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화상과 여우 백장야호(百丈野狐)

백장야호(百丈野狐)

인과에 어둡지 않다.: 불매인과(不昧因果)

백장화상이 법상에 올라 법을 설할 때마다 항상 대중 속에서 한 노인이
화상의 설법을 듣고 있었으며,
대중들이 물러가면 노인도 같이 자리를 떳다.

그런데 하루는 노인이 물러가지 않으니
선사께서는 노인에게 지금 앞에 계신 분은 누구신지요.하고 물으니

노인이 대답하기를 저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옛날 가섭부처님 시대에 이 절의 주지였습니다.

그때 어떤 학승이 저에게 묻기를큰 수행인은 인과에 떨어집니까? 안 떨어집니까?하고 묻기에
저는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 불락인과(不落因果)라고 말하였다가
오백생(五百生)을 여우의 몸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화상께 청하오니 한 말씀 주시어 저의 여우 몸을 벗게 하소서

백장화상이 말하기를 그 학승이 묻는데로 다시 나에게 물으라.하니
노인이 큰수행인은 인과에 떨어집니까? 안 떨어집니까? 물으니

선사께서 말씀하시길 불매인과(不昧因果)하니
노인이 말이 끝나자 마자 바로 깨닫고 절하면서
저는 이미 여우 몸을 벗어 뒷산에 있으니 스승께 바라옵건데
다른 스님들 처럼 다비 하여 주십시요.

백장스님이 대중을 이끄는 유나(維那)로 하여금 대중에게 고하기를
밥 먹고 다비식이 있다 하니

대중들이 수근거리기를 다들 편안하여 열반당이 텅 비어 있는데 무슨 다비식이냐고 수근거렸다.

밥을 먹고 스님은 대중을 이끌고 뒷산 바위 밑에 이르러
지팡이로 죽은 여우를 끄집어 내어 화장을 했다.

백장 스님이 저녁에 법당에 나와 오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황벽(黃檗)수좌가 자리에서 일어나 스승께 말하기를

그 사람이 대답을 잘 못해서 오백생의 여우몸을 받았다는데
바로 정답을 말 했다면 지금쯤 무엇이 되었겠습니까? 물으니

스승께서 말하기를
앞으로 가까이 오라 너에게 가르쳐주겠다.
황벽이 앞으로 나아가 스승의 뺨을 한대 후려 갈겼다.

이에 스님은 박수치고 웃으며 말하기를
과연 북쪽 오랑케의 수염이 붉다더니
붉은 수염의 오랑케가 있구나. 하였다.
(將謂胡鬚赤 更有赤鬚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