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지고 찌그러진 대로 곧고 반듯하다. 경허선사 鏡虛禪師

천만가지 변화와 조화가 참다운 진면목 진상 眞常이다.

 

 

비뚤어지고 찌그러진 대로 곧고 반듯하다.

 

만공 滿空스님이 도암 道岩행자로 동학사 東鶴寺로 출가 입산하여

진암 眞菴 스님을 모시고 잠시 행자 생활을 할 때의 일이다.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질 때쯤

큰 방 마루에 주장자 놓는 소리와 함께 앞 문이 열리면서 종소리와 같은 우람한 목소리로

객 客 문안 드립니다,.

하고 들어 서는 스님이 있었다.

구척 장신의 거구 경허 스님이었다.

마침 그날 밤 야간 夜間 법회가 있었으니

그리하여 본방 本房 강주 講主 스님이 설법을 하는데

나무도 삐뚤어지지 않고 반듯해야 쓸모가 있으며

그릇도 찌그러지지 않은 그릇이라야 쓸모가 있으니

사람도 마음이 불량 不良하지 않고 착하고 정직해야 한다,. 는 법문이었다.

다음에 경허 스님이 법문 하기를

앞서 본방 本房 강주 스님께서 말씀 하시기를 반듯하고 정직해야 한다,.고 하였으나,

나는 그렇지 않다.

삐뚤어진 나무는 삐뚤어진 대로 곧고 찌그러진 그릇은 찌그러진 대로 반듯하며

불량하고 성실하지 못한 사람도 그 나름대로 착하고 성실한 것이 있느니라,.

하는 말씀을 하였다.

그때 도암 행자로 있던 만공 스님은 경허 스님의 말씀에 깊은 뜻이 있는 듯 하여

경허 스님의 법을 그 때부터 존경하고 신봉하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