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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법어 경허선사

합천군가야산해인사수선사창건기 陜川郡伽倻山海印寺修禪社創建記 경허선사 鏡虛禪師

by 성천하지미미자 2023. 5. 4.

경허선사 기문 鏡虛禪師 記文

 

합천군가야산해인사수선사창건기 陜川郡伽倻山海印寺修禪社創建記

 

여 기호유산수자야 余 嗜好遊山水者也  

나는 산수에 노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유득편선인시해 遊得徧仙人尸解 

두루 노닐다가 몸을 벗어 버리는 시해 선인과

 

조사창대가람 祖師創大伽藍   

조사께서 큰 가람을 창건하시고

 

유현지왕 이대원력 幽顯之王 以大願力   

명부의 십대왕과 현세의 왕이 큰 원력으로

 

조성대장경판자 助成大藏經板者  

대장경판을 조성한 곳이

 

합천지가야해인야 陜川之伽倻海印也  

합천 가야산 해인사라

 

이미득유 위결연 而未得有 爲缺然   

아직 얻어 놀지 못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던 차 결연히

 

세기해추 방도 열기경 歲己亥秋 訪到 閱其經  

1899년 기해년 가을에 찾아 와 경전을 열람하고 

 

요기우 홍류동리 繞其宇 紅流洞裡  

가람을 둘러 보고 홍류동에서

 

탐선인지영종 探仙人之靈蹤   

신선의 신령스런 자취를 찾아 보니

 

방광연망기형해의 放曠然忘其形骸矣  

마음이 활달해지고 속세를 벗어나 몸을 잊었노라

 

일일 유일선화자 위여왈 一日 有一禪話子 謂余曰  

하루는 한 수좌가 나에게 말하기를

 

"금천자성신 지인 今天子聖神 至仁  

지금 천자가 신성한 덕으로 지극히 인자하여

 

흡이혜기호선림 洽而惠曁乎禪林   

그 혜택이 우리 선림에 미쳐서

 

인경수우 印經修宇   

장경을 인쇄하고 전각을 수리하여

 

우칙건수선사거 심학자 又勅建修禪社居 心學者  

또 수선사를 세우게 하여 마음 공부 하는 자로 하여금 안거하게 하니

 

전성자복국우세 前聖資福國祐世  

예전 성인의 나라를 복되게 하고 세상을 돕는 일을 본 받았음이로다

 

화사범운 여일산운수 化士梵雲 與一山雲水  

화주 범운 스님이 산중 여러 스님들과 함께

 

북근노망신재 服勤勞忘身宰   

고달픔을 무릅쓰고 몸을 잊고

 

시시세오월 과오개월 이락지 始是歲五月 過五箇月 而落之  

이 해 5월에 시작하여 5개월이 지나 낙성하니

 

기위수현공지위차대자 유약시자야 其爲樹玄功之偉且大者 有若示者也 

그 이룩한 공덕의 거룩하고 위대한 것이 이러하도다

 

이사 기문자야 而師 其文者也 

스님께서 글을 하시는 분이니

 

행기지 이수시불후야" 幸記之 利垂示不朽也"   

이것을 기록하여 후세에 보이도록 하여 주십시오" 하였다

 

여왈 余曰 

내가 말하기를

 

"무위시야" "毋爲是也" 

"이런 것 하지 말라"

 

선화자왈 禪和子曰 

선사가 말하기를

 

"석석가씨 이정법안장 부촉마하가섭 昔釋迦氏 以正法眼藏 咐囑摩訶迦葉  

옛날 석가 세존께서 정법안장을 마하가섭에게 부촉하고

 

전지달마 래진단 우전지석실 傳之達磨 來震旦 又傳至石實  

법을 달마에게 전하여 중국으로 와서 석굴에서 실상의 법을 전하니

 

이아동국태고 전득석실 而我東國太古 傳得石實  

우리 동국에서 태고 보우 선사께서 석굴에서 실상을 전해 받고

 

우전지청허 又傳至淸虛   

또한 청허선사에게 법을 전하였으니

 

어석가씨 위육십삼대손야 於釋迦氏 爲六十三代孫也  

석가 세존의 63대손이다

 

당시시야 비특산림납자 견기성이작도사야 當是時也 非特山林衲子 見其性而作導師也    

이 때에 산림 납자만이  그 성품을 보아 도사가 된 것이 아니라

 

상자천자 하지왕공거인 上自天子 下至王公巨人  

위로는 천자로 부터 아래로는 왕공과 귀족에게 이르며

 

시급우초야 현달 施及于草野 賢達    

초야에 머문 백성에게 까지 미치고 현달한 분들은

 

막불철증무생 莫不徹證無生   

생사를 초탈하는 진리를 사무쳐 증득하여

 

좌탈입망 坐脫立亡   

앉아서 죽고 서서 죽었다

 

고 故 

그러므로

 

참심결택 參尋決擇   

선지식을 찾아 법을 묻는 자가

 

여기취식 갈부음 연 如飢就食 渴赴飮 然  

굶주린 자가 밥 찾듯이 목 마른 자 물 찾듯이 하여

 

세막득이알지야 勢莫得以遏之也  

그 형세를 막을 자가 없더니

 

이강우금 而降于今  

이제 와서는

 

시정법여토괴 視正法如土塊    

정법 보기를 흙덩이 보듯 하고

 

 특속혜명자 위아희 特續慧命者 爲兒戱   

불조의 혜명을 계승하는 것을 어린아이 장난으로 보아

 

심자 상목증질지 甚者 相目憎嫉之  

심지어는 서로 반목하고 미워하며 질투하여

 

이지어미소부지야 而至於靡所不至也   

아집과 권력을 위해서는 못할 짓이 없어

 

오호 嗚呼   

슬프도다

 

후지인 수욕문정법안장지설 숙종이청지호 後之人 雖欲聞正法眼藏之說 孰從而聽之乎  

후세인이 비록 정법안장의 설법을 듣고자 하나 누구에게 듣겠는가 ?

 

어사시야 창수선사자 於斯時也 創修禪社者   

이 때에 수선사를 창건하는 것은

 

 식위화중연화자야 寔爲火中蓮花者也    

실로 불 속에서 연꽃이 솟아 오름이로다

 

차우불가불이기지 이수시불후자야"  此尤不可不以記之 而垂示不朽者也"    

더우기 이 일을 기록하여 후세에 보이지 않을 수 없다"  하였다

 

여왈 余曰  

내가 말하기를

 

"무위시야" "毋爲是也"   

"그런 짓 하지 말라" 하였더니

 

선화자왈 禪和子曰   

선객이 말하기를

 

"정법안장자 선불지헤명야 건수선사자 금천자지칙명야

"正法眼藏者 先佛之慧命也 建修禪社者 今天子之勅命也  

정법안장은 선불의 혜명이요 수선사를 창건한 것은 지금 천자의 칙명이다

 

약불일준종시이폐지야 若不一遵從始而廢之也  

만약 한결같이 따르지 않는다면 마침내 폐지되고

 

혹혁지야자 或革之也者  

혹은 개혁하게 되어

 

차비특몽견벌어신지 此非特蒙譴罰於神祗   

이것은 팔부신장의 꾸지람과 벌을 받을 뿐 아니라

 

억역범죄어이륜야 抑亦犯罪於彛倫也    

또한 죄를 온 인류에게 짓는 것이니

 

숙감불계구 이위시지위재 孰敢不戒懼 而爲是之爲哉   

누가 감히 경계하고 두려워 하지 않을 것이며

 

수연 약불소시후인 雖然 若不昭示后人   

비록 그러하나 만일 후인에게 명시하지 않으면

 

후지인 안능지차사지엄중야 後之人 安能知此社之嚴重也  

뒷 사람들이 어찌 이 수선사의 존엄한 것이

 

유기약시일준지재 有其若是一遵之哉   

이러한 줄 알고 따르겠습니까 ?"

 

차우불감불이기지 이수시불후자야 此又不敢不利記之 而垂示不朽者也  

이것을 기록하여 후인에게 보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니

 

사기무애고지 이가종사지야" 師其無碍固止 而可從事之也"  

스님께서 사양하지 마시고 따라 주시는 것이 옳을까 합니다" 하였다

 

여 정색왈 余 正色曰  

내가 정색하여 말하기를

 

"비 부자지견해야 鄙 夫子之見解也  

비루하도다 그대의 견해여

 

자지기유기지위유기야 이불지기무기지위유기지위유자야

子知其有記之爲有記也 而不知其無記之爲有記之爲愈者也     

그대는 기록이 없는 것이 기록이 있는 것 보다 낳은 줄 알지 못하는도다 

 

안지부미유일인수선 安知夫未有一人修禪  

어찌 한 사람도 참선하지 않았는데

 

이십류군생 이시일시견성료야 而十類群生 已是一時見性了也  

십류의 군생이 일세에 견성하여 마쳤으며

 

미거일칙공안 未擧一則公案   

한 가지 공안도 들지 않았는데

 

이산하대지 명암색공 이지마선 죽침 이시일시개방대광명료야

而山河大地 明暗色空 以至麻線 竹針 已是一時皆放大光明了也   

산하대지와 명암색공이 삼 실과 대 바늘에 이르러 써 이미 일시에 다 대광명을 발하여 마친 줄 알겠는가 ?


우안지부미개기야 又安知夫未開基也   

또 어찌 아직 터 닦기전에

 

이시일시성선사료야 已是一時成禪社了也   

이미 일시에 수선사를 이루어 마쳤으며

 

미구외얼재야 이시일시기기사상실료야

未具외(木畏)얼(門臬)材也 已示一時記其事 詳悉僚也   

나무 간판을 갖추기 전에 이미 일시에 이 일을 기록한 것을 자세히 하여 마친줄 알겠는가 ?

 

부여시칙 기가이위지묵지이취우 지분어참정법안장지선사야재

夫如是則 豈可以爲祗墨之而취(군살취)疣 脂粉於參正法眼藏之禪社也哉 ?

"대저 이러한 즉 어찌 종이와 먹으로 군더더기를 붙여 정법안장을 참구하는 수선사를 연지 찍고 분 바르겠는가 ?"

 

선화자 송연피석왈

禪和子 悚然避席曰  

선객이 송구하여 자리를 피하며 말하기를

 

"청사지언 미감자허문도백야 연 감문정법안장 시개심마 ?"

"聽師之言 未敢自許聞道百也 然 敢問正法眼藏 是箇甚麽 ?" 

스님의 말씀을 들으니 감히 감히 스스로 도를 들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감히 여쭙겠사오니 정법안장은 무었입니까?

 

왈 曰 

말하기를

 

"지저시" "祗這是" 

이놈이니라

 

우문왈 又問曰 

또 묻기를

 

"운시자시개심마?" 云是者是箇甚麽?" 

"이놈이라고 이르신 것이 무었입니까 ?"

 

왈 曰 

말하기를

 

"가야산색삽천벽" 양구운  "伽倻山色揷天碧" 良久云 

"가야산 빛이 하늘에 꽂혀 푸르도다"  양구후에 이르기를

 

"직하언전천득 미면촉도광견 종요구하정통야 시전과서천 임마야 두상안두 불임마야 참두멱활 차도도저리"

"直下言前薦得 未免觸途狂見 縱饒句下精通也 是箭過西天 恁麽也 頭上安頭 不恁麽也 斬頭覓活 且道到這理"   

' 당장 말하기 전에 알아 보았다 할지라도 가는 곳마다 미친 소견을 면치 못할 것이며 비록 한 글귀 한 마디 말에 이치를 통달 할지라도 이것은 화살이 서천에 지나감이라 만일 이렇다 하면 머리위에 머리를 더할 것이요 만일 그렇지 않다면 머리를 자르고 살 길을 찾음이로다"

또 이르되

 

"선각여하참 ? 갈일갈시왈 위한화위귀 방각망형해지취미"

"禪却如何參 ? 喝一喝示曰 爲閑話移晷 妨却忘形骸之趣味"  

이 속에 이르러서 선을 어떻게 참구할꼬 ? 악 악 ! 오늘 부질없는 말로 해 그림자만 옮겼으니 내 몸 잊어버리는 취미는 잊었도다 " 하니

 

선화자청차제서착 禪和子請次第書着  

수좌가 이런 이야기를 차례로 써 주기를 청하니

 

타갈등일락삭 打葛藤一絡索  

엉클어진 갈등을 타파하고

 

이위수선사기 기지 以爲修禪社記 記之  

수선사기를 기록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