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 중 노릇 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리요.
잘 먹고 잘 입기 위해 중 노릇 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 되어 살고 죽는 生死 大事를 해결 하고자 하는 것이다.
부처가 되려면 내 몸에 있는 내 마음을 보아 견성을 해야 되는 것이니,
내 마음을 찾으려면 몸뚱이는 송장으로 알고, 세상 일이 좋으나 좋지 않으나 다 꿈으로 알고,
사람 죽는 것이 아침에 있다가 호흡하지 못하면 죽는 줄 알고,
죽으면 지옥에도 가고 짐승도 되고 귀신도 되어 한 없는 고통을 받을 것을 생각하여
세상 만사를 다 잊어 버리고,
항상 내 마음을 연구하여 보고 듣고 일체의 모든 일을 생각 하는 이 놈의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고 ?
모양이 있는 것인가, 모양이 없는 것인가?
큰가 작은가 ? 누른가 / 푸른가 ? 밝은가 어두운가 ? 의심을 내어 연구하되
고양이가 쥐 잡듯이 하며, 닭이 알을 품듯이 하며, 늙은 쥐가 쌀 든 궤짝 뚫듯 하며,
항상 마음을 한 곳에 두어 연구하여 잊어 버리지 말고
의심하되, 일을 하더라도 잊어 버리지 말고,
그저 어느 때나 의심하여 지성으로 하다 보면 필경에 내 마음을 깨달을 때가 있을 것이니,
부디 믿는 마음 신심을 내서 공부할 지어다.
대저 사람 되기 어렵고 사람 되어도사내 대장부 되기 어렵고 사나이가 되어도 중 되기는 더욱 어렵다.
중이 되어도 부처님 바른 정법을 만나기가 더욱 어려우니, 그런 일을 깊이 생각 하며,
부처님 말씀에 "사람이 된 사람은 손톱위에 흙 같이 드물고 사람 몸 잃고 짐승이 되면 온 세상이 흙 같다" 하였으며
또 "사람 몸 한 번 잃으면 억 만년이 지나더라도 다시 회복 하기 어렵다." 하시면서
또, "항상 지옥에 있기를 동산에서 놀듯 하며 아귀나 축생이 되는 것이 내 집에 있는 듯 하다" 하시며
또 "한 번 성불 하면 다시 죽지도 않고 살지도 않는 생사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토록 열반락을 누리리다." 하였다.
이런 말씀을 자세히 들어 생각하라.
또 이전에 권선사라는 스님은 아침부터 공부하다 해가 질 때면 다리 뻗고 울며 말하기를 '"오늘 하루도 공연히 지나가고 이 마음을 깨치지 못했도다" 하고 날마다 그렇게 한 스님도 있고,
공부 하느라고 지극한 마음을 먹은 사람들 부지기수로 다 적을 수 없으니,
다 죽기 살기로 하였고, 먹고 입는 것도 잊고 하였으며, 잠도 자지 않고 하였으며,
우리도 그렇게 공부 하여야 공부가 될 것이니 자세히 생각 하라 .
이전에 동산 스님이 글을 지어 알리셨느니라.
"거룩하다는 이름도 구하지 말고, 재물도 구하지 말고, 부귀 영화도 구하지 말고, 그럭저럭 이연 따라 한 세상을 살아 가되, 옷이 떨어지면 거듭거듭 기워 입고, 양식이 없거든 가끔가끔 구해 먹을지어다.
턱 밑에 세 마디 호흡 기운이 끊어 지면 문득 송장이요.
죽은 뒤에는 헛된 이름 뿐이로다.
한낮 허황된 몸이 며칠이나 살 것이기에 쓸데 없는 일을 하느라고
내 마음을 깜깜하게 하여 공부 하기를 잊으리오."
내 마음을 깨친 뒤에는 그 마음을 깨끗하게 보전하고 고요하게 하여 세상 일에 물 안들고 닦아 가면 한 없이 좋은 일이 한도 없이 많으리니, 부디 깊이 믿으며, 죽을 때에도 아프지 않고, 앓지도 않고, 마음대로 극락세계로 가고 가고 싶은 데로 가느니라.
부처님 말씀에 "남자나 여자나 늙었거나 젊었거나를 막론하고 이 법문 믿고 공부하면 모둑가 부처가 되리라." 하시니
어찌 사람을 속이리오.
5조 홍인대사 말씀 하시기를 "내 마음을 연구하고 궁구하면 깨칠 것이다," 하시며
맹세 하시기를 "내 말이 거짓이라면 세세 생생 호랑이에게 죽을 것이요. 내가 너희를 속이면 후생에 지옥으로 떨어지리라." 하시었으니 이런 말씀을 듣고 어찌 믿지 않으리요.
공부하는 사람은 마음을 태산처럼 움직이지 않고 마음을 넓게 쓰기를 저 하늘 허공처럼 하고 지혜로운 불법을 생각 하기를 저 하늘의 해와 달처럼 생각하고, 남이 나를 옳다 하거나 그르다 하거나 마음에 두지 말 것이며,
다른 사람의 잘못한 것과 잘하는 것을 내 마음으로 분별하여 참견하지 말 것이며,
좋은 일을 당하던지 나쁜 일을 당하던지 마음을 평안하게 하고, 무심하게 지나면 남이 나를 보기를 숙맥 같이 할 것이며,
병신 같이 지나고, 벙어리 같이, 소경 같이, 귀 먹은 사람 같이, 어린아이 같이 지나면 마음에 저절로 망상이 사라질 것이다.
설사 세상 일을 똑똑하게 분별하더라도 비유하자면 똥덩어리로 먹을 음식을 만드는 것과 같고,
진흙을 가지고 흰 옥, 백옥을 만들려는 것과 같은 것이니,
성불하고 마음 닦는 데는 도무지 쓸데가 없는 것이니라.
부디 세상 일을 잘 할려고 하지 말라.
다른 사람 죽는 것을 내 몸 같이 생각 하여 내 몸이 튼튼하다고 믿지 말고 때때로 깨우쳐 마음 찾기를 놓지 말지니라.
이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가? 의심하고 또 의심하여 오고 가며 간절하게 생각할 지어다.
배 고픈 사람이 밥 생각 하듯 하여 잊지 말라.
부처님이 말씀 하시기를 "일체 세상 일이 다 허망하다. 중생들이 붙잡아서 하는 모든 일이 나고 죽는 생사의 법이니 오직 자기 마음을 깨쳐야 가장 진실한 법이다" 하시니라.
술을 먹으면 정신이 흐려지니 먹지 말 것이요.
음난한 행동은 정신이 나가서 애착하는 마음이 생기니 생각하지 말 것이요.
살생은 마음에 성질 내는 진심을 일으키니 살생하지 말 것이요.
고기 먹으면 정신이 흐려지니 먹지 말 것이요.
거짓은 내 마음에 삿된 마음을 키우니 하지 말 것이요.
도둑질은 내 마음에 탐내는 욕심을 키우니 하지 말 것이요.
파와 마늘 같은 오신채는 내 마음에 성질 내는 마음을 키울 것이니 먹지 말 것이요.
그 나머지 모든 일이 나에게 해로운 것이니 간섭하지 말라.
목우자 스님이 말하기를 "재물과 색은 재앙과 화가 미치는 것이 마치 독사 보다 더 한 것이니 몸을 살펴 그른 줄 알아 항상 멀리 하여라."
부처님 말씀에 "한 번 성을 내서 진심이 일어 나면 백만가지 이상의 죄가 생긴다." 하셨으며
제일 성질 내는 마음을 바로 직시 하여 깨달음으로 전환시킬 지어다. 성질 내는 마음을 참을 지어다.
예전 스님이 말씀 하시기를 성질 내는 마음으로 호랑이, 벌, 뱀, 독사와 같은 독한 물건이 되고,
가볍게 성질 내는 것도 나비나 새가 되고, 마음이 쫍아 좀스러우면 개미와 모기 같은 것이 되고,
탐 내는 탐심으로 배 고파 우는 귀신이 되고, 탐 내고 성질 내는 마음이 지나치면 지옥으로 가고,
일체 마음이 여러가지 모양으로 변화 되는 것이니, 일체 여러가지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면 부처가 되어 가는 것이다.
착한 마음이 좋다 하나 천당으로 갔다가 다시 떨어져 축생이나 지옥으로 가는 것이다.
착한 마음도 쓸 데 없고 일체 마음이 일어 나지 않아야 다른 곳으로 갈 필요가 없어진다.
마음이 깨끗하여 혼곤하지 않으면 캄캄한 데로 가지 않으니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이 부처가 되어 가는 길이다.
내 마음을 항상 의심하여 연구하고 궁구하면 자연히 고요해지고 깨끗해지나니,
지극히 고요하고 깨끗해지면 저절로 마음을 깨쳐서 부처가 되고, 돌아 가지 않으며, 곧고 바른 길이니 곧장 갈 것이다.
이 법문을 자주 보고 읽고 남에게 일러 주면 "팔만대장경"을 본 공덕과 같고,
그대로 공부하면 일생에 단번에 성불할 것이니, 속이는 말로 알지 말고 진심으로 믿어 수행할 지어다.
산은 깊고 물은 흐르고 온갖 초목은 휘어져서 별 천지인데 이상한 새 소리 사방에서 들리고 적적하여 세상 사람들 오지 않는데, 고요히 앉아 내 마음을 연구하고 궁구하니 내게 있는 마음이 부처 아니면 무었인가 ?
듣기 어려운 좋은 법문을 들었으니 신심 써서 수행할 지어다.
마음을 너무 급하게 쓰면 신병이 나고 두통도 따를 것이니
마음을 가라 않혀 평안하게 수행하라.
마음을 잡아 조심하라.
억지로 생각하려고 하지 말고 의심을 내서 수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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