취를 능히 헤아릴 수 없었다.
나는 젊은 시절부터 쌍계산(雙溪山)의 명승(名勝)과 청학동(靑鶴洞)의 특이한 것을
많이 들어 왔으므로 생각같아서는 한번 석장(錫杖)을 날려 신선의 자취를 쫓아
찾아가 깊은 골짜기를 굽어보면서 쉬기도 하고 하늘에 오르려고 한 적이
이미 일찍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반평생을 속세에 뭍혀 살아 일찍부터 소원이었던 것을 외롭게 저버렸으니
머리를 들면 구름이 부끄럽고 소나무를 어루 만지면 마음이 서글펐다.
이제 호사(湖師)를 모후산으로 찾아가니 방장산이 천왕봉(天王峰)과 반야봉(般若峰)이
우뚝솟아 하늘을 괴이고 있어 아침 저녁으로 마주 대하니 더욱 그 신선에게
달려가고 싶은 지극한 마음 금할 수 없다.
윤상인(倫上人 (스님))은 호사(湖師)의 문인(門人)이다.
봄에 지리산으로부터 이곳에 옮겨와 늘 지리산의 고적(古跡)과 승경(勝景)을 말 한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으며 나는 비록 가보지 못하였으나 멀리서 보아 이미 가슴속에 역력하다.
상인(上人)이 장차 스님 생활을 청산하고 속세로 돌아온다고 하니
내가 상인의 동도(東道)의 주인이 되어 구월장풍(九月長風)에 신선놀이와
명산의 폭포가 쏟아지는 경치를 쫓아 올라가 바라보는 즐거움을 얻는다면
내 비록 늙었으나 오히려 능히 호사(湖師)를 위해 시부(詩賦)를 지으니라.
내가 스님 보니 속세의 티끌 먼지를 피하였고
일찍 두류산(頭流山)의 달을 희롱하다
지금은 모후산(母后山) 구름 속에 산다네
계곡에는 청학동의 빼어남을 감추었고
폭포에는 붉은 안개 서려있어
어느때나 돌아다니다 서로 만나 한바탕 기쁘게 웃어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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