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계명암창건기 梵魚寺鷄鳴庵創建記
근안본사기적운 謹按本寺記蹟云
삼가 살피건데 본사 사적에 밝히기를
지시계명방오간 치지동령 知時鷄鳴房五間 置之東嶺
때를 알려주는 鷄舍 다섯 간을 동쪽 산 마루턱에 설치하였다 하고
우속전운 계명우차 又俗傳云 鷄鳴于此
또 전설에 닭이 이곳에서 울었다 하고
이견암동치 而見庵東峙
암자 동쪽 산마루턱에
유계화석 여계족흔 有鷄化石 與鷄足痕
닭 바위와 닭의 발자욱 흔적이 있는 것을 보게 되니
암호계명 지차야 庵號鷄鳴 志此也
계명암이라고 한 것은 그 뜻이 이러하다
전십년계사삼월 우화장로 前十年癸巳三月 雨華丈老
십년전 계사년 3월 우화 장로가
여기사 혼해강백 동금봉노사 與其嗣 混海講伯 同金峰老師
그 제자 혼해 강백과 금봉 노사와 함께
발대원력 어고계명암기 發大願力 於古鷄鳴庵基
큰 원력을 세워 옛 계명암 터에
기오간정사 열팔개월 이락지 起五間精舍 閱八個月 而落之
다섯 칸 암자를 기공하여 팔개월이 지난 뒤에 낙성하고
화지단정 봉안 畵之檀幀 奉安
탱화를 그려 봉안 하였다
월사년병신 우기칠성각삼간 여별료사간 越四年丙申 又起七星閣三間 與別寮四間
4년 뒤 병신년에 칠성각 세칸과 요사채 네칸을 세우고
화칠성 독성 산영등정 畵七星 獨聖 山靈等幀
칠성 독성 산신 탱화를 그려
봉안이인암무공총 奉安而因菴務倥총(人悤)
봉안 하였으나 암자 일이 바쁜 때문에
과팔년우금 미유이문기기사 過八年于今 未有以文記其事
8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도록 그 사적을 기록하지 못한 것을
여남유주금강암 주본암 余南遊住金剛庵 主本庵
내가 남쪽으로 내려와 금강암에 머물 적에 본 암자를 맡고 있던
성월선백 청여기사불후 惺月禪伯 請余其事不朽
성월 선백이 나에게 청하여 그 사적을 뒤에 전하려 하거늘
왈락 曰諾
내가 허락하였다
부오제가풍 夫吾儕家風
무릇 우리의 가풍은
염간시편 파목두 염(手占)乾屎片 破木頭
간시궐(乾屎闕 : 마른 똥막대기)) 화두 공안을 제시하면서
활안타조 신검 지휘 活眼打照 神劍 指揮
살아 있는 눈으로 정신이 번쩍 들게 두들겨 비추면서 신검으로 지휘하는
고불찰해 호호 古佛刹海 浩浩
고불의 세계가 한 없이 넓고 넓어
보망운대 중중 寶網雲臺 重重
보배로운 그물과 상서로운 구름 웅장한 누각이 중중 무진하니
하용고고 何用苦苦
어찌 괴롭고 괴로운 것을 쓰겠는가
루전누가 한만단확 累甎累架 汗漫丹穫(丹禾除)
벽돌 쌓아 시렁을 얹고 울긋 불긋 단청하여
훤괄종고 이위능사재 暄聒鍾鼓 以爲能事哉
종을 치고 북을 두드리는 일만 능사로 삼겠는가
오호 嗚呼
슬프도다
차탑사지소이로고만촉 此塔寺之所以窂固蠻觸
탑과 사찰 건축 조성하는 것만 숭상하는 것은
내오불정법화지소이모산침폐야 乃吾佛正法化之所以耗散寢廢也
우리 부처님의 정법이 쇠퇴할 조짐이라
서도차 감탄재삼 書到且 感嘆再三
이 글을 쓰면서 재삼 탄식하노라
혹자 재방 불연왈 或者 在傍 불(心弗)然曰
혹 어떤 이는 내 곁에서 답답해 하면서
"시궐 화두 찬이실망 屎闕 話頭 讚以
"간시궐 화두인 마른 똥 막대기만 찬양하면서
실망 운대 림궁 연방 實網 雲臺 琳宮 蓮房
보배 그물과 구름 누대 구슬 궁전 연꽃 전당을
기이로고만촉 譏以窂固蠻觸
부질없는 일이라 비방을 하니
하언지괴려 약시야" 何言之乖戾 若是耶"
이것이 어그러진 말이 아닌가?" 말 하거늘
왈 연 曰 然
내가 대답하기를
"자지견해지루야 "子之見解之陋也
자네의 견해가 고루하다
하이엽공지호오 何以葉公之好惡
어찌 섭공이 좋아 하고 미워 하는 것으로
중저지희노야 衆狙之喜怒也
뭇 원숭이의 기뻐 하고 성 내는 것을 탓하겠는가
지한무신검활안 祗恨無神劍活眼
다만 신검과 살아 있는 활안이 없는 것을 한탄할 지언정
집착어시궐 화두 불찬역능법해무궁 執着於屎闕 話頭 不讚亦能法海無窮
마른 똥 막대기에만 집착하여 찬양한 것은 아니라 또한 법의 바다는 다 함이 없다네
황건청정법우어천계승구 況建淸淨法宇於天鷄勝區
하물며 청정한 법당을 하늘에 닿도록 명승지에 세우고
회화성상 설향등명종고 繪畵聖像 設香燈鳴鐘鼓
불상을 그려 모시고 향과 등을 베풀어 종과 북을 울리니
여제선남자 선여인 봉시삼보 與諸善男子 善女人 奉施三寶
모든 선남 선녀가 함께 삼보를 받들어 모시고
공양삼보 작출세진연야 供養三寶 作出世眞緣耶
삼보에게 공양하여 속세를 벗어 나는 인연을 지음이라
의기제상사지덕해 宜其諸上士之德海
마땅히 모든 상사의 공덕과
여첨단나지선근 요종 與僉檀那之善根 要終
함께 시주들의 선근으로 마치게 된 것과
근근여항하사불가량 勤勤如恒河沙不可量
힘쓴 공덕은 항하사 모래와 같이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니라
이능원시성변자 혼해강백야 而能元始成辨者 混解講伯也
능히 시작과 마침을 성취한 분은 혼해 강백이니
비특작혜시무궁 非特作惠施無窮
특히 은혜를 무궁하게 베풀 뿐 아니라
이원취선전지지 우가상야" 而圓就先傳之志 又可尙也"
"앞에서 전해진 뜻을 원만하게 성취한 것이니 또한 가상하도다
혹자 흔협이사왈 或者 欣愜而謝曰
혹자는 기뻐하여 사례하기를
"선재 제설야" "善哉 提說也"
"좋다 그 말씀이여" 하니
자불각취미진진 투필점다료 경제일게 自不覺趣味津津 投筆點茶了 更提一偈
스스로 취미가 진진한 것을 느끼면서 붓을 던지고 차를 마시며 다시 한 게송을 제시하노라
점래하사정감영 점(手占)來何事政堪嬴 생각해 보니 무슨일로 이 곳에 아름답게 절을 지었는고
불탁단의토완성 不托端宜土椀成 탁발의 고생 없이도 정진하고 발우에 즐거운 공양 받을 수 있네
천입계암장일소 穿入鷄巖藏一笑 뚫어 봄직 하구나 닭 바위에 숨겨진 웃음을
타년천반화뢰성 他年天畔化雷聲 뒷 날 하늘 가에 우뢰 소리로 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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