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 때 추운 겨울 어느 날
단하천연(丹霞天然)선사께서 행장중에 날이 저물어
남양(南陽) 혜림사(慧林寺)라는 절에서 하룻밤을 묶게 되었다
단하선사는 지객(知客)의 안내를 받아
큰 승방에서 잠을 청하게 되었는데
살을 에일듯한 지독스런 추위에
승방은 냉골로 도대체 잠이 오지 않았으며
밖은 칼바람이 몰아치고
방 안은 난로에 불을 때지 않아 뼈가 시릴 정도였다
엎치락 뒤치락하던 단하선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 한쪽의 불상을 보고는
다가가서 불상을 두들겨 보니
나무로 만든 목불이었으므로
단하스님은 불상을 내려놓고 휴대하고 있던
장두칼로 불상을 쪼개기 시작하였으며
조각조각난 불상으로 난로에 불을 피기 시작하였다
얼마후 변소길을 나왔던 원주(院主)스님이
불빛이 환한 방을 보고
문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이를 본 원주스님이
부처님을 태우다니 미쳤느냐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단하스님이
부처님 사리를 얻으려고 다비를 하고 있다고
태연하게 말을 하니
원주스님은 목불인데
무슨 사리가 나오겠느냐고 나무라자
단하스님은
그렇다면 나무토막 하나 태웠기로서니
무얼 그리 놀라느냐며
수행이 부족한 원주스님을 타일렀다.
이 사건으로 원주스님은 눈섭이 하얗게 세서 빠저버렸다고 하며
단하스님은 아무 일 없이 천연스러웠다고 전한다
단하천연선사(丹霞天然禪師)(739~ 824)
당(唐)나라 때 석두희천(石頭希遷)선사의 제자로 젊은 시절 유교를 수행하다
과거를 보려고 길을 가는 도중에 황매산(黃梅山)에서 한 스님을 만나 애기하는 중에
어디로 무엇하러 가는가 물으니 과거보러 간다고 하니
과거는 무엇하는 곳이냐고 되물으니
벼슬을 뽑는 선관장(選官場)이라 대답했다
하면 벼슬을 하는 선관장(選官場)보다
부처를 뽑는 선불장(選佛場)은 어떤가 하니
선불장은 어디에 있습니까 물으니 이 산중에 있다 하여
바로 그 길로 황매산(黃梅山)에 입산(入山) 수도하였다
선사(禪師)를 만나 깨달음을 얻고
남악석두(南嶽石頭)문하에 들어 3년간 수행을 한 뒤
수계를 받고 강서마대사(江西馬大師)를 뵙고
천연(天然)이라는 법호(法號)를 받았다
천연(天然)이라고 법호를 정한 것은
단하스님이 마조스님을 찾아와 스님을 찾지 않고
나한전에 들러 나한상을 걸터 앉은 것을 보고
대중들이 놀라 마조스님에게 고하니
마조스님이 와서 보고는
오 ! 내 아들 천연이구나 하여
내려와서 절을 하고 천연이라는 법호를 주어 감사드린다고 해서 천연이 되었다고 한다
천태산(天台山)화정봉(華頂峰)에서 3년을 지냈고
다시 경산(徑山)의 국일선사(國一禪師)를 뵈었으며
원화(元和) 연간에 용문산(龍門山)에서 방거사(龐居士) 복우선사(伏牛禪師)와
물외지교(物外之交)를 맺었다
(물외지교(物外之交) : 상외지교(象外之交)라고도 하는데
세속 밖에서 얽메임이 없이 유유자적 노니는 자연스런 출세간의 경계)
15년 (820년) 법석(法錫)을 남양(南陽) 단하산(丹霞山)에서 크게 떨쳤다
장경(長慶) 4년에 입적(入寂) 세수(世壽) 86세
스님은 이승과 이별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기행(奇行)을 멈추지 않았으며
어느 날 문인(門人)에게 내 이제 떠나려 한다 하고 목욕을 하고
갓을 쓰고 신을 신고 지팡이를 짚고
한 걸음 떼면서 그 발이 땅을 밟기 전에 입적하셨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시호(諡號)는 지통선사(智通禪師)
탑호(塔號)는 묘각(妙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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